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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캘리포니아, 억만장자 5% 부유세 표결

최대 250명·총자산 2778조원 겨냥…11월 주민투표 앞두고 세수·자본이탈 공방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오른쪽)가 지난해 9월 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최한 기술·재계 지도자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오른쪽)가 지난해 9월 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최한 기술·재계 지도자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억만장자의 자산에 일회성으로 최대 5%를 부과하는 부유세 도입 여부를 주민투표로 결정한다.

캘리포니아에는 미국 어느 주보다 많은 최대 250명의 억만장자가 거주하고 있으며 이들의 자산은 모두 2조달러(약 2778조원)를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세수가 얼마나 걷힐지, 부유층의 다른 주 이전이 늘어날지, 기업 투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놓고 찬반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은 세금 도입을 막기 위해 1억달러(약 1389억원) 이상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도 주 차원의 부유세에는 반대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유권자들이 오는 11월 3일(이하 현지시각) 주 전역 주민투표에서 ‘프로포지션40’으로 불리는 억만장자 부유세 도입 여부를 결정한다고 로이터통신이 20일 보도했다.

◇10억달러 이상 자산에 일회성 최대 5%

프로포지션40은 자산이 10억달러(약 1조3890억원)를 넘는 개인과 신탁에 일회성으로 최대 5%의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과세 대상 자산에는 기업지분과 주식 등 유가증권, 미술품, 수집품, 지식재산권 등이 포함된다.

부동산과 일부 연금·퇴직계좌는 제외된다.

세수의 90%는 의료사업에 쓰고 나머지 10%는 식품지원 또는 교육 관련 사업에 사용하도록 했다.

과세 기준일은 올해 1월 1일로 소급된다. 주민투표를 앞두고 다른 주로 거주지를 옮기는 방식으로 과세를 피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한 조항이다.

법안을 함께 설계한 UC버클리의 경제학자 에마뉘엘 사에즈 교수는 이 법안을 억만장자에게 세금을 부과해 의료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찬성 측은 약 1000억달러(약 138조9000억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반대 측에서는 실제 세수가 400억달러(약 55조5600억원) 수준에 그칠 수 있으며 억만장자들이 캘리포니아를 떠날 경우 이후 소득세 수입과 투자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비당파적 입법분석실은 “정확한 세수를 제시하기 어렵다면서도 수년에 걸쳐 수백억달러의 일시적인 세수 증가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억만장자의 거주지 이전 등으로 향후 주 소득세 수입이 연간 10억달러(약 1조3890억원) 미만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산했다.

◇브린, 1억달러 넘게 들여 반대

반대 진영에는 캘리포니아 IT산업을 대표하는 억만장자들도 참여하고 있다.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는 프로포지션40 반대와 같은 투표용지에 올라가는 대응 법안들을 지원하는 데 1억달러 이상을 지출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브린은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옛 소련을 떠난 경험을 거론하며 뉴욕타임TM에 자신이 사회주의 체제가 초래한 결과를 경험했다는 취지로 프로포지션40에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뉴섬 주지사 역시 프로포지션40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다만 뉴섬은 억만장자를 포함한 고액 자산가에 대한 증세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주별로 세금을 부과할 경우 부가 다른 주로 이동할 수 있다며 연방 차원의 부유세를 주장하고 있다.

프로포지션40 찬성 측은 캘리포니아의 대학과 연구기관, 기술인력, 투자 생태계가 워낙 강해 부유세 하나 때문에 실리콘밸리의 기업과 자산가들이 대규모로 떠날 가능성은 낮다고 반박한다.

사에즈 교수는 “캘리포니아의 연구 인프라와 인재 기반 때문에 부유세가 실리콘밸리를 멈춰 세울 것이라는 주장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여론조사 48대41·52대46

최근 실시된 두 여론조사에서는 찬성 응답이 반대 응답보다 많았지만 격차는 크지 않았다.

UC버클리 정부학연구소(IGS)가 지난달 실시한 예상 유권자 조사에서는 프로포지션40 찬성이 48%, 반대가 41%였다.

9월 캘리포니아공공정책연구소(PPIC) 조사에서는 찬성 52%, 반대 46%로 나타났다.

로이터는 캘리포니아 주민발의 법안이 과거 선거에서 모두 통과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지금까지 주민발의안 가운데 약 3분의 1이 유권자의 승인을 받았다.

2022년 고소득자 증세를 추진했던 프로포지션30은 찬성 42%, 반대 58%로 부결됐다.

1978년에는 재산세를 제한한 프로포지션13이 통과돼 미국 전체의 감세운동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는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주이지만 세금 문제에서는 유권자들의 선택이 항상 같은 방향으로 나타나지는 않았다는 게 로이터가 인용한 정치학자들의 분석이다.

◇부유세 놓고 ‘재원 확보냐 자본이탈이냐’

이번 논쟁은 캘리포니아를 넘어 미국에서 초고액 자산가에게 어떻게 세금을 부과할지를 둘러싼 논쟁과도 맞닿아 있다는 지적이다.

캘리포니아에는 구글, 애플, 메타, 엔비디아 등 세계적인 기술기업들이 본사를 두고 있고 지난해 포브스 집계 기준 미국에서 억만장자가 가장 많은 주다.

찬성 측은 막대한 자산 증가에 비해 억만장자가 부담하는 세금이 충분하지 않으며, 의료와 식품지원 등 공공서비스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일회성 부유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자산에 대한 직접 과세가 기업가와 투자자의 다른 주 이전을 부추기고 장기적으로 세수와 투자, 사업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유럽에서도 프랑스,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독일 등이 1997년부터 2018년 사이 자본이탈과 조세회피, 경쟁력 문제 등을 이유로 부유세를 폐지한 바 있다.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11월 결정하게 될 프로포지션40은 미국 최대 기술산업 거점에서 억만장자 자산에 직접 세금을 부과할 것인지와 그에 따른 재정·경제적 영향을 둘러싼 논쟁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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