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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對쿠바 ‘석유 봉쇄’ 여파로 쿠바 시가 산업 위기

전력난·물류 차질 겹쳐 생산 급감…가격 급등에도 노동자 삶 악화
쿠바 시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쿠바 시가. 사진=로이터

미국이 쿠바에 대한 사실상의 석유 봉쇄를 강화하면서 쿠바의 대표 수출 산업인 시가 산업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전력난과 연료 부족이 겹치면서 생산과 유통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각) 알자지라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초 쿠바로 향하는 외국산 원유 공급을 차단하는 조치를 취한 이후 쿠바 전반에 에너지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쿠바는 전체 원유 수요의 약 6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으나 미국이 제재를 강화하면서 사실상 공급이 끊긴 상태다. 최근 몇 달 동안 쿠바에 도착한 원유 운반선은 러시아 유조선 1척에 그쳤으며 약 73만배럴 규모 물량은 1주일 남짓 사용 가능한 수준으로 추정됐다.

이로 인해 쿠바에서는 대규모 정전이 반복되고 있다. 올해 들어 전력망이 세 차례 완전히 마비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 전력·연료 부족에 시가 생산 차질


에너지 위기는 시가 산업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쿠바 정부에 따르면 주요 재배지인 피나르델리오 지역 담배 농지의 약 50%가 전기 관개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어 전력 부족이 곧바로 생산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생산 공정 역시 타격을 받았다. 건조된 담배 잎은 수도 아바나 공장으로 운송돼 수작업으로 말려지는데 연료 부족으로 운송이 지연되고 전력 부족으로 공장 가동도 어려운 상황이다.

캐나다 시가협회의 셸던 로이드 스미스 회장은 “연료 부족과 정전, 물류 제약이 공장 운영을 지속적으로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쿠바 정부도 지난 2월 에너지 위기와 경제 상황을 이유로 연례 시가 축제를 취소했다.

◇ 생산 감소 속 가격 급등


공급 부족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쿠바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시가 수출액은 약 8억2700만 달러(약 1조2150억 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생산 증가보다는 가격 인상 효과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 주요 수출국인 스페인에서 프리미엄 시가 ‘코히바 시글로 6’ 가격은 현재 105유로(약 18만원) 수준으로 2022년 1월 37.8유로(약 6만5000원)에서 약 178%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생산 감소를 가격 인상으로 만회하려는 전략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 노동자 임금 정체…산업 기반 약화


가격 상승과 달리 노동자들의 처우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16년째 시가를 제조해온 한 노동자는 월 6000쿠바페소를 받고 있는데, 이는 비공식 환율 기준 약 12달러(약 1만8000원)에 불과하다. 현지에서 판매되는 시가 1개 가격이 약 116달러(약 17만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임금 수준은 극히 낮은 상태다.

연료 부족으로 대중교통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노동자들은 수 킬로미터를 걸어서 출퇴근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팬데믹 이후 인구의 약 4분의 1이 해외로 이탈하면서 노동력 부족도 심화되고 있다. 일부 공장은 과거 400명 규모에서 현재 80명 수준으로 축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 장기 위기 가능성…경쟁국 반사이익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와 노동력 감소, 구조적 공급 문제까지 겹치면서 쿠바 시가 산업의 장기적 위기를 우려하고 있다.

니카라과와 도미니카공화국 등 경쟁국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일부에서는 공급 부족이 오히려 희소성을 높여 고급 시가 수요를 유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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