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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비철금속의 반란"… 구리값, 희소금속 '니켈' 추월 눈앞 '사상 초유의 골든크로스'

LME 구리 톤당 1만 4,875달러 사상 최고치… 니켈 대비 88% 수준까지 가격 격차 좁혀
AI 데이터센터 초고압 전선·전기차 수요 폭증 vs 인니發 공급 과잉에 짓눌린 니켈 약세 대조
글로벌 구리 공급 2030년 피크 후 감소 경고… 美 핵심광물 지정과 레졸루션 광산 속도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과 전기화 붐으로 수요가 폭증하며 가격이 급등한 산업용 구리 코일.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증설과 전기화 붐으로 수요가 폭증하며 가격이 급등한 산업용 구리 코일. 사진=로이터


과거 전통 산업용 기본 금속(비철금속)으로 분류되며 희소금속에 비해 저평가받았던 구리(Copper)의 국제 시세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붐과 글로벌 전기화(Electrification) 수요 폭증에 힘입어 희귀금속의 대표 주자인 니켈(Nickel) 가격을 턱밑까지 추격하는 사상 초유의 대역전극이 가시화되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구리 선물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지난 10년 새 세 배 가까이 폭등한 반면, 배터리와 스테인리스강의 핵심 원료인 니켈은 인도네시아발 대규모 공급 과잉과 글로벌 배터리 업계의 LFP(리튬인산철) 쏠림 여파로 장기 침체에 빠졌다.
이에 따라 한때 니켈 가격의 7분의 1에 불과했던 구리 가격이 현재 니켈의 88% 수준까지 치고 올라왔다.

원자재 시장 전문가들은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가격 역전(Flips) 현상이 임박했다"며 구리가 단순한 산업용 금속을 넘어 국가 안보를 좌우하는 사실상의 '전략적 희소금속' 지위로 격상됐다고 평가했다.

9월 17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 도쿄발 보도에 따르면, LME 구리 3개월물 선물 가격은 지난 9월 10일 장중 톤당 1만 4,875달러라는 역대 최고가를 찍었다.

같은 날 LME 3개월물 니켈 선물이 톤당 1만 5,977달러에 마감한 것과 비교하면, 두 금속 간의 가격 비율은 0.88배까지 좁혀졌다.
금융정보업체 LSEG가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5년 이래 구리 가격이 니켈 가격을 능가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공급의 차이] '인니發 공급 폭탄' 니켈 vs '품위 저하·광산 고갈' 구리


두 금속 간의 극단적인 가격 수렴은 수급 구조의 구조적 격차에서 기인한다.

니켈의 경우 세계 최대 매장국인 인도네시아가 중국 자본과 고압산침출(HPAL) 기술을 결합해 공급량을 폭발적으로 늘렸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2025년 니켈 생산량은 260만 톤으로 지난 10년간 약 20배 폭증하며 전 세계 생산의 절반 이상을 장악했다.

이로 인해 글로벌 니켈 생산량은 10년 새 80% 늘어난 반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비싼 니켈 대신 저렴한 LFP 배터리 채택을 늘리면서 공급 과잉 압박이 심화됐다.

반면 구리 공급망은 한계에 직면해 있다.

2025년 글로벌 구리 광산 생산량은 약 2,300만 톤으로 10년간 증가율이 20%에 그쳤다.

기존 노천 광산의 광석 품위(순도)가 매년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데다, 신규 광산 개발에는 인허가부터 실제 상업 채굴까지 최소 10~15년이 소요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S&P 글로벌 에너지는 보고서를 통해 "대규모 신규 광산 발견이나 획기적인 증설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글로벌 구리 채굴량은 2030년 연간 2,700만 톤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40년 2,200만 톤 수준으로 급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AI 데이터센터가 삼키는 구리… "가격 기준 구리는 이미 희귀금속"


공급이 정체된 사이 수요는 폭발하고 있다.

태양광 및 풍력 발전 설비와 전기차(EV)에 필수적인 구리 수요에 더해, 최근 생성형 AI 열풍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초대형 데이터센터가 새로운 수요 블랙홀로 떠올랐다.

데이터센터 내 수천 대의 서버 랙과 고성능 연산 장치, 무정전전원장치(UPS), 수냉식 냉각 인프라 및 변전소 전력선 전반에 걸쳐 전기 전도성이 뛰어난 고순도 구리가 천문학적인 규모로 투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30년 이상 비철금속 시장을 분석해 온 스미토모 글로벌 리서치의 혼마 다카유키는 "과거에는 구리가 희소금속의 대명사인 니켈의 가격을 넘어설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며 "금속 시장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뒤집히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쿄대학교의 희소금속 전문가인 오카베 토루 교수 역시 "구리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국가 대항전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며 "현재 시장 가격과 전략적 가치를 감안할 때 구리는 이미 시장에서 희귀금속과 동일하게 취급되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美, 구리를 '국가 안보 핵심 광물' 지정… 애리조나 대형 광산 가속


주요 강대국들의 자원 안보 쟁탈전도 본격화됐다.

미국 정부는 공급망 차질 시 국가 경제와 첨단 방위 산업 전반이 마비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 2025년 구리를 ‘국가 핵심 광물(Critical Minerals) 목록’에 전격 편입했다.

아울러 환경 규제와 원주민 반발로 장기간 표류했던 애리조나주 수페리어(Superior) 인근의 ‘레졸루션 구리 광산(Resolution Copper)’ 개발 인허가 절차를 국가 주도로 가속하고 있다.

글로벌 광산 기업 리오틴토와 BHP가 합작 추진 중인 레졸루션 광산이 가동될 경우 향후 수십 년간 미국 전체 구리 수요의 25% 이상을 공급할 수 있는 북미 최대 생산기지가 될 전망이다.

구리와 니켈의 역사적인 가격 역전 임박은, 향후 ‘탈탄소 에너지 전환과 초거대 AI 인프라 구축이라는 21세기 디지털 문명의 뼈대가 결국 구리라는 기초 금속의 물리적 공급 한계와 정면 충돌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지표’인 동시에 ‘무제한 증산이 가능한 금속과 지질학적 고갈에 직면한 자원 간의 운명이 갈리며 글로벌 광물 패권의 판도가 완전히 재편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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