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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재·단순가공 머물러"… 베트남서 삼성·LG 공급망 '현지 부가가치' 제고론 제기

판 흐우 탕 전 외국인투자청장 기고 "대기업 진출로 산업망 형성됐으나 핵심 부품 진입 미흡"
단순 조립·외주 넘는 '공동 제품개발 및 R&D 참여' 주문… 정부 차원의 새 규제·처분은 아냐
삼성, 현지 1·2차 협력사 300곳 육성 성과… 고부가 공정 진입 및 직접 조달 비중 확대가 과제
공급망 현지화와 고부가가치 R&D 참여 확대 요구가 제기된 삼성전자 베트남 하이테크 생산 복합단지.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공급망 현지화와 고부가가치 R&D 참여 확대 요구가 제기된 삼성전자 베트남 하이테크 생산 복합단지.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주요 대기업의 글로벌 최대 제조 거점으로 자리 잡은 베트남에서, 다국적기업의 투자 유치 성과를 넘어 현지 기업들이 공급망 내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진입해야 한다는 정책적 제언이 현지 관료 출신 전문가로부터 제기됐다.
삼성과 LG의 대규모 투자가 현지 협력업체 육성과 물류, 산업단지 인프라 구축 등 전방위적인 산업 생태계 형성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음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공급망에 참여하는 베트남 로컬 기업들의 실질적 역할이 여전히 포장재, 플라스틱 사출, 단순 하청 가공 등 저부가가치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베트남 현지 경제 전문 매체 '브이엔비즈니스(VnBusiness)'는 10월 6일(현지시각) 판 흐우 탕(Phan Huu Thang) 전 베트남 기획투자부 외국인투자청(FIA) 청장의 특별 기고를 통해 이 같은 분석과 함께 글로벌 다국적 제조사와 베트남 기업 간의 '공동 연구개발(R&D) 및 제품 기획 참여 확대' 필요성을 보도했다.

이번 기고는 베트남 정부의 신규 행정 규제 신설이나 한국 기업에 대한 공식적인 제재·처분 조치는 아니며,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 전략을 단순 노동집약적 조립 기지에서 기술 내재화 중심의 고도화 단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현지 싱크탱크 차원의 논평으로 풀이된다.

"생산망 형성 기여 인정… 다만 로컬 기업 역할은 포장·플라스틱에 편중"


판 흐우 탕 전 청장은 기고에서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글로벌 전자 대기업들의 진출은 베트남에 부품 공급업체, 글로벌 물류망, 대규모 첨단 산업단지가 유기적으로 맞물린 강력한 제조 생산망을 형성시켰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베트남 전체 수출의 약 20%를 담당하며 박닌, 타이응우옌, 호치민 등을 중심으로 국가 경제 성장을 견인해 왔다.

그러나 판 전 청장은 공급망의 질적 구성에 대해 냉정한 평가를 덧붙였다.

그는 "삼성과 LG 등 다국적기업의 1·2차 공급망에 이름을 올린 베트남 국내 기업들의 상당수가 여전히 포장재 박스, 플라스틱 외관 부품 성형, 단순 부품 가공 등 기술적 진입 장벽이 낮은 공정에 집중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고성능 카메라 모듈, 다층 인쇄회로기판(MLB) 등 고수익 핵심 부품은 여전히 한국계 동반 진출 협력사나 대만·일본계 기업들이 독점하고 있어, 베트남 현지 기업들이 가져가는 '실질적 부가가치'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단순 납품 넘어 공동 R&D 참여해야"… 기술 이전 체질 개선 주문


판 전 청장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국적기업과의 협력 패러다임을 단순 부품 납품에서 '공동 제품개발 및 R&D 협업'으로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베트남 현지 제조 기업들이 독자적인 엔지니어링 역량을 확보하려면 기획 초기 단계부터 글로벌 대기업과 함께 부품을 설계하고 시험하는 공동 R&D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통로가 대폭 넓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도면을 받아 그대로 찍어내는 주문자상표부착(OEM)식 하청 관계로는 베트남 산업의 중진국 함정 탈출이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삼성 협력사 300곳 육성 성과 속 '직접 조달 비중·기술 내재화'가 향후 관건


현재 삼성전자는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과 현지 컨설팅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베트남 로컬 1·2차 협력사를 300곳 이상으로 늘리는 등 지속적인 공급망 현지화 노력을 기울여 왔다.

또한, 하노이에 대규모 단독 R&D 센터를 완공해 소프트웨어 및 통신 분야 현지 인재 육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베트남 산업계와 정책 당국 내에서 '숫자 중심의 협력사 확대'를 넘어 '핵심 전장·전자 부품 직접 조달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평이 당장 한국 기업들에 대한 직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면서도, 향후 베트남 정부가 법인세 감면 등 첨단 산업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과정에서 로컬 협력사와의 공동 R&D 실적이나 고부가 부품 국산화율을 주요 평가 잣대로 연계할 가능성을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단순 저임금 생산기지를 넘어 첨단 제조 파트너로 도약하려는 베트남의 산업 고도화 열망과 핵심 기술 보안 및 공급망 품질을 유지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셈법이 맞물리며 현지 생태계의 질적 전환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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