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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력난 속 규제 폭탄"… 트럼프 中 전력망 장비 퇴출령에 美 신재생 프로젝트 위기

외국산 변압기·BESS·인버터 겨냥 국가 비상사태 선포… 에너지부 12월 말 세부 품목 발표
사이버 안보 명분 소급 적용 검토에 개발사들 발주 잠정 중단… 우드맥킨지 "인버터 비용 최대 50% 급등"
BNEF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2035년 106GW로 3배 폭증"… 전력망 연결 지연·전기요금 인상 압박
텍사스에 있는 에너지 변전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국산 전력망 장비 제한 행정명령은 에너지 개발업자들의 비용을 증가시켰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텍사스에 있는 에너지 변전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국산 전력망 장비 제한 행정명령은 에너지 개발업자들의 비용을 증가시켰다. 사진=로이터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데이터센터 증설로 미국 전역이 극심한 전력 부족에 시달리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산 전력망 핵심 부품을 겨냥한 전방위 규제 행정명령을 발동하면서 미국 내 대규모 재생에너지와 전력망 구축 프로젝트가 줄줄이 지연·취소될 위기에 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산 전력 인프라 기술이 국가 안보와 사이버 보안에 중대한 위협을 초래한다며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에너지부(DOE)에 적대국에서 생산된 변압기,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 태양광 인버터, 관련 제어 소프트웨어의 도입을 전면 제한하도록 지시했다.

이 같은 조치에 직면한 현지 에너지 개발사들은 규제 품목 확정과 소급 적용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신규 부품 조달을 전면 중단했다.

중국산 의존도가 절대적인 상황에서 서방산 대체재를 찾지 못할 경우 설비 구축 비용이 폭등하고 계통 연계가 수년씩 밀려, 결국 빅테크의 AI 인프라 확장은 물론 미국 전체의 전기요금 인상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9월 16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 뉴욕발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로펌과 공급망 분석기관들은 지난달 서명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여파로 미국 청정에너지 개발사들이 장비 발주를 잇달아 보류하고 있다고 일제히 전했다.

"수개월 지연·비용 폭등 불가피"… 12월 말 소급 적용 여부에 촉각


글로벌 로펌 노턴 로즈 풀브라이트(Norton Rose Fulbright)의 힐러리 레프코(Hilary Lefko) 파트너 변호사는 "대체 공급선으로의 전환은 결코 신속하거나 쉽게 이루어지지 않으며, 최소 수개월 이상의 납기 지연을 초래해 프로젝트의 금융 타당성 자체를 뒤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행정명령이 이미 개발업자들의 자본 지출(CAPEX)을 끌어올리고 공사 일정을 지연시키는 직접적 뇌관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장 큰 불안 요인은 '소급 적용' 여부다.

에너지부는 오는 12월 말까지 구체적인 금지 대상 품목과 세부 지침을 확정해 발표해야 한다.

만약 규제가 소급 적용될 경우, 개발사들은 이미 현장에 설치 완료했거나 시험 운전 중인 수천억 원대 장비까지 강제로 철거·교체해야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이하게 된다.

신재생에너지 공급망 플랫폼 안자 리뉴어블스(Anza Renewables)의 라비 망가니(Ravi Manghani) 수석 이사는 "장비 납품 시한과 완공 마감일에 쫓기는 대다수 개발업자들은 금지될지도 모르는 장비를 강행 구매할지, 아니면 프로젝트를 멈춰 세울지 극단적인 양자택일에 내몰렸다"고 설명했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3배 폭증하는데… 中 BESS·인버터 옥죄기


이번 조치가 특히 치명적인 이유는 미국 전력망이 유례없는 AI발 수요 폭증을 감당해야 하는 중대 기로에 서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NEF(BNEF)에 따르면, 미국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2024년 34.7기가와트(GW)에서 오는 2035년 106GW로 3배 이상 폭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속한 발전소 증설과 그리드 확충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시점에 전력망 공급망을 틀어막은 셈이다.

BNEF는 특히 중국산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가 이번 규제에 가장 치명적으로 노출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변동성을 잡아줄 대규모 BESS 없이는 AI 데이터센터에 24시간 무중단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대용량 LFP 배터리와 시스템 패키징은 중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망의 두뇌 역할을 하는 인버터 시장도 패닉에 빠졌다.

앞서 지난 7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외국산 인버터 제재를 발표하면서, 미국 대규모 유틸리티 태양광 프로젝트의 핵심 공급사이던 중국 선그로우(Sungrow·양광전원)가 직격탄을 맞았다.

선그로우 고위 관계자는 "미국 시장 외에 대체 공급망을 즉각 찾을 수 있는 곳이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토로했다.

BNEF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외 글로벌 기업들이 공급한 태양광 인버터는 전 세계 물량의 8% 미만에 불과했다.

미국 내 대형 인버터 역시 30% 이상을 중국계 기업에 의존해 왔다.

글로벌 컨설팅사 우드맥킨지(Wood Mackenzie)의 조 샹그로우(Zoe Shangraw) 수석 애널리스트는 "공급망 전환 과정에서 미국 내 인버터 조달 비용이 최대 50%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기료 인상·AI 인프라 연쇄 지연… "리쇼어링 수년 걸려"


에너지 업계 전문가들은 무리한 대중국 차단 조치가 결국 미국 소비자들과 산업계 전반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부동산·에너지 컨설팅 기업 노보그라닥(Novogradac)의 줄리아 딩켈(Julia Dinkel) 부국장은 "신규 발전 및 송배전 인프라 공급이 폭증하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전력망의 신뢰도 저하와 정전 위험, 전기요금 상승 압박, 대규모 에너지 집약 시설(AI 데이터센터 및 반도체 팹)의 개발 지연이라는 연쇄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미국 전기제조사협회(NEMA)에 따르면, 미국 제조업계는 2018년 이후 국내 전력망 장비 생산 기반에 2,000억 달러 이상을 쏟아부으며 자립화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변압기와 인버터 공장을 짓고 숙련 인력을 양성해 상업 생산에 도달하기까지는 최소 수년의 시차가 발생한다.

자국 제조 기반이 완전히 뿌리내리기 전에 수입 빗장부터 걸어 잠그면서 공급 공백이 현실화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전력망 장비 퇴출 행정명령은, 향후 ‘국가 안보와 사이버 방어를 명분으로 글로벌 통상 장벽을 세우려는 백악관의 강경 기조가 오히려 자국 첨단 AI 패권의 토대인 전력 인프라 확충의 발목을 잡는 자가당착적 딜레마’인 동시에 ‘변압기와 BESS 등 대체 불가능한 필수 에너지 하드웨어를 둘러싸고 미·중 디커플링의 비용 청구서가 미국 테크 생태계에 본격적으로 들이닥쳤음을 보여주는 중대한 전환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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