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아마존 250억달러 채권에 빅테크 채권 흔들

AI 인프라 자금 조달 봇물…투자자들 기존 하이퍼스케일러 채권 팔아 현금 확보
아마존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 추진으로 기존 빅테크·하이퍼스케일러 채권이 약세를 보이면서 AI 인프라 부채 조달 부담에 대한 투자자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챗GPT이미지 확대보기
아마존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 추진으로 기존 빅테크·하이퍼스케일러 채권이 약세를 보이면서 AI 인프라 부채 조달 부담에 대한 투자자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챗GPT

아마존의 250억달러(약 37조9000억원) 규모 채권 발행 추진이 미국 우량 회사채 시장에서 빅테크 채권 매도를 불렀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경쟁으로 대형 기술기업들의 채권 공급이 쏟아지자 투자자들이 새 아마존 채권을 사기 위해 기존 하이퍼스케일러 채권을 팔아 현금을 마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아마존의 대규모 채권 발행이 기존 하이퍼스케일러 채권 가격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하이퍼스케일러는 아마존,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메타플랫폼스처럼 초대형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운영하는 기술기업을 뜻한다.

아마존은 미국 달러화 채권 발행을 통해 최소 250억달러를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투자자 수요가 강할 경우 발행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새 채권 사려 기존 채권 판다

이번 발행은 단순히 아마존 한 기업의 자금 조달을 넘어 기술주 채권 전반에 압력을 주고 있다. 투자자들이 아마존 새 채권에 참여하기 위해 기존에 보유한 기술기업 채권을 매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가 확인한 딜러 호가에 따르면 아마존 기존 채권의 스프레드는 7~10bp 확대됐다. 스프레드는 미국 국채 등 기준금리에 더해 투자자가 요구하는 추가 금리다. 스프레드가 넓어진다는 것은 채권 가격이 하락하고 투자자가 더 높은 보상을 요구한다는 뜻이다.

스페이스X 채권도 9~13bp가량 스프레드가 벌어졌다. 알파벳, 엔비디아, 메타, 오라클 채권도 2차 시장에서 약세를 보였다. 아마존과 알파벳의 캐나다달러 표시 채권도 함께 밀렸다.

이는 AI 인프라 기업들의 신용도 자체가 갑자기 악화됐다는 의미라기보다 시장이 단기간에 너무 많은 기술기업 채권을 소화해야 하는 상황을 반영한다.

◇“집 사기 전 집 파는 것과 같다”

재너스헨더슨 인베스터스의 존 로이드 글로벌 멀티섹터 크레디트 책임자는 투자자들이 하이퍼스케일러 채권을 파는 이유를 집을 새로 사기 전에 기존 집을 파는 것에 비유했다. 새 아마존 채권을 사기 위해 자본을 비워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다만 차이가 있다면 하이퍼스케일러 채권은 이미 시장에 많이 깔려 있고 대부분의 포트폴리오가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로이드 책임자는 기술기업 채권의 기초 체력이 여전히 강하고 이날 약세가 반드시 신용 스토리의 변화를 뜻하지는 않는다고 봤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앞으로 AI 인프라를 조달하기 위해 이 부문이 얼마나 더 많은 부채를 필요로 할지 점점 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너스헨더슨은 기술 섹터와 하이퍼스케일러 채권에 대해 비중축소 입장을 취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 분야에서 대규모 채권 공급이 계속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AI 채권 공급 과잉 피로

아마존의 이번 채권 발행은 올해 전 세계 AI 관련 부채 발행 규모를 약 3350억달러(약 507조5000억원)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이는 지난해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AI 투자 경쟁은 데이터센터, 전력 설비, 서버, 그래픽처리장치(GPU), 자체 반도체, 냉각 시스템 등 막대한 자본 지출을 요구한다. 빅테크 기업들은 강한 현금흐름을 갖고 있지만, 투자 규모가 워낙 커지면서 회사채 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문제는 공급 속도다. 아마존, 알파벳, 메타, 오라클, 스페이스X 같은 기업들이 잇따라 대형 채권을 내놓으면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 안에서 같은 성격의 채권을 계속 늘려야 한다.

