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AI’ 제조·물류 현장 상용화 원년
인력난 해소할 실전형 솔루션 급부상
인력난 해소할 실전형 솔루션 급부상
이미지 확대보기물리적 인공지능(AI) 기술이 단순 시연 단계를 지나 실제 생산라인에 배치되며 제조업 혁신을 이끌고 있다.
그동안 기술적 과제로만 여겨졌던 ‘지능형 로봇’이 고령화와 숙련공 부족에 시달리는 글로벌 제조 현장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며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마키나 AI 서밋(Machina AI Summit)’에서 공개된 주요 산업 현장 사례들을 종합하면, 현재 로봇 도입의 핵심은 비용 대비 성과(ROI)를 즉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목표 지향적 실전 배치’로 압축된다.
작업 시간 91% 단축… 실전 입증된 ‘데이터 플라이휠’
산업계의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사례는 용접 자동화 스타트업인 경로 로보틱스(Path Robotics Inc.)다. 앤드류 론스베리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행사에서 “미국 내 숙련 용접공의 평균 연령이 55세에 달하고 인력 수급이 한계에 다다랐다”며, 자사의 AI 신경망 ‘옵시디언(Obsidian)’을 활용한 성과를 발표했다.
경로 로보틱스의 로봇은 실제 제조 현장에서 트럭 차체와 데이터센터 스키드(skid) 용접을 수행하며, 기존 150시간이 소요되던 작업을 단 9시간 만에 마쳤다. 이는 작업 시간을 91% 단축한 결과다.
핵심 비결은 ‘데이터 플라이휠(Data Flywheel)’ 모델이다. 이는 로봇이 현장에서 작업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모델 학습에 다시 반영해 매번 성능을 개선하는 선순환 구조를 의미한다.
재학습 없이 고정된 프로그래밍 동작만을 반복 수행하는 기존 자동화 방식과 달리, 데이터 축적을 통해 정밀도와 속도를 스스로 높이는 구조다.
물류용 휴머노이드 개발사인 애질리티 로보틱스(Agility Robotics Inc.) 또한 기능적 안전성이 강화된 ‘디짓(Digit) V5’를 앞세워 현장에 진출했다. 이제 로봇은 펜스 없는 공간에서 사람과 공존하며 물류 센터 내 빈 피킹(bin picking) 등 반복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보안과 범용성… 상용화의 걸림돌을 넘다
상업적 배치가 본격화되면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구체화됐다. 보안 기업 빅원(VicOne Inc.)은 로봇의 전 생애주기 보안을 강조했다.
제이슨 유 빅원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로봇이 산업용 네트워크에 연결된 환경에서 해킹 공격을 받을 경우 물리적인 생산라인 중단은 물론, 안전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단순 소프트웨어 보안을 넘어, 로봇의 하드웨어와 제어 시스템까지 보호하는 ‘디바이스 보호’ 기술이 업계의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로봇의 범용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스킬드 AI(Skild AI Inc.)는 로봇의 형태와 상관없이 하나의 두뇌로 제어하는 ‘스킬드 브레인(Skild Brain)’ 모델을 통해, 특정 작업에만 국한된 로봇의 한계를 깨고 있다.
2027년, 로봇 시장의 ‘폭발적 성장’ 예고
시장 분석 기관 세미어낼리시스(SemiAnalysis)는 2027년을 로봇 상업화의 분기점으로 지목했다. 레크 크누센 세미어낼리시스 분석가는 “단순한 범용성 추구보다 제조 현장의 특정 포켓(pocket)을 공략한 수익 모델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로봇 대량 생산 체계가 맞물리는 2027년경 휴머노이드 로봇 배치가 정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한국의 제조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선, 반도체, 자동차 등 숙련 노동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주요 산업 현장에서도 인력 부족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로봇 업계 관계자들은 “인건비 상승과 인력난이라는 구조적 위기를 AI 로봇 도입을 통해 돌파하려는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AI 로봇의 성공이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즉각 반응하는 ‘인지적 자율성’ 확보에 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로봇이 인간의 조종 없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실전 배치 사례가 늘어날수록, 4차 산업혁명은 실험실을 벗어나 공장 현장 한복판에서 완성될 전망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