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생산 폭증·화폐 그대로면 가격 급락 경고
AI 관련 감원 1분기 2만7000건…비트코인 공급구조도 주목
AI 관련 감원 1분기 2만7000건…비트코인 공급구조도 주목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과 로봇이 인간을 대신해 재화와 서비스를 대량 생산하는 시대가 현실화되면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제기한 ‘AI발 디스인플레이션’ 경고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생산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화폐가 늘지 않으면 상품 가격이 급락할 수 있어 정부가 국민에게 달러를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 머스크의 주장이다.
미국 경제매체 더스트리트는 AI로 인한 고용 대체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머스크가 지난 4월 제기한 달러와 AI 생산성의 관계가 새로운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고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머스크는 당시 자신의 소셜미디어 X를 통해 AI와 로봇이 생산량을 크게 늘린다면 국민에게 달러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대규모 디스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자동화가 재화와 서비스 공급을 급격하게 늘리는 만큼 이를 소비할 구매력 역시 함께 늘려야 한다는 논리다.
원리는 단순하다. 시장에 나오는 상품과 서비스는 크게 늘어나는데 유통되는 화폐 규모가 그대로라면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상품을 살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상품 가격은 하락하고 달러의 구매력은 높아진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물가 하락이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경제 전반이 부채와 소비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상황에서는 급격한 가격 하락이 또 다른 충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더스트리트의 분석이다.
◇ 머스크 해법은 ‘보편적 고소득’
머스크가 제시한 해법은 AI와 로봇이 창출한 막대한 생산량에 맞춰 정부가 국민에게 구매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는 이를 기존의 보편적 기본소득보다 한 단계 나아간 ‘보편적 고소득’으로 설명해왔다.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더라도 생산성이 충분히 높아지면 정부가 시민에게 소득을 지급해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또 다른 딜레마가 있다는 지적이다.
재화와 서비스 공급량 증가에 맞춰 정부가 달러를 계속 공급할 경우 디스인플레이션은 막을 수 있지만 기존에 유통되고 있는 달러의 구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 결국 AI 생산성 증가에 대응해 돈을 풀지 않으면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지고, 돈을 지나치게 많이 풀면 반대로 화폐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더스트리트는 이를 머스크의 구상이 직면한 핵심 통화정책 문제로 짚었다.
◇ AI발 감원 현실화…1분기 2만7000건
머스크의 주장이 다시 주목받는 배경에는 빠르게 진행되는 AI의 노동시장 침투가 있다.
미국 고용정보업체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 집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AI가 원인으로 지목된 감원은 약 2만7000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약 40% 증가했다. 더스트리트는 생산성 확대와 함께 AI가 노동시장에 실제 충격을 주기 시작하면서 소득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더 이상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후 AI 관련 감원은 더욱 빠르게 증가했다. 챌린저의 5월 보고서에서는 연초 이후 AI가 원인으로 언급된 감원이 8만7714건으로 전체 발표된 감원의 22%를 차지했다. 다만 기업이 감원 사유로 AI를 제시했다는 의미로 개별 일자리가 실제 AI에 의해 직접 대체됐다는 뜻과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 달러와 정반대인 비트코인 공급구조
더스트리트는 이런 상황에서 비트코인을 머스크가 제기한 법정화폐의 딜레마와 대비시켰다.
달러는 경제 상황에 따라 공급을 늘릴 수 있지만 비트코인은 발행 가능한 수량이 2100만개로 고정돼 있다. AI가 아무리 생산성을 높이더라도 공급량을 추가로 늘려 가격 하락이나 경기 변동에 대응할 수 없는 구조다.
더스트리트는 바로 이 공급의 비탄력성을 비트코인의 특징으로 지목했다. 정부가 AI로 인한 디스인플레이션에 대응해 화폐 공급을 확대할 경우 기존 화폐의 가치 희석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에게는 공급량을 임의로 늘릴 수 없는 자산이 대비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는 비트코인이 AI 시대의 통화 문제를 해결한다는 의미라기보다 법정화폐와 고정 공급 자산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같은 생산성 충격에 대응한다는 비교다.
더스트리트는 AI가 일자리와 생산구조를 빠르게 바꾸면서 정부가 새롭게 창출되는 부를 어떤 방식으로 분배할 것인지, 이 과정에서 화폐 공급과 구매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가 향후 핵심 경제 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