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타 법무장관, 영화 스튜디오 분리 운영도 조건으로 제시할 듯…24일 엘리슨 CEO와 담판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캘리포니아주가 파라마운트의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인수·합병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일부 케이블TV 채널을 매각하고 두 회사의 영화 스튜디오를 별도로 운영하도록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파라마운트가 인수 대금뿐 아니라 합병 이후 약 800억달러(약 111조400억원)에 달할 부채까지 떠안아야 하는 상황에서 수익을 내는 케이블 채널을 매각하거나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의 독립 경영을 보장해야 한다면 합병을 통해 기대했던 비용 절감과 사업 통합 효과가 상당 부분 줄어들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롭 본타 캘리포니아주 법무부 장관이 810억달러(약 112조4000억원) 규모의 파라마운트·워너브러더스 합병을 승인하기 전에 파라마운트에 일부 케이블 채널을 매각하도록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23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본타 장관은 파라마운트 영화 스튜디오와 워너브러더스 영화 스튜디오를 합치지 않고 별도 조직으로 유지하도록 요구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본타 장관과 데이비드 엘리슨 파라마운트 최고경영자(CEO)는 24일 만나 캘리포니아와 다른 11개 주가 지난달 제기한 반독점 소송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양측 변호사들은 이에 앞서 21일 만나 이번 회담에서 논의할 의제를 조율했다. 케이블TV와 영화사업 문제가 주요 협상 대상으로 올라간 것으로 전해졌다.
◇‘합병 저지’서 ‘조건부 허용’ 가능성으로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12개 주는 파라마운트와 워너브러더스가 합쳐지면 극장용 영화와 케이블TV 시장에서 지나치게 큰 영향력을 갖게 된다며 지난달 합병을 막기 위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영화·TV 제작과 관련 종사자의 고용 문제도 주정부가 우려하는 사안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합병 자체를 끝까지 저지하기보다 파라마운트가 경쟁 제한 우려를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를 내놓을 경우 합의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캐런 배스 로스앤젤레스 시장도 최근 양측에 타협점을 찾을 것을 촉구했다.
본타 장관은 파라마운트가 일부 자산을 매각하거나 사업구조를 실제로 바꾸는 ‘구조적 시정조치’를 내놓지 않으면 법정에서 합병 저지 소송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파라마운트는 합병 후 매년 극장용 영화 30편을 개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자산 매각이나 경영구조 제한에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케이블 채널 팔면 현금창출력 약화
파라마운트로서 가장 부담스러운 요구 가운데 하나는 케이블 채널 매각이다.
케이블TV 사업은 가입자들의 유료방송 해지와 광고수입 감소로 장기적인 하락세를 겪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한 현금을 창출하고 있다.
WSJ은 일부 채널만 매각하거나 분사해도 파라마운트의 수익성이 악화돼 합병 뒤 짊어질 막대한 부채를 상환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전했다.
파라마운트는 거래가 완료되면 약 800억달러(약 111조400억원)의 부채를 안게 될 전망이다.
따라서 케이블 자산 매각은 반독점 우려를 낮추는 효과가 있는 반면 파라마운트의 재무구조에는 부담을 주는 선택이 될 수 있다.
◇워너 스튜디오 ‘독립 운영’도 충돌
영화 스튜디오 운영방식도 양측의 핵심 쟁점이다.
본타 장관은 합병 이후에도 워너브러더스 영화 스튜디오를 독립적으로 유지하고 엘리슨 CEO가 운영에 깊이 개입하지 않는 방안을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파라마운트와 워너브러더스가 합병 이후에도 극장용 영화시장에서 사실상 별개의 경쟁자로 남도록 만들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엘리슨 CEO 측에서는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WSJ은 엘리슨 CEO의 입장을 아는 관계자를 인용해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에 사실상 손을 대지 않는 방식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라고 전했다.
두 회사의 사업을 통합해 비용을 줄이고 운영 효율을 높이는 것이 이번 합병의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인 만큼 워너브러더스 경영에 대한 파라마운트의 개입을 제한하면 합병의 경제적 효과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10월부터 분기마다 9000억원 비용 부담
파라마운트에는 시간도 부담이다.
워너브러더스와 체결한 합병 계약에는 거래가 10월1일까지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워너브러더스 주주들에게 추가 보상금을 지급하는 조항이 들어 있다.
이에 따라 거래가 지연되면 파라마운트는 10월부터 합병이 완료될 때까지 분기마다 약 6억5000만달러(약 9022억원)를 지급해야 한다.
현재 일정대로 반독점 소송이 계속되면 이 같은 지연 비용은 총 10억달러(약 1조3880억원)를 넘어설 수 있다.
파라마운트는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본사를 캘리포니아에서 다른 주로 이전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WSJ에 따르면 파라마운트가 가장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이전 후보지는 테네시주다.
파라마운트와 워너브러더스의 합병은 지난 6월 미 법무부의 승인을 받았으며 유럽연합(EU), 영국,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 규제당국의 심사도 통과했다.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가 주도하는 반독점 소송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협상이 합병 성사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남았다.
WSJ은 24일 본타 장관과 엘리슨 CEO의 회동을 앞두고 양측 협상에 정통한 관계자들이 당장 큰 폭의 진전이 이뤄질 가능성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