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화학도 33억달러 보탬…중동 생산 차질·주가 부진이 변수로 남아
이미지 확대보기엑손모빌이 이란 분쟁에 따른 유가 급등으로 2분기 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원유 가격 상승과 정유·화학 부문 개선이 동시에 실적을 밀어 올렸지만 중동 생산 차질과 주가 부진은 부담으로 남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엑손모빌이 올해 2분기 원유시장 급등으로 37억달러(약 5조6000억원)의 이익 증가 효과를 볼 것이라고 밝혔다고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엑손모빌은 이날 낸 성명에서 “원유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 증가에 더해 정유와 화학 부문에서도 33억달러(약 5조원)의 추가 이익 효과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다만 긍정적 효과가 모두 순이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엑손모빌은 중동 지역 생산 차질로 약 12억달러(약 1조8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해 일부 이익을 상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이란 분쟁이 만든 유가 프리미엄
이번 실적 개선의 핵심 배경은 이란 분쟁 이후 급등한 국제유가다. 2월 말 분쟁이 본격화된 뒤 원유시장에는 공급 차질 우려가 반영됐고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이 유가를 끌어올렸다.
엑손모빌 같은 초대형 석유기업은 유가 상승기에 직접적인 수혜를 받는다.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 부문의 판매 가격이 높아지고 정제 마진과 석유화학 제품 가격도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브렌트유의 2분기 평균 종가는 배럴당 96.68달러(약 14만6000원)로 1분기보다 23% 높았다. 4월에는 배럴당 109.27달러(약 16만5000원)까지 오르며 202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블룸버그 원문은 국제유가가 4월 말 배럴당 125달러(약 18만9000원)를 넘은 뒤 약 40% 하락했다고 전했다. 이는 엑손모빌의 2분기 이익 증가가 강력했지만 같은 효과가 오래 지속되기는 어려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
◇ 정유·화학 부문도 실적 보탬
원유 가격 상승뿐 아니라 정유와 화학 부문도 엑손모빌 실적을 끌어올렸다. 회사는 정유·화학 부문 개선으로 33억달러의 이익 증가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정유 부문은 원유를 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 석유제품으로 가공해 판매한다. 원유 가격이 오를 때 항상 정유 이익이 함께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제품 수요가 견조하고 공급이 빠듯하면 정제 마진이 확대될 수 있다.
화학 부문 역시 원료 가격과 제품 가격의 차이, 수요 흐름에 따라 수익성이 달라진다. 이번 분기에는 유가 상승과 공급 불안이 제품 가격과 마진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엑손모빌은 실제 원유 인도와 연결된 파생상품 포지션에서도 26억달러(약 3조9000억원)의 이익을 기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물리적 원유 거래와 맞물린 가격 변동이 2분기 손익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뜻이다.
◇ 생산 차질 손실은 1.8조원
다만 전쟁이 엑손모빌에 일방적인 호재였던 것은 아니다. 중동 지역 생산 차질로 인한 손실도 컸다.
회사는 생산 차질과 관련해 약 12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유가 상승으로 큰 이익을 얻었지만 일부 생산과 물류가 중단되거나 지연되면서 비용 부담이 함께 커진 것이다.
이 대목은 석유기업의 전쟁발 실적을 이해하는 핵심이다. 지정학적 충돌은 가격을 끌어올려 이익을 키울 수 있지만 동시에 생산 현장과 운송망, 정유 설비 운영에는 차질을 줄 수 있다.
특히 중동은 글로벌 원유 공급과 수송의 중심축이다. 호르무즈 해협과 인근 해역의 긴장이 높아지면 원유 수송비와 보험료, 물류 위험이 함께 올라간다. 엑손모빌처럼 글로벌 생산·정제·운송망을 가진 기업은 가격 상승 수혜와 운영 차질을 동시에 겪을 수밖에 없다.
◇ 유가 수혜에도 주가는 부진
눈에 띄는 점은 이익 증가 전망에도 엑손모빌 주가가 분쟁 이후 부진했다는 사실이다. 블룸버그는 엑손모빌 주가가 2월 말 분쟁 발생 이후 하락했으며 S&P500 에너지지수 안에서도 몇 안 되는 부진 종목이라고 전했다.
같은 기간 순수 정유업체, 미국 셰일 전문기업, 송유관 운영업체 주가는 크게 올랐다. 반면 엑손모빌은 유가 상승 수혜를 입었음에도 주식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졌다.
이는 투자자들이 엑손모빌을 단순한 유가 상승 수혜주로만 보지 않는다는 의미다. 생산 차질, 대형 통합 석유기업 특유의 비용 구조, 자본 배분, 장기 유가 전망이 함께 평가에 반영된다.
전쟁발 유가 급등이 2분기 실적에는 강한 보탬이 됐지만 주가는 앞으로의 유가 흐름과 공급 차질 해소 여부, 정유 마진 지속성까지 따져 움직인 셈이다.
◇ 석유 메이저 초과이익 신호
엑손모빌은 쉘에 이어 분기 가이던스를 공개한 두 번째 글로벌 석유 메이저다. 앞서 쉘도 견조한 트레이딩 실적을 예고했다.
두 회사의 발표는 다른 글로벌 석유기업들도 2분기에 상당한 초과이익을 낼 가능성을 키운다. 이란 분쟁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했고, 정유 마진과 에너지 트레이딩 여건도 개선됐기 때문이다.
석유 메이저들은 생산, 정유, 화학, 트레이딩을 모두 거느린 통합 구조를 갖고 있다. 특정 부문이 부진해도 다른 부문이 실적을 보완할 수 있다. 이번 분기에는 원유 가격과 정유·화학 부문이 동시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런 이익이 계속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국제유가는 4월 고점 이후 큰 폭으로 내려왔고 지정학적 위험이 완화되면 전쟁 프리미엄도 빠질 수 있다. 반대로 중동 긴장이 재차 고조되면 유가와 정제 마진은 다시 흔들릴 수 있다.
◇ 31일 전체 실적 발표
엑손모빌은 오는 31일 2분기 전체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사전 가이던스는 전체 실적 발표에 앞서 주요 손익 요인을 미리 제시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엑손모빌의 2분기 이익이 전분기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원유 가격 상승, 정유 마진 개선, 파생상품 이익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실적 기대가 높아졌다.
다만 전체 실적 발표에서는 생산량, 정제 마진, 자본지출, 주주환원, 중동 생산 차질 복구 상황이 함께 주목될 전망이다. 유가 상승으로 늘어난 이익이 일회성 요인인지, 하반기에도 이어질 수 있는 흐름인지가 핵심이다.
엑손모빌의 2분기 가이던스는 전쟁이 에너지 기업 실적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되는지를 보여준다. 원유 가격 급등은 막대한 이익을 만들었지만 생산 차질과 주가 부진은 그 효과를 일부 제한했다.
결국 이번 실적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란 분쟁은 엑손모빌에 단기 이익을 안겼지만, 시장은 이미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유가 프리미엄이 사라진 뒤에도 엑손모빌이 같은 수준의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31일 실적 발표의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