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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재무부, AI 버블 경고 내부 보고서 초안에 선 그었다

“공식 입장 아니다” 반박…트럼프 행정부 AI 낙관론과 내부 리스크 논의 충돌
미 재무부가 AI 버블 위험을 경고한 내부 초안에 대해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 AI 투자 낙관론과 금융시장 과열 우려가 맞부딪히고 있다. 사진=챗GPT이미지 확대보기
미 재무부가 AI 버블 위험을 경고한 내부 초안에 대해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선을 그으면서 AI 투자 낙관론과 금융시장 과열 우려가 맞부딪히고 있다. 사진=챗GPT

미국 재무부가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이 거품으로 번질 수 있다는 내부 초안 보고서에 대해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AI 기업이 금융시장과 퇴직연금, 데이터센터 투자, 반도체·전력 산업에 깊숙이 연결되면서 조정이 발생할 경우 충격이 실리콘밸리를 넘어 확산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자 재무부가 즉각 진화에 나선 것이다.

8일(이하 현지시각)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미 재무부 대변인은 정치전문매체 노투스(가 보도한 AI 버블 경고 초안을 전날 부인했다. 해당 초안은 AI 기업들이 금융시장에 깊게 편입돼 있어 급격한 위축이 발생하면 미국 경제 전반에 파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부 대변인은 이 문건이 하급 직원이 작성한 초안이며 재무부의 공식 견해를 반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재무부 장관과 미 재무부의 공식 입장은 AI가 미국의 새로운 황금시대를 이끌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 “AI는 새 황금시대 동력” 반박


재무부의 이같은 반박은 트럼프 행정부의 AI 정책 기조와 맞닿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AI 투자를 미국 성장 전략의 핵심으로 강조해왔다.

재무부 대변인은 “AI가 전례 없는 생산성 향상을 가져오고 경제적 기회를 넓히며 미국 노동자와 기업의 역량을 강화할 잠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AI 투자 과열 가능성보다 기술 혁신과 성장 효과에 무게를 둔 발언이다.

베선트 장관도 AI 투자를 적극적으로 옹호해왔다. 그는 주요 기술기업들이 올해 약 7500억달러(약 1132조5000억원) 규모의 AI 인프라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미국이 중국에 기술 주도권을 넘겨주는 것이 더 큰 위험이라고 주장해왔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AI 투자를 공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그는 AI 기업 성장의 이익을 미국 국민이 공유할 수 있도록 연방정부가 AI 기업 지분을 보유하는 방안까지 거론한 바 있다.

◇ 초안은 닷컴 버블과 비교


논란이 된 초안은 현재 AI 투자 열풍 일부를 2000년대 초 닷컴 버블과 비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문건은 AI 버블이 터질 경우의 충격이 닷컴 붕괴 때보다 작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봤다.

초안은 오늘날 AI 대기업들이 당시의 투기적 인터넷 기업들보다 훨씬 크고 수익성도 높으며 자본력도 강하다고 지적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메타, 엔비디아 같은 기업은 실제 매출과 이익을 내는 거대 기업이라는 점에서 1990년대 말 닷컴 기업들과 다르다.

그러나 초안은 시장이 AI 기업들의 빠른 생산성 향상과 이익 증가를 과도하게 기대하고 있다는 점을 위험 요인으로 봤다. 기대가 현실에 미치지 못하면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고,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며 경제 성장도 둔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AI 기술 자체보다 금융시장에 반영된 기대치가 문제라는 시각이다. AI가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단기간에 너무 많은 자금이 몰리면 가격 조정 위험은 커질 수 있다.

◇ 401(k)도 AI 집중도 영향권


초안에서 주목한 또 다른 지점은 미국 퇴직연금의 AI 노출도다. 미국의 대표적 퇴직연금 제도인 401(k)는 대개 광범위한 주가지수 펀드에 투자된다. 그런데 최근 대형 기술주의 시가총액이 커지면서 이런 지수 펀드도 자연스럽게 AI 관련 대형주 비중을 높이게 됐다.

