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걸리던 공기 3년으로 축소… 가스 발전소 부지 활용해 원전 단가 한계 돌파
'프로젝트 취소' 뉴스케일과 차별화… 2026년 텍사스 부지 조성·인허가 속도가 관건
'프로젝트 취소' 뉴스케일과 차별화… 2026년 텍사스 부지 조성·인허가 속도가 관건
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전력 수요 폭증에 직면한 미국 최대 원전 운영사 컨스텔레이션 에너지가 소형모듈원전(SMR) 상용화 판을 바꾼다.
블록노미(Blockonomi)는 지난 7월 16일(현지시각) 컨스텔레이션 에너지가 SMR 개발사 블루 에너지에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고 보도했다. 치솟는 건설비 탓에 좌초 위기를 겪던 SMR 시장에 공장식 대량 생산과 기존 인프라 재활용이라는 해법을 제시하며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돌파구를 열 수 있다.
공장서 찍어 조선소식으로 조립
블루 에너지는 조선소에서 배를 만들듯 원전 핵심 모듈을 공장에서 미리 규격화해 대량 생산한다. 현장에서는 바지선으로 실어 온 모듈을 조립만 하는 방식이다. 기존 대형 원전이 완공까지 10년 이상 걸리던 시간을 3년 안팎으로 확 줄이는 구조를 지향한다.
블루 에너지는 1기당 발전 용량이 300메가와트(MW)인 GE버노바-히타치의 'BWRX-300' 원자로를 이 공법으로 짓는다. 블루 에너지는 로봇 기반 대량 생산 체제를 전제할 때, 1킬로와트(kW)에 1만 5000달러(약 2235만 원)에 달하던 기존 원전 건설 단가를 5000달러(약 745만 원) 선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고 추정한다.
블록노미가 지난 16일 보도한 내용을 보면 이번 지분 투자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미국 1위 원전 운영사인 컨스텔레이션 에너지가 단순 설계가 아닌 제조 공법 표준화에 직접 자본을 투입했다는 점에서 시장은 주목한다.
규제·송전망 뚫는 '가스 부지 전환'
이번 투자가 노리는 핵심 차별화 전략은 가스 발전소의 원전 전환이다. 블루 에너지는 가동을 멈추거나 전환을 앞둔 천연가스 발전소 부지와 송전망을 그대로 활용해 SMR을 얹는 방식을 택했다.
기존에는 엄격한 원전 입지 규제와 천문학적 초기 투자비 때문에 민간 기업의 원전 전환 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가스 발전소의 이미 구축된 인프라를 활용하면 신규 원전 건설을 가로막는 최대 난제인 부지 선정과 대규모 송전망 연계 비용을 단번에 해결한다. 초기 투자 부담을 덜어내면서 민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본이 원전 시장에 쉽게 들어올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비용·규제 두 축의 리스크 관리
컨스텔레이션 에너지의 참전으로 세계 SMR 경쟁 구도는 한층 뚜렷해졌다. 빌 게이츠가 이끄는 테라파워나 엑스에너지 같은 기술 기업이 설계를 주도하는 동안, 컨스텔레이션 에너지는 실제 원전 건설·운영 능력과 결합한 제조 공법으로 차별화에 나섰다.
그러나 넘어야 할 리스크는 뚜렷하다.
첫째는 비용 리스크다. SMR 업계 선두 주자였던 뉴스케일파워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건설비 폭등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해 미국 아이다호주 프로젝트를 전격 취소했다. 블루 에너지 역시 실제 양산 단계에서 단가 상승 압박을 버텨내야 한다.
둘째는 규제 리스크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문턱도 높다. 블루 에너지가 최근 전환 공법 승인을 받으며 전력 공급 목표에 다가섰지만, 이는 초기 단계 허가다. 최종 부지 승인과 실제 건설 허가는 훨씬 혹독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블록노미가 지난 16일 인용한 뉴욕증시 마감 현황을 보면 컨스텔레이션 에너지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3.34% 떨어진 249.49달러(약 37만 원)에 거래를 마쳤다. 대규모 자금 투입에 따른 단기 비용 부담이 투자 심리에 영향을 준 탓으로 풀이된다.
시장 안착 가늠할 3대 지표
월가 증권사와 에너지 전문가들은 SMR 산업이 실제 전력망에 안착해 수익을 내려면 다음 세 가지 지표를 뚫어내야 한다고 진단한다.
첫째, 2026년 시작하는 텍사스 부지 조성 공사의 계획 준수 여부다. 초기 공사를 지연 없이 진행하는지가 조립식 신공법의 현장 검증대가 된다.
둘째, 미국 규제당국의 건설 인허가 속도다. 까다로운 승인 절차를 얼마나 빨리 통과하는지에 따라 상용화 타임라인이 결정된다. 블루 에너지는 2027년 최종 투자 결정을 마칠 예정이다.
셋째, 빅테크 기업과 맺는 장기 전력 구매 계약(PPA) 규모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SMR 전력을 구매하겠다는 확정 계약이 쏟아져야만 SMR의 최종 수익성을 확인한다.
AI 시대 원전 시장은 뛰어난 설계도를 그리는 단계를 지나, 누가 가장 빨리 싸게 지어 전기를 공급하느냐의 싸움으로 전환했다. 블루 에너지와 컨스텔레이션 에너지가 추진하는 텍사스 프로젝트는 그 성패를 가를 핵심 시험대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