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번째 주’ 발언·관세전쟁 뒤 대미 거리두기…EU 준회원국 구상으로 관계 재편
이미지 확대보기EU가 캐나다에 사상 첫 ‘준회원국’ 지위를 제안하면서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 가운데 하나였던 캐나다가 대미 의존도를 낮추고 유럽과 경제·안보 관계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한층 구체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 초 캐나다를 미국에 더욱 긴밀하게 묶으려 했지만 캐나다 지도부를 압박하고 무역전쟁을 벌인 결과 오히려 캐나다와 EU의 관계가 가까워졌다고 16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EU의 캐나다 준회원국 제안은 트럼프식 외교가 기존 동맹관계에 미치는 파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NYT는 평가했다.
다만 준회원국 구상이 실제로 어느 정도의 경제·안보 통합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51번째 주’ 압박 이후 캐나다 여론 반전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초부터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는 발언을 반복했다.
당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공개적으로 조롱하고 양국 관계를 오랫동안 지탱해온 무역질서를 일방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이후 미국은 캐나다산 자동차와 철강, 알루미늄, 목재 등 주요 산업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양국의 통상갈등을 확대했다.
NYT는 이러한 압박이 캐나다 내에서 예상과 다른 정치적 결과를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는 입장을 내세운 마크 카니 총리를 중심으로 캐나다 유권자들이 결집했고 미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는 것이다.
카니 총리는 올해 스위스 다보스에서 중견국들이 미국 중심의 기존 국제질서에 의존하지 말고 함께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중견국들은 함께 행동해야 한다. 우리가 테이블에 앉아 있지 않으면 메뉴에 오르게 된다”고 말했다.
제임스 배칙 애틀랜틱카운슬 유럽센터 부소장은 캐나다와 EU의 최근 움직임을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과 발언이 초래한 직접적인 결과로 봐야 한다고 NYT에 말했다.
그는 캐나다를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는 발언과 그린란드를 둘러싼 위협이 캐나다와 유럽 모두에 미국이 과거만큼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이 아닐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고 평가했다.
◇EU, 캐나다에 사상 첫 ‘준회원국’ 제안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의회 연설에서 카니 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캐나다를 EU의 첫 준회원국으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유럽이 비슷한 가치를 공유하는 민주주의 국가와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캐나다를 지목했다.
캐나다와 EU는 완전한 EU 가입은 현실적인 선택지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대신 기존 무역·안보 협력을 더욱 심화하는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북극과 방위산업 기반, 핵심광물 등에서 캐나다와 유럽이 더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준회원국’이라는 지위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리애나 픽스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기존에 마련된 무역과 국방협정 이상으로 준회원국이 어떤 실질적 내용을 갖게 될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캐나다와 EU는 10월 말 정상회의를 열 예정이며 이 자리에서 보다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NYT는 따라서 이번 제안이 실질적 통합보다 정치적 상징성이 더 큰 조치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중견국도 목소리 낸다는 메시지”
그럼에도 이번 제안은 미국 중심의 동맹질서 변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픽스 선임연구원은 EU가 이번 구상을 통해 중견국들도 국제질서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의 제안에 즉각 반발했다.
그는 캐나다를 “형편없는 무역 상대국”이라고 부르면서 EU가 캐나다에 준회원국 지위를 주는 것이 미국에 대한 ‘적대 행위’라고 판단될 경우 유럽에 매우 높은 관세를 부과하거나 일부 교역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EU의 의도가 미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면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동맹국에는 강하게 압박하면서 미국의 전통적인 경쟁국을 대하는 방식과는 대조적인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도 전했다.
배칙 부소장은 유럽에서 미국이 기존 동맹국을 이런 방식으로 대한다면 다른 협력 상대를 찾아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흐름이 장기화할 경우 미국에서 벗어나는 ‘세대적 전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며 훼손된 관계를 복원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캐나다의 EU 준회원국 구상이 실제로 어느 수준까지 발전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그러나 미국과 지리·경제·안보 측면에서 가장 긴밀하게 연결돼온 캐나다가 유럽과의 전략적 관계를 확대하려는 움직임 자체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북미와 대서양 동맹관계가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NYT는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