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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역대 최대 상장, '월가 방어능력' 시험대

기술주 변동성·중동 불안 속 첫 거래 안정 여부 주목
스페이스X의 상장이 미국 월가 대형 투자은행들의 거래 안정 능력을 가늠할 시험대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사진=챗GPT이미지 확대보기
스페이스X의 상장이 미국 월가 대형 투자은행들의 거래 안정 능력을 가늠할 시험대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사진=챗GPT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가 12일(이하 현지시각) 시장 데뷔를 앞두고 월가 대형 투자은행들의 거래 안정 능력을 가늠할 시험대로 떠올랐다.

변동성이 커진 미국 증시에서 1조7800억달러(약 2723조4000억원)짜리 기업을 고정 가격으로 상장시키는 초대형 거래이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페이스X가 주당 135달러(약 20만7000원)의 고정 공모가로 이날 증시에 데뷔할 것으로 예정이라면서 이번 상장이 월가 은행들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11일 보도했다.

스페이스X는 로켓과 위성, 인공지능(AI)을 결합한 머스크의 핵심 기업으로 꼽힌다. FT는 “이 회사가 적자 상태임에도 역대 최대 규모의 IPO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첫 거래일 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이번 거래의 핵심 과제가 됐다”고 진단했다.

◇ 고정가 135달러, 가격 발견 생략


통상 IPO에서는 투자은행들이 투자설명회 과정에서 기관투자자들의 반응을 수집한 뒤 공모가 범위를 조정하고 최종 가격을 확정한다. 수요가 강하면 공모가를 올리고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으면 가격을 낮추는 식으로 상장 전 가격 발견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스페이스X는 이 과정을 사실상 뒤집었다는 분석이다. 스페이스X 측은 주당 135달러라는 고정 가격을 먼저 제시했고 투자은행들은 이 가격을 전제로 투자자 수요를 모으는 역할을 맡았다. 한 대형 미국 헤지펀드 임원은 머스크가 가격을 정해 왔고 가격 발견은 없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같은 방식은 스페이스X와 머스크가 투자 수요에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주관사들이 시장 상황에 맞춰 가격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여지를 줄인다는 점에서 위험도 크다는 지적이다.
FT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지분 5% 미만을 매각해 최대 860억달러(약 131조6000억원)를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공모 규모 자체만으로도 2019년 사우디아람코가 기록한 294억달러(약 45조원)를 크게 웃도는 역대 최대 IPO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 수요는 충분하지만 급등 보장 못해


투자자 수요는 강한 편이다. 투자자와 은행 관계자, 거래에 가까운 인사들은 주문 규모가 배정 가능 주식의 최소 3배를 넘는다고 전했다. 그러나 FT는 초과 청약이 곧바로 상장 첫날 주가 급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번 거래의 더 어려운 과제는 첫날 거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미국 기술주 전반의 고평가 부담이 커졌고 AI 투자 회수 시점에 대한 의구심도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다 미국과 이란의 휴전이 흔들리는 지정학적 불안까지 겹치면서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스페이스X의 목표 기업가치도 논란거리다. FT는 이번 상장이 지난해 매출의 90배를 넘는 기업가치를 요구하는 거래라고 전했다. 성장 기대가 큰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시장이 이미 상당한 미래 성공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한 뉴욕 소형 증권사의 트레이딩 책임자는 “투자자들이 가장 망설이는 지점은 스페이스X의 밸류에이션”이라며 “1조7800억달러 목표 가치에 얼마나 많은 미래 성공이 이미 반영돼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 변동성지수 23.34까지 상승, 상장 환경도 부담


시장 환경도 만만치 않다. 미국 주식시장의 예상 변동성을 보여주는 변동성지수(VIX)는 통상 25를 넘으면 IPO 시장을 얼어붙게 하는 기준선으로 여겨진다. 지난 9일 VIX는 장중 23.34까지 올라 4월 초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스페이스X가 상장에 나서는 시점이 평온한 강세장이 아니라는 뜻이다. 고금리 우려와 기술주 조정, AI 투자 수익성 논란, 중동 리스크가 동시에 작용하는 상황에서 초대형 IPO가 시장의 소화 능력을 시험하게 됐다.

