디지털네트워크법 협상 책임자 "유럽에 위험"…주파수 허가 기준 강화 요구
스타링크 휴대전화 직접 연결 사업 확대 우려…미국과 통상 갈등 가능성
스타링크 휴대전화 직접 연결 사업 확대 우려…미국과 통상 갈등 가능성
이미지 확대보기유럽연합(EU) 의회에서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유럽 이동통신과 초고속인터넷 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을 경계하며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스페이스X가 위성통신 서비스 스타링크를 기반으로 휴대전화 이용자에게 직접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확대하면서 유럽의 기술주권과 통신망 안정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EU 의회의 디지털네트워크법(DNA) 협상을 이끄는 미하우 코보스코 의원이 스페이스X의 유럽 통신시장 지배력 확대를 막기 위한 엄격한 규제 기준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폴란드 출신인 코보스코 의원은 FT와 인터뷰에서 "스페이스X가 유럽 시장 전체를 장악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우리가 아무 조치도 하지 않은 채 뒤늦게 깨닫는 상황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이 유럽에 지나치게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코보스코 의원은 자신이 작성한 디지털네트워크법 수정 보고서에 유럽 전역의 이동통신 주파수 이용허가에 적용할 엄격한 '주권과 복원력' 기준을 포함했다고 밝혔다.
◇스페이스X 이동통신 진출 확대…유럽 사업자들 긴장
이번 경고는 스페이스X가 기존 위성인터넷 사업을 넘어 일반 휴대전화 이용자를 대상으로 통신 서비스를 확대하는 가운데 나왔다.
스페이스X는 이달 초 미국에서 새로운 주파수 이용권을 확보했다.
이 주파수는 통신위성과 일반 휴대전화를 직접 연결하는 서비스를 확대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스타링크가 별도의 위성인터넷 단말기 없이 휴대전화를 대상으로 직접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면 기존 통신업체들과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
스페이스X는 이미 유럽에서 위성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동통신 분야에서도 기존 통신업체들을 통한 간접적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유럽에서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직접 이동통신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인지는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럼에도 유럽 통신업체들은 미국에서 나타난 사업 확장 움직임이 유럽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EU가 통신 인프라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관련 규정을 전면 개편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제도가 스페이스X에 유리한 시장 진입 여건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보스코 의원은 머스크가 현재 유럽에서 열리고 있는 사업 기회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U 위성 주파수 역내 업체 우선 배정 추진…미국은 반발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5월 휴대전화와 인공위성을 직접 연결하는 데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 일부를 유럽 업체에 우선 배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는 스타링크와 같은 역외 업체가 특정 주파수에 접근하는 것을 제한할 수 있는 조치다.
EU는 유럽의 통신 인프라와 핵심 기술을 미국 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정책적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이러한 계획이 미국 기업을 차별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EU 주재 미국 대사는 유럽이 관련 규제를 강행하면 미국의 보복 조치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위성통신 주파수 배정 문제는 유럽의 기술주권 확보를 넘어 미국과 EU 사이의 새로운 통상 갈등 요인으로 떠올랐다.
코보스코 의원의 규제 강화 요구는 이러한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제기됐다.
◇우크라 스타링크 제한 사태…유럽의 미국 의존 우려 증폭
유럽의 기술주권 논쟁에는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스타링크 통신 제한 사태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주 우크라이나에서는 스타링크의 군사용 위성통신 서비스에 속도 제한이 적용되면서 최전선 통신에 차질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군의 일부 군사작전도 방해를 받았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통신 제한 조치가 미국 정부의 정치적 압박과 관련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18일 NBC방송에 출연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의도적으로 스타링크 속도를 늦췄다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주장을 무모하다고 비판했다.
통신 제한 조치의 결정 주체와 배경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코보스코 의원은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사건이 미국의 정치적 결정과 경제적 활동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통해 유럽이 미국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 많은 유럽인이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긴밀한 관계를 거론하며 미국의 향후 행보를 예측하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유럽의 통신 인프라를 미국 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가 경제 문제를 넘어 안보상의 취약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유럽 통신사·미 빅테크 간 망 이용 협상 의무화도 추진
코보스코 의원은 스페이스X에 대한 규제뿐 아니라 유럽 통신시장 전반의 제도 개편도 요구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초 유럽의 디지털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통신시장 규제를 개편하기 위한 디지털네트워크법을 제안했다.
그러나 코보스코 의원은 집행위원회의 당초 제안이 기술주권 강화와 단일 통신시장 구축, 통신업체와 대형 기술기업 사이의 공정한 관계를 확보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유럽 통신업체들은 그동안 넷플릭스와 구글의 유튜브 등 대량의 인터넷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플랫폼 기업들이 통신망 이용에 따른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그러나 집행위원회는 원안에서 의무적인 망 이용료 부과를 도입하지 않고 통신업체와 대형 기술기업 사이의 자발적인 협력 방식을 제시했다.
코보스코 의원이 작성한 수정 보고서는 이보다 강력한 조치를 담고 있다.
FT가 확인한 보고서 초안에 따르면 인터넷 트래픽을 가장 많이 발생시키는 대형 기업에는 통신업체와 망 연결 및 데이터 교환 방식에 관한 협상을 진행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각국 규제 당국이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코보스코 의원은 이 문제가 미국과 EU 사이에서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통신망의 상호운용성을 확보하는 것이 유럽의 복원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U 회원국 간 협상 진행…최종 규제 수위는 미정
디지털네트워크법은 아직 입법 협상이 진행 중인 단계다.
EU 의회와 회원국들이 각각 내부 입장을 확정한 뒤 최종 법안에 대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현재 EU 순회의장국인 아일랜드가 회원국 간 협상을 주도하고 있다.
아일랜드가 마련한 절충안에는 아직 가장 민감한 쟁점들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FT는 보도했다.
따라서 스페이스X에 적용할 주파수 이용허가 기준과 대형 기술업체의 통신망 관련 협상 의무가 최종 법률에 어느 정도 반영될지는 불확실하다.
다만 스페이스X가 위성통신을 기반으로 이동통신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가운데 유럽의회에서 역외 기업의 시장 지배력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면서 EU 통신 규제 개편을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갈등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