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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가격 인상 현실화… 삼성·SK하이닉스 '원가 전가 압박'

3나노 공정 단가 최대 15% 인상 관측… 국내 팹리스 원가 구조 직격탄
빅테크 AI 투자 7250억 달러 추정 속 공급 부족 심화… 가격 결정권 쥐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급증으로 공급 부족이 구조화되면서 대만 TSMC의 가격 결정력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급증으로 공급 부족이 구조화되면서 대만 TSMC의 가격 결정력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급증으로 공급 부족이 구조화되면서 대만 TSMC의 가격 결정력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과 영국 BBC방송은 10(현지시각)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5월 매출 신기록을 달성한 데 이어 본격적인 제품 가격 인상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 빅테크의 대규모 투자 자금이 몰리며 독점적 공급자 우위 시장이 고착화하는 양상이다.

이에 첨단 미세공정과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망에서 TSMC와 복잡하게 얽힌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계는 원가 전가 압박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했다.

대규모 투자 자금에 5월 매출 30% 급증… 거품론 일축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TSMC5월 매출은 41698000만 대만달러(20조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1% 증가했다. 인공지능(AI)과 고성능컴퓨팅(HPC) 수요 비중 확대가 고마진 구조를 지지하면서 매출 성장세를 견인했다. 월가 분석가들은 TSMC2분기 매출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35.0%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실적 급증의 배경에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대규모 자금 투입이 있다. 일부 금융투자업계 집계 기준에 따르면 구글 본사인 알파벳,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4대 기업이 올해 집행할 AI 관련 설비투자(CAPEX) 규모는 총 7250억 달러(110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추정치 간 편차가 존재하는 만큼 실제 집행 규모는 변동될 수 있다.

웨이저자 TSMC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주주총회에서 "전 세계 AI 칩 공급 부족 현상은 앞으로 수년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 역시 칩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는 AI 거품론에 대해 웬델 황 TSMC 최고재무책임자(CFO)BBC와의 인터뷰에서 "핵심 고객인 거대 정보기술 기업들은 자금력이 매우 풍부해 투자를 지속할 여력이 있다"며 거품 가능성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인플레이션 명분 삼은 가격 인상 예고… "제값 받겠다"


TSMC 경영진은 역대급 실적을 올리는 동시에 제품 단가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웨이저자 CEO는 주주들에게 "경쟁사들처럼 TSMC도 가격을 올리고 싶다"고 직접 언급했다. 반도체 업계는 TSMC가 최첨단 3나노미터(1nm10억분의 1m) 공정의 위탁생산 가격을 최대 15% 추가 인상할 것으로 관측한다.

웬델 황 CFOBBC 인터뷰에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사업 비용이 상승한 것은 사실"이라며 가격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일각에서 우려하는 4~5배 수준의 기습적인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CFO는 가격 인상의 정당성으로 TSMC가 보유한 기술 리더십과 제조 탁월성을 꼽으며 시장 가치를 그대로 반영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미국 아리조나주에 거액을 투자하는 등 해외 공장 증설로 인한 비용 상승도 압박 요인이다. CFO"정부의 요청이 아닌 고객사 수요에 맞춰 미국과 독일, 일본에 공장을 짓고 있다"면서도 "최첨단 공정 생태계는 대만에 남을 것이며 이를 미국 등으로 옮기는 데는 5~1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K·팹리스 영리한 주시… 4대 핵심 체크포인트


TSMC의 독점적 지위와 가격 인상 기조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포지션에 따라 각기 다른 형태의 부담을 안길 전망이다.
우선 삼성전자는 글로벌 팹리스를 두고 TSMC와 경쟁하는 포지션이지만, 일부 제품군에서는 외부 파운드리 활용 가능성도 존재하는 구조다. TSMC의 단가 인상은 원가 상승을 유발하는 동시에, 반대로 TSMC의 가격 부담을 느낀 빅테크 고객사들이 삼성 파운드리로 돌아서게 만드는 반사이익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고객 수요와 연동한다. HBM 자체는 내부 공정으로 생산하지만, 이를 구매하는 엔비디아 등 핵심 고객사의 AI 플랫폼 칩 자체가 TSMC의 첨단 패키징 라인인 'CoWoS' 공정 병목에 묶여 있다. TSMC의 패키징 단가 인상이나 캐파 부족은 SK하이닉스의 HBM 출하량과 연동될 수밖에 없다.

국내 팹리스들의 경우는 원가 압박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대형 빅테크와 달리 TSMC를 대체할 협상력이 부족한 국내 AI 반도체 설계 기업들은 가격 인상분을 최종 고객에게 전가하기 어렵다. 당장 수익성 악화라는 부담 가중에 직면하게 된다.

향후 반도체 시장의 향방과 투자 리스크를 점검하기 위해 독자들이 주목해야 할 4대 핵심 지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분기별 설비투자 집행 속도다. 테크 기업들의 인프라 지출 규모는 AI 칩 수요의 지속성을 가늠하고 파운드리 호황의 수명을 판단하는 직접적인 척도가 된다.

둘째, TSMC'CoWoS' 등 첨단 패키징 생산능력(캐파) 확대 추이다. 현재 AI 반도체 공급망의 가장 큰 병목은 웨이퍼 생산보다 패키징 공정에 집중되어 있어 가동률 추이가 중요하다.

셋째, 대만 3나노 공정의 실제 단가 인상 폭과 국내 팹리스의 영업이익률 변화다. TSMC의 단가 인상이 현실화하면 국내 설계 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가중되므로 이들의 마진 방어 능력을 확인해야 한다.

넷째, 삼성전자의 차세대 선단 공정 수율 개선 속도와 고객사 확보 여부다. TSMC의 독주를 견제하고 국산 반도체 생태계의 비용을 절감하려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수율 안정화가 선행되어야만 한다.

국내 증권가 관계자는 TSMC의 일방적인 가격 전략이 국내 종합반도체기업의 자체 파운드리 경쟁력을 자극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단기적인 비용 부담에 따른 수익성 둔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망 다변화와 자체 미세공정 안정화를 이룩하지 못하면 한국 반도체 산업이 대만발 원가 폭등의 충격파를 지속적으로 흡수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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