스페이스X가 원하는 가격과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 사이의 간극이 상장 첫날 바로 드러날 수 있다. 공모 물량이 충분히 소화되더라도 거래가 시작된 뒤 매도 물량이 몰리면 주가 방어 부담은 주관사들에게 돌아간다.

◇ 모건스탠리, 주가 안정화 역할 주목


상장 첫날 주가가 흔들릴 경우 주가 안정화 주관사인 모건스탠리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FT는 “매도세가 발생하면 모건스탠리가 시장에 들어가 추가 배정된 8300만주를 되사들이는 방식으로 주가를 방어할 수 있다”고 전했다.

주가 안정화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매도 압력이 강하면 공모가 부근에서 즉각 방어에 나서고, 매도세가 비교적 약하면 장 후반에 주식을 사들여 거래 첫날 종가가 최소한 공모가 밑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번 IPO에서는 이 안정화 작업이 특히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공모가가 이미 고정돼 있어 상장 전 가격 조정 여지가 적었고 공모 규모가 워낙 커 첫날 주가 흐름이 미국 IPO 시장 전체 분위기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 배정도 변수다. FT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전체 공모 물량의 20~30%를 배정받을 예정이다. 이 정도 비중은 대형 IPO로서는 이례적으로 높다.

◇ 머스크 개인투자자 팬덤에 기대


머스크와 스페이스X는 개인투자자 수요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다. 전문투자자들은 개인투자자들을 가격에 덜 민감한 매수자로 보는 경우가 많다. 머스크가 테슬라를 통해 강한 개인투자자 기반을 확보해 왔다는 점도 스페이스X IPO의 중요한 배경이다.

개인투자자 수요가 강하면 상장 직후 주가를 끌어올리는 힘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시장 분위기가 급격히 나빠질 경우 개인투자자 중심의 투기적 수요는 빠르게 사라질 수 있다.

한 전직 투자은행가는 “주가가 첫날 두 배로 뛸 수도 있지만 이란에서 교전이 발생하거나 기술주가 급락하는 등 불안 요인이 생기면 투기적 수요가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수 추종 펀드의 매수도 단기 수급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일부 주요 지수 제공업체가 도입한 신속 편입 규정에 따라 스페이스X가 상장된 뒤 15일 동안 지수 추종 펀드 운용사들이 수십억달러를 투입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단기 성패는 기관 보유 의지에 달려


헤지펀드와 장기 보유 성향의 기관투자자들도 공모 물량 상당 부분을 받아갈 전망이다. 상장 초기 성패는 이들이 주식을 오래 보유할지, 아니면 첫 거래일 차익 실현에 나설지에 따라 갈릴 수 있다.

기관투자자들이 장기 보유에 나서면 유통 가능 물량이 제한돼 주가가 강하게 움직일 수 있다. 반대로 단기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 공모가 방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스페이스X가 지분 5% 미만만 시장에 내놓는 구조도 양면성이 있다. 유통 가능 주식 비율이 낮으면 주관사들이 초반 주가를 통제하기 쉬워질 수 있다. 하지만 거래가 시작된 뒤 매수·매도 주문이 한쪽으로 쏠리면 가격 변동폭이 커질 위험도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번 상장은 단순히 투자자 수요가 많으냐의 문제가 아니라, 초대형 고평가 기술기업을 불안한 시장 환경 속에서 얼마나 매끄럽게 공개시장에 안착시키느냐의 문제라고 FT는 전했다.

◇ 사상 최대 IPO, 월가와 머스크 모두의 시험


스페이스X IPO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머스크의 기업 제국은 테슬라에 이어 또 하나의 초대형 공개기업을 갖게 된다. 로켓과 위성 인터넷, AI를 결합한 스페이스X의 성장 서사는 미국 증시에서 가장 강력한 투자 테마 가운데 하나로 부상할 수 있다.

반대로 첫날 거래가 흔들리면 고평가 기술주와 AI 관련 투자 열기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더 커질 수 있다. 특히 오랜 기간 침체를 겪은 대형 IPO 시장이 회복 국면에 들어서는 시점에서 스페이스X 상장의 성패는 뒤따를 대형 비상장 기업들의 상장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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