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통과 물량 800만→100만배럴 급감…후티 공격에 바브엘만데브까지 위협
이미지 확대보기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보복 공격을 주고받는 가운데 예멘 후티 반군의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시설 공격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특히 원유와 정제유 재고가 줄고 중국의 원유 매입까지 늘어나면서 이번 유가 100달러 돌파는 앞선 급등 때보다 시장이 공급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약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 원유시장의 기준인 브렌트유가 9일(이하 현지시각) 장중 3.1% 상승한 배럴당 100.95달러(약 13만5700원)를 기록해 지난 7월 24일 이후 처음 100달러를 넘어섰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날 보도했다.
미국과 이란은 전쟁 전 세계 석유·가스의 약 5분의 1이 통과했던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놓고 공격을 주고받고 있다.
미군은 8일 밤 이란 유조선 5척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이번 주 두 차례 미 군함을 탄도미사일로 공격한 데 대한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은 9일 미국의 공격에 대응해 미 선박 2척과 유조선 8척을 공격해 큰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IRGC는 호르무즈 해협의 금지·위험 구역을 통과하려 한 선박 10척도 공격했다고 밝혔다.
IRGC는 요르단 알 아즈라크의 미군기지에도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전투기 정비·수리 격납고와 관련 시설을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 호르무즈 통과 물량 8분의 1로 급감
FT에 따르면 해상 통행 감소 규모도 커지고 있다.
리스타드 에너지의 호르헤 레온 지정학 분석 책임자는 “최근 충돌 격화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물량이 8월 마지막 주 하루 약 800만배럴에서 이번 주 약 100만배럴까지 급감했다”고 밝혔다.
그는 전쟁 초반보다 원유 공급 차질을 견딜 수 있는 시장 여건이 나빠졌다고 분석했다. 재고가 줄어든 데다 중국의 원유 매입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레온은 유가가 다시 100달러에 도달했지만 이번에는 원유 재고가 줄고 특히 디젤 등 석유제품 재고가 부족해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더욱 작아졌다고 지적했다.
각국이 전략비축유를 소진하고 있는 것도 새로운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 후티, 사우디 에너지시설 공격…두 번째 해협도 위협
공급 불안은 호르무즈 해협 밖으로도 번지고 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은 8일 사우디 에너지시설을 향해 수십기의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했다.
사우디 에너지부는 이번 공격으로 일부 시설의 가동이 일시 중단됐으며 여러 곳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고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공격받은 구체적인 시설과 피해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후티와 사우디의 충돌이 다시 격화하면서 10년 넘게 이어진 예멘 전쟁에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양측은 2022년 휴전에 합의한 뒤 비교적 소강상태를 유지했지만 후티가 지난 7월 사우디 항구 봉쇄를 선언하고 홍해에서 유조선을 공격하면서 교전이 재개됐다.
후티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폐쇄할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폐쇄 이후 이 해협은 사우디 원유 수출의 핵심 우회 통로로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호르무즈와 바브엘만데브라는 중동의 두 핵심 해상 수송로가 동시에 위협받을 경우 글로벌 원유 공급에 대한 압박은 더욱 커질 수 있다.
◇ 4월 126달러→70달러→다시 100달러
브렌트유는 전쟁이 격화한 지난 4월 말 배럴당 126달러(약 16만9400원)까지 치솟았다가 미국과 이란이 잠정 평화합의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70달러(약 9만4100원)까지 떨어졌다.
당시 합의는 4월 휴전을 60일 연장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단계적으로 재개방해 최종 합의로 이어가기 위한 틀을 마련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합의는 빠르게 무너졌고 지난 6주 동안 미국과 이란의 상호 공격이 이어지면서 국제유가는 다시 상승세를 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이란을 상대로 새로운 ‘경제전쟁’을 선언하고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 봉쇄와 이란 교역국 제재를 통해 경제적 압박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란은 미국이 봉쇄를 풀고 원유 수출을 허용하며 해외 동결자금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경우 기존 합의로 돌아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미 만료된 기존 양해각서는 효력이 없으며 복귀하지 않겠다는 뜻을 중재국들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미국과 이란 사이의 직접 협상은 중단된 상태다. 다만 중재국들은 비공식 소통 채널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협상 틀을 마련하려 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국제유가가 다시 100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가격 자체보다 얇아진 원유·정제유 재고와 두 핵심 해협의 수송 차질이 실제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지에 쏠리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