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대비 대당 7000만 달러 비싸…우파 행정부 전임정권 의혹 수사
계약파기 대신 대출조건 손질…절충교역 확대·방산참여 요구
계약파기 대신 대출조건 손질…절충교역 확대·방산참여 요구
이미지 확대보기콜롬비아의 신임 우파 행정부가 스웨덴 항공우주기업 사브(Saab)와 체결한 36억 달러(약 4조 9000억 원) 규모의 차세대 전투기 ‘그리펜(Gripen) E/F’ 17대 도입 계약에 대해 전면적인 조건 재검토에 착수했다.
태국 등 타국 대비 지나치게 비싸게 책정됐다는 가격 거품 논란과 전임 좌파 정권 시절 불거진 특혜 의혹을 면밀히 따져, 자국에 더 유리한 저금리 금융 지원과 자국 방산 기업의 참여 확대를 관철하겠다는 취지다.
8월 23일(현지 시각) 프랑스 군사 전문 매체 ‘존 밀리테르(Zone Militaire)’ 및 남미 군사 매체 ‘데펜사(Defensa)’ 등에 따르면, 최근 취임한 자유주의 우파 성향의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에야(Abelardo de la Espriella) 대통령 행정부는 구스타보 페트로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체결된 주요 무기 도입 계약 전반을 재평가하고 있으며, 그 첫 타깃으로 사브의 그리펜 E/F 구매 계약을 지목했다.
라팔 좌초 후 급선회한 그리펜…‘태국 계약 비교’에 고가 논란 폭발
이후 상대적으로 저렴한 도입비와 낮은 운용 유지비를 내세운 스웨덴 사브의 제안을 전격 수용해, 지난해 11월 그리펜 E/F 17대 도입 본계약과 함께 항공·사이버·에너지·수자원 분야 절충교역 협정을 36억 달러에 체결했다.
그러나 계약 체결 직전 스웨덴 사브가 태국 공군에 그리펜 E/F 4대를 5억 6000만 달러(대당 약 1억 4000만 달러)에 판매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콜롬비아 내에서 거센 후폭풍이 일었다. 콜롬비아의 도입 단가는 대당 평균 2억 1000만 달러를 웃돌아 태국 대비 대당 약 7000만 달러나 비싸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페트로 전 대통령 일가의 스웨덴 내 유착 및 부패 의혹까지 번지며 의회와 감사원의 조사가 이어졌다.
이에 대해 사브 측은 단순 기체 가격 외에 최신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 통합 자체방어 전자전 스위트, 첨단 정밀유도무기, 조종사 훈련 시뮬레이터, 예비 부품 패키지와 인플레이션 변동을 방어하기 위한 7년 장기 금융 지원 프로그램이 모두 포함된 총액이라고 해명했다.
“계약 파기 아닌 조건 재조정”…금융 조건 완화 및 자국 산업 참여 확대 압박
정권 교체 직전 페드로 산체스 전 국방장관은 계약금 1차분이 이미 지급돼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없다고 못 박았으나, 데 라 에스프리에야 신임 정부는 계약 취소가 아닌 '유리한 조항 수정'으로 방향을 잡았다.
콜롬비아 정부 관계자는 데펜사 인터뷰를 통해 이번 조치는 전투기 도입 자체를 취소하거나 납기를 지연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타국 계약 사례와의 가격 격차를 면밀히 따져 콜롬비아가 얻을 실질적 국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새 정부는 2032년까지 이어지는 대금 지급 일정에 맞춰 보다 유리한 저금리 장기 대출 조건을 확보하는 등 금융 비용을 대폭 절감하고, 단순 기술 지원을 넘어 콜롬비아 현지 방산·항공 기업들의 부품 생산 참여 및 기술 이전 비중을 대폭 확대하는 절충교역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태국 등 타국 수출 계약 조건과의 면밀한 비교 분석을 통해 전반적인 패키지 가격 조정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계약이 이미 유효하게 발효된 데다 1차 대금까지 집행된 상태인 만큼, 사브가 콜롬비아 신임 정부의 재협상 압박에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할지가 이번 대규모 전투기 도입 사업의 최종 향방을 가를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