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5000명 선원 명부 대규모 유출…미·유럽 연합 검문 강화에 ‘바그너 사열 보병’ 배치
매달 100억 달러 안보 자금줄 차단 위기…‘가짜 깃발’ 유조선 나포에 선박 ‘러시아화’ 급선회
매달 100억 달러 안보 자금줄 차단 위기…‘가짜 깃발’ 유조선 나포에 선박 ‘러시아화’ 급선회
이미지 확대보기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강력한 경제 제재망을 뚫고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에 매달 최대 100억 달러(약 14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전쟁 자금을 수혈해 온 러시아 ‘그림자 플리트(Schattenflotte·유령 유조선단)’의 극비 내부 데이터가 통째로 유출됐다. 미·유럽 해군이 해상 봉쇄와 강습 검문을 강화하자, 러시아가 악명 높은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 출신 용병들을 유조선에 무장 배치해 선원들을 감시하고 서방 군 당국을 협력 방해로 위협해 온 충격적인 민낯이 전면 노출됐다.
9일(현지 시각) 독일 공영방송 NDR과 남독일신보(SZ), 영국 더 타임스 등 유럽 10여 개국 권위지들이 참여한 국제 공동 조사 전문 매체 ‘팔로우 더 머니(Follow the Money)’의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반체제 단체 ‘도시에 센터(Dossier Center)’가 입수한 발트해 해역 러시아 오일 항구의 선원 명부 가동 데이터가 전격 유출됐다. 2023년부터 2026년 현재까지 축적된 이 데이터에는 유령 유조선 700여 척의 항적과 함께 무려 8만 5000명에 달하는 승조원의 인적 사항이 고스란히 담겼다.
서방 해군의 기습 검문에 ‘기관총 든 바그너 용병’으로 맞불
유출된 문건에 따르면, 유럽 연합(EU)이 러시아 유령 유조선에 대해 전방위적인 나포 작전을 개시한 2024년 말부터 러시아 국방부와 정보 당국의 움직임이 급격히 거칠어졌다.
과거 서방 해군은 공해상 항해의 자유를 존중해 유령 선단을 묵인했으나, 2024년 12월 핀란드 해군이 해저 케이블을 훼손한 러시아 유조선 ‘이글 S(Eagle S)’호를 영해로 강제 예인한 것을 기점으로 공세로 전환했다. 프랑스와 에스토니아 등 최소 10개국 이상이 국제해양법협약(UNCLOS)을 위반한 ‘가짜 깃발(무국적·위조 기장)’ 유령 유조선들을 차례로 제압하고 원유 화물을 몰수하자 푸틴 정권은 치명적인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이에 러시아 모스크바에 본사를 둔 민간 보안업체 ‘모란(Moran)’을 앞세워 2025년 초여름부터 유령 유조선에 무장 용병들을 대거 투입한 사실이 선원 명부를 통해 확인됐다. 조사팀은 최소 140회 이상의 유령 유조선 운항 일지에서 기관총 등으로 무장한 소속 용병 83명의 신원을 정밀 식별했다. 이들은 대부분 정규군 출신이거나 바그너 그룹에서 실전 경험을 쌓은 베테랑 살인 병기들이었다. 이들은 서방 특수부대의 기습 승선(Boarding) 작전 시 물리적 충돌을 유도해 안보적 불안감을 고조시키는 기만 전술을 폈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 선원들이 서방 당국에 순순히 협조하지 못하도록 선내에서 ‘권총 협박’과 군기 단속을 전담하는 공포 정치를 펼쳤다.
선박 75% ‘러시아 국적선’으로 급선회
그러나 올해(2026년) 들어 유령 유조선 내 사브 용병들의 점유율이 급감하는 기현상이 포착됐다.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용병을 배치하는 대신 아예 선박 자체를 ‘러시아화(Russisierung)’하는 더 정교한 2단계 통제 전략을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023년 초만 해도 유령 유조선 선장의 러시아인 비율은 3분의 1에 불과했으나, 2026년 현재는 75% 이상이 러시아 국적 선장으로 교체됐다. 선박의 깃발 역시 제3국 편의치적선에서 러시아 국적선으로 일제히 전환됐다. 국제법상 국적선에 타국 임시 보안 요원이나 해경이 진입하려면 해당 국가의 명확한 승인이 필요하다는 맹점을 악용한 것이다. 통제가 손쉬운 자국 선장을 앉혀 서방의 법적 나포 명분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꼼수다.
마르크 헨리히만(Marc Henrichmann) 독일 연방의회 국가정보통제위원회 위원장은 “푸틴 체제가 유조선에 무장 병력을 알박기하고 선박 국적을 세탁하는 고육지책을 쓰는 것 자체가 서방의 경제 제재 압박이 핵심 급소를 제대로 찔렀다는 명백한 반증”이라며 강경한 ‘송곳 제안’의 지속을 촉구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나토 불신 기조 속에서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이 보복을 두려워해 유령 유조선의 자국 영해 통과를 방임하고 있다는 내부 자성론이 고개를 드는 가운데, 바다 위에서 벌어지는 푸틴의 무법적인 ‘원유 밀수 커넥션’을 완전히 끊어내기 위한 동맹국 공조 체제는 또 다른 안보 시험대에 올랐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