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17과 다른 곡선 설계…B-2·조인트스타즈로 이어진 기술 유산
"박쥐보다 작은 RCS"…저피탐 레이더·네트워크전 개념을 선도하다
"박쥐보다 작은 RCS"…저피탐 레이더·네트워크전 개념을 선도하다
이미지 확대보기미 공군과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추진한 극비 스텔스 실험기 프로그램 '태싯 블루(Tacit Blue)'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미국 군사 전문 매체 19포티파이브(19FortyFive)가 보도했다.
'고래(The Whale)'라는 별명으로 불린 이 기체는 1970년대 후반부터 1985년까지 극비리에 운용되며 곡면 스텔스와 저피탐 센서 기술의 가능성을 실증한 핵심 시험 플랫폼이었다. 프로그램의 존재는 종료 후에도 11년간 철저히 봉인돼 있다가 1996년에야 공식 확인됐다.
F-117과 갈린 길…'각진 스텔스'에서 '곡면 스텔스'로
태싯 블루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스텔스 개념을 정면으로 뒤집은 '곡면 설계'였다. 당시 F-117 나이트호크(Nighthawk)는 평면을 조합한 '파세트(faceted) 구조'로 레이더 반사파를 분산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반면 태싯 블루는 부드러운 곡선형 표면, 이른바 '가우시안 곡면(Gaussian surfaces)'을 적용해 레이더파를 자연스럽게 산란시키는 전혀 다른 접근법을 선택했다.
이 설계 철학은 이후 B-2 스피릿(Spirit) 폭격기로 고스란히 이어지며 현대 스텔스 항공기 형상의 새로운 기준을 정립했다. 공기역학적으로 불안정한 기체를 제어하기 위해 디지털 플라이바이와이어(fly-by-wire) 시스템이 함께 적용됐는데, 이 역시 오늘날 스텔스기의 필수 기술로 자리 잡았다.
레이더반사면적(RCS) 성능도 당시 기준으로 파격적이었다. 미 공군 획득 담당 고위 관계자였던 조지 뮬러(George Muellner)는 이를 "박쥐보다 작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엔진을 동체 내부 깊숙이 매립하고 상부 흡입구로 공기를 공급하는 구조를 통해 적외선 신호까지 감소시킨 결과였다.
1대의 시제기, 135회 비행…네트워크전 개념의 씨앗
태싯 블루는 단 1대의 시제기만 제작됐다. 이 기체는 1982년부터 1985년까지 총 135회의 시험비행을 수행하며 저피탐 정찰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을 검증했다.
혁신의 본질은 센서와 데이터 연동에 있었다. 태싯 블루는 저피탐(LPI) 레이더를 통해 적에게 탐지되지 않으면서도 지상 목표를 지속 추적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지상 지휘소에 전송하는 능력을 입증했다. 이 개념은 훗날 E-8 조인트스타즈(Joint STARS)와 같은 전장 감시체계의 핵심 원리로 발전했다.
프로그램 보안은 극도로 엄격했다. 노스롭(Northrop) 내부에서는 '고래'라는 코드명이 통용됐지만, 외부에는 철저히 은폐됐다. 시험 종료 후 기체는 해체·보관돼 냉전 종식 이후인 1996년에야 세상에 공개됐다.
태싯 블루의 진정한 의미는 단일 기체 성능을 넘어선다. 이 프로그램은 스텔스 설계가 '각진 형상'에서 '곡면 형상'으로 진화하는 전환점을 만들었고, 탐지 회피와 전장 감시를 동시에 수행하는 '스텔스 ISR' 개념을 정립했다. 나아가 센서·데이터링크·지휘통제를 통합한 네트워크 중심전의 초기 형태를 실증했다. 단순한 실험기가 아니라 오늘날 스텔스 폭격기와 공중지휘통제기, 그리고 무인전 개념으로 이어지는 기술적 '분기점'으로 평가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