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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 “2026년 아세안 경제 먹구름… 베트남·태국 직격탄 우려”

이란 전쟁발 석유 충격·美 관세 불확실성 결합… 수출 의존도 높은 국가 둔화 가속
말레이시아 ‘AI 붐’ 타고 상대적 선방… 필리핀은 에너지 비상사태 속 3.7% 성장 전망
3월 26일 케손시티에서 필리핀 지프니 운전자들이 연료 가격 상승에 반대하는 집회를 벌였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3월 26일 케손시티에서 필리핀 지프니 운전자들이 연료 가격 상승에 반대하는 집회를 벌였다. 사진=로이터
이란 전쟁으로 인한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가 동남아시아 경제의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베트남과 태국이 올해 가장 큰 성장 둔화를 겪을 것으로 예측한 반면, 인공지능(AI) 산업 투자가 활발한 말레이시아 등은 상대적으로 충격을 완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9일(현지시각) 자카르타에서 발표된 세계은행의 ‘동아시아 및 태평양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 전반의 성장세가 작년 대비 꺾이는 가운데 국가별 산업 구조에 따른 회복력 차이가 뚜렷해질 전망이다.

◇ 수출 효자 베트남의 위기… ‘8%대 성장’ 시대 저무나


그동안 아세안(ASEAN) 성장을 견인해온 베트남은 외부 환경의 급변으로 가장 뼈아픈 타격이 예상된다.

세계은행은 베트남의 2026년 성장률을 6.3%로 전망했다. 이는 여전히 아세안 5개국 중 가장 높은 수치지만, 2025년 기록한 8.02%와 2026년 상반기의 7.8%에 비해 크게 둔화된 수치다.

아디티야 마투 세계은행 개발연구 국장은 "미국의 관세 불확실성과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인한 석유 충격이 결합되어 수출 중심의 베트남 경제에 깊은 상처를 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2주간의 일시적 휴전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베트남 정부는 이미 기업들에 재택근무를 권장하며 연료 절감을 호소하고 있으며, 하노이 등 대도시 주유소에는 연료를 사려는 시민들의 긴 줄이 늘어서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 관광 침체 태국과 에너지 비상사태 필리핀

관광업과 정치적 요인에 민감한 태국과 필리핀 역시 험난한 한 해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캄보디아와의 분쟁, 국내 정치 혼란, 그리고 이란 전쟁으로 인한 관광 수요 위축이 겹치며 지난해 2.4%에서 1%대 초반으로 성장이 급락할 전망이다.

태풍과 홍수 등 자연재해에 이어 연료 가격 폭등으로 인해 최근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부패 스캔들과 공급망 혼란이 겹치며 지난해(4.4%)보다 낮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 ‘AI 호황’ 타는 말레이시아와 ‘자원 민족주의’ 인도네시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일 국가로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가 꼽혔다.

비록 성장 속도는 다소 둔화되나, 글로벌 AI 붐에 따른 기술 투자와 코드(Code) 수출이 에너지 충격을 상쇄하고 있다. 마투 국장은 "오늘날 이 지역에서 가장 역동적인 수출은 AI 관련 분야"라며 말레이시아의 역동성을 높게 평가했다.

지역 최대 경제 대국인 인도네시아는 석유 충격에 대응해 광물 가공 산업 발전을 더욱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자카르타 당국은 지정학적 긴장을 계기로 원자재 수출 제한을 강화하며 자국 내 산업 회복력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 공급망 전반에 스며드는 ‘전쟁 비용’… 2027년 반등 기대


세계은행은 이번 위기가 제조업 에너지 비용 상승뿐만 아니라 비료 및 식품 가격 상승을 초래하여 반도체 산업을 포함한 전체 생산 체인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가 보편적 지원보다는 빈곤층과 취약한 중산층, 그리고 중소기업을 타깃으로 한 정교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이란 전쟁의 영향 규모가 우려했던 것보다는 작을 수 있으며, 많은 국가가 2027년에는 반등기를 맞이할 것으로 예측했다.

◇ 한국 기업에 주는 시사점


베트남의 성장 둔화와 에너지 수급 불안은 현지 생산 법인을 둔 한국 기업들의 운영 단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에너지 효율화 설비 도입과 물류 경로 다변화가 시급하다.

말레이시아가 AI 붐의 수혜를 입고 있는 만큼, 한국의 반도체 및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말레이시아와의 기술 협력 및 수출을 강화할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세계은행이 예측한 2027년 반등 시나리오에 맞춰, 중장기적인 아세안 투자 계획과 마케팅 전략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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