기술기업 신용도는 우수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특정 산업과 투자 테마에 대한 노출이 과도해지는 부담이 생긴다. 결국 새 채권을 사려면 기존 채권을 팔거나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아마존도 더 높은 보상 필요

RBC글로벌자산운용 블루베이의 안제이 스키바 미국 채권 책임자는 아마존의 새 채권 발행에서 신규 발행 프리미엄이 평균 10~15bp에 이를 수 있다고 봤다.

신규 발행 프리미엄은 기업이 새 채권을 팔 때 기존 채권보다 더 높은 금리를 얹어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비용이다. 시장에 공급이 많고 투자자들이 이미 비슷한 채권을 많이 들고 있을수록 이 프리미엄은 커질 수 있다.

스키바 책임자도 기술 섹터에 대해 비중축소 입장을 갖고 있다. 그는 빅테크의 자본 지출 전망이 계속 시장 예상을 웃돌 가능성이 크고 이는 추가 채권 발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AI 투자 경쟁이 계속되는 한 아마존 한 번의 채권 발행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투자자들은 앞으로 나올 공급까지 고려해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고 있다.

◇강한 신용도와 커지는 부채 부담

아마존의 신용도 자체는 여전히 견고하다. 전자상거래와 클라우드 사업을 통해 막대한 매출과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고 아마존웹서비스(AWS)는 AI 인프라 수요 증가의 핵심 수혜 사업으로 꼽힌다.

그러나 AI 인프라 투자는 과거와 다른 규모의 자본을 요구한다. 데이터센터 건설과 전력 확보, 반도체 조달, 냉각 설비 구축에는 수십조원 단위 비용이 들어간다. 투자 회수 기간도 짧지 않다.

채권 투자자들이 걱정하는 지점은 이 부분이다. 빅테크가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계속 차입을 늘릴 경우 지금은 강한 재무구조도 시간이 지나며 부담을 받을 수 있다.

물론 AI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클라우드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면 부채 조달은 성장 투자가 될 수 있다. 반대로 AI 서비스 수익화가 투자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회사채 시장은 더 높은 금리와 더 넓은 스프레드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

◇스페이스X까지 압박

이번 매도 압력은 전통 빅테크뿐 아니라 스페이스X 채권에도 번졌다. 스페이스X는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와 우주 인프라를 바탕으로 AI·통신 인프라 기업으로 재평가받고 있지만, 대규모 채권 발행 이후 시장 변동성에 노출돼 있다.

아마존 채권 공급이 스페이스X 채권 스프레드 확대까지 불렀다는 점은 투자자들이 AI 인프라와 관련된 다양한 기업을 하나의 큰 공급 테마로 보고 있음을 시사한다.

알파벳, 메타, 오라클, 엔비디아 채권 약세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마다 사업 구조와 신용도는 다르지만, 투자자 포트폴리오 안에서는 모두 AI 인프라 지출 확대와 연결된 대형 기술기업 채권으로 묶인다.

AI 투자 붐이 주식시장에서만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채권시장에서 신용 공급과 위험 프리미엄의 문제로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AI 자금 조달의 다음 시험대

아마존의 250억달러 채권 발행은 AI 투자 붐의 다음 시험대다. 투자자 수요가 충분하다면 아마존은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장기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기존 기술기업 채권 가격이 흔들린 것은 시장이 이미 공급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빅테크 채권은 안정성과 성장성을 함께 갖춘 우량 자산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제는 여기에 AI 인프라 투자 규모와 부채 증가 속도라는 변수가 더해졌다.

AI 경쟁이 계속되는 한 대형 기술기업들은 더 많은 데이터센터와 전력, 반도체를 확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회사채 발행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들은 이제 어느 기업이 더 좋은 기술을 갖고 있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얼마나 많은 부채를 감수하며 그 투자를 감당할 수 있는지도 따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