뉴욕포스트는 AI 관련 기업들이 최근 강력한 증시 랠리를 이끌었지만 성장 기대가 실망으로 바뀔 경우 광범위한 지수 펀드와 퇴직연금에도 충격이 번질 수 있다고 전했다.

자산관리사 마크 화이트 웰스 어드바이저스의 마크 J. 화이트는 AI 자체가 위험이라기보다 투자자들이 분산의 중요성을 잊는 것이 더 큰 위험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401(k) 가입자가 광범위한 시장지수 펀드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펀드들이 소수 대형 기술기업에 더 집중돼 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집중은 그동안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같은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조정받으면 일반 가계의 퇴직자산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AI 랠리가 월가의 일부 전문 투자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가계 자산과 연결돼 있다는 점이 초안의 핵심 우려 가운데 하나다.

◇ AI 버블 논쟁, 시장 전반으로 확산


AI 버블 논쟁은 이미 월가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생성형 AI 확산 이후 반도체,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전력망, 냉각 설비, 사모신용시장까지 관련 투자 범위가 빠르게 넓어졌기 때문이다.

AI 인프라 투자는 단일 산업의 설비투자를 넘어 금융시장 전체의 자금 흐름과 연결되고 있다. 데이터센터 건설에는 막대한 부채와 지분 투자가 필요하고, 반도체 기업은 수요 기대를 반영해 생산능력을 확장한다. 전력회사와 유틸리티 기업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전제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

AI 수요가 예상대로 커진다면 이런 투자는 생산성과 기업 이익을 높일 수 있다. 반대로 AI 서비스의 수익화가 늦어지거나 기업들의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과잉투자 논란이 빠르게 커질 수 있다.

재무부 초안은 바로 이 연결성을 문제로 본 것으로 알려졌다. AI 기업 주가가 조정되는 수준을 넘어 AI 인프라에 돈을 댄 금융기관과 퇴직연금, 사모신용, 전력·반도체 산업까지 함께 흔들릴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 재무부 공식 기조와 내부 경고의 간극


이번 논란은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 AI를 둘러싼 두 시각이 공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식 기조는 AI를 미국 경제의 새 성장 동력으로 보고 적극 육성하겠다는 쪽이다. 반면 정책 실무 차원에서는 AI 투자 과열과 금융시장 집중도에 대한 리스크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재무부가 초안을 즉각 부인한 것은 AI 낙관론에 균열이 생기는 것을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AI 투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산업정책과 중국 견제 전략의 핵심 축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무부 내부 문건이 AI 버블 가능성을 경고했다는 보도는 시장과 정책 메시지에 혼선을 줄 수 있다.

다만 초안이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해서 그 안의 문제 제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AI 관련 주식과 인프라 투자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앞서가고 있는지, 금융시장이 특정 기술 테마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는지는 앞으로도 계속 논쟁이 될 가능성이 크다.

◇ 기술 낙관론과 금융 안정의 균형


AI는 미국 경제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기업 자동화, 소프트웨어 개발, 의료, 금융, 물류, 제조 등 여러 분야에서 비용 절감과 효율 개선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기술 혁신이 곧바로 모든 투자 가격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닷컴 버블 때도 인터넷은 실제로 세상을 바꿨지만 당시 많은 기업의 주가는 실적보다 훨씬 앞서갔다. 결국 기술의 장기 가치는 살아남았지만 과열된 자산가격은 조정을 피하지 못했다.

현재 AI 논쟁도 같은 지점에 서 있다. AI가 구조적 성장 산업이라는 점과, AI 관련 자산 일부가 과열됐을 수 있다는 점은 동시에 성립할 수 있다.

미 재무부의 반박은 AI 투자에 대한 공식 낙관론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내부 초안 논란은 AI 붐이 이미 금융 안정과 퇴직자산, 산업 투자 전반에 영향을 주는 거대한 시장 변수로 커졌음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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