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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니뇨 가뭄이냐, AI 수출 훈풍이냐"… 亞 개발도상국, 기후 충격·기술 격차에 '성장 양극화' 심화

ADB 최신 경제전망… 2026년 아시아·태평양 개도국 성장률 5.0%로 소폭 상향
필리핀(3.3%)·캄보디아(3.9%) 등 농업·연료 수입국은 가뭄·수력 중단에 줄하향
베트남(7.8%)·인도(7.0%)·말레이시아(4.9%)는 AI 서버·반도체 특수로 고속 질주
강력한 슈퍼 엘니뇨와 기후 충격으로 농업 및 수력 발전에 타격을 입은 동남아시아 농촌. 사진=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강력한 슈퍼 엘니뇨와 기후 충격으로 농업 및 수력 발전에 타격을 입은 동남아시아 농촌. 사진=AFP/연합뉴스

이상 기후인 '슈퍼 엘니뇨'로 인한 가뭄·에너지 위기와 글로벌 인공지능(AI) 하드웨어 특수라는 두 개의 거대한 외생 충격이 맞물리며, 아시아 개발도상국 간의 경제 성장률 격차가 역사적인 수준으로 벌어지고 있다.

농업 의존도가 높고 화석연료 수입 부담이 큰 국가들은 가뭄에 따른 농작물 흉작과 수력 발전 중단이라는 치명타를 맞아 경기 침체의 늪으로 빠져드는 반면, 글로벌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급망에 성공적으로 편입된 기술 제조 수출국들은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는 'K자형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9월 23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 보도에 따르면,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이날 발표한 '2026년 9월 아시아 경제전망(Asian Development Outlook)'을 통해 아시아·태평양 43개 개발도상국의 올해 평균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9%(7월 전망)에서 5.0%로 0.1%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해 기록한 5.5%보다는 둔화된 수치다.

'슈퍼 엘니뇨'가 부른 복합 위기… 필리핀 3.3%·캄보디아 3.9%로 주저앉아


ADB는 중동 분쟁 장기화와 우크라이나 전쟁 재격화라는 지정학적 악재와 함께, 과학계가 경고한 '슈퍼 엘니뇨' 현상이 올해 역내 취약 경제권의 발목을 잡는 핵심 위협 요인으로 부상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강력한 엘니뇨로 인한 가뭄과 몬순(우기) 강우 패턴의 붕괴는 농업 수확량을 급감시키고, 수력 발전 중단과 광산 채굴 차질을 야기해 기초 경제 활동에 심각한 부담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불안정한 국제 원유 및 가스 가격 충격이 결합하면서 수입 연료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재정·물가 부담을 기하급수적으로 가중시키고 있다.
실제로 농업과 공공 인프라, 에너지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동남아 국가들의 2026년 성장률 전망치는 일제히 하향 조정됐다.

필리핀은 3.3%, 캄보디아는 3.9%, 미얀마는 2.2%로 각각 깎여 나갔다.

이는 지난 7월 전망치보다 크게 낮아진 것이자, 2025년 실적 대비 뚜렷한 급랭세다.

각국 정부는 수력 발전 결손을 메우기 위해 값비싼 화석연료 수입을 급격히 늘리고, 농가 직불금 지급 및 파종 시기 조정, 전략 연료 비축분 방출과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선 다변화, 소비자 가격 통제 등 막대한 재정 보조금을 쏟아부으며 방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베트남 7.8%·인도 7.0% 폭풍 성장… AI 인프라·반도체 공급망이 견인


반면 글로벌 테크 밸류체인과 연결된 신흥 기술 제조국들은 정반대의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의 AI 데이터센터 구축 붐과 첨단 전자부품, 반도체 조립·테스트 수요 폭증에 힘입어 베트남은 7.8%, 인도는 7.0%, 말레이시아는 4.9%로 각각 성장률 전망치가 대폭 상향됐다.

이들 국가는 기후 위기와 에너지 가격 충격 속에서도 글로벌 하드웨어 공급망 내 확고한 입지와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을 바탕으로 제조업 수출 엔진을 풀가동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동남아 최대의 AI 데이터센터 및 반도체 후공정 허브로 도약하고 있으며, 베트남은 전자제품 완성품 및 부품 공급망의 중심축으로 고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앨버트 파크(Albert Park) AD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마닐라 기자회견에서 "AI는 장기적으로 전 세계 경제의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강력한 메가트렌드라는 점에서 매우 낙관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주식 시장의 단기 변동성은 험난할 수 있다"면서 "아시아 개도국들이 단순한 소비자에 머물지 않고 실제 산업 공정에 AI를 신속히 도입해 구조적 생산성을 혁신하는 전략을 갖추는 것이 향후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국·대만·싱가포르 선진 경제도 '활짝'… 2027년엔 기후 충격 가시화 우려


AI 호황의 수혜는 역내 선진 수출 경제권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첨단 반도체와 고부가 IT 부품을 주도하는 4개국 역시 AI 수요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폭발적 성장'에 힘입어 2026년 경제 전망이 일제히 밝아졌다.

한편 거대 경제권인 중국(4.6%)과 인도네시아(5.2%)는 기존 전망치가 유지됐으며, 태국은 2.0%로 소폭 상향 조정됐다.

다만 ADB는 2027년을 기점으로 경계 신호가 켜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파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정학적 갈등이 추가로 번지거나 슈퍼 엘니뇨의 물리적 파괴력이 예상보다 심화될 경우, 농작물 수확 실패와 전력난의 누적된 부작용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며 대부분의 악영향이 2027년에 본격적으로 현실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현재 폭발적인 AI 하드웨어 설비 투자 수요 역시 점차 정상 궤도로 연착륙하면서 수출 확장 속도가 완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ADB는 2027년 아시아·태평양 개도국의 평균 성장률을 올해보다 소폭 높은 5.1%로 제시했다.

아시아개발은행의 이번 보고서는, 기후 재난이라는 '자연적 한계'를 기술 제조업이라는 '산업적 회복력'으로 상쇄할 수 있는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 간에 새로운 형태의 구조적 경제 불평등이 고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지표로 평가된다.

아울러 단기적인 AI 하드웨어 수출 특수를 넘어,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에너지 전환과 안정적 기저 전력망 구축이야말로 신흥국 경제의 중장기 생존을 좌우할 핵심 펀더멘털로 부상하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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