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설계자가 스스로를 평가하는 구조… 임종룡 연임과 김종민 선임이 던진 거버넌스 충격
금융 개혁 기조 역행하는 인사 관행, 관료 출신 중심 지배구조의 경로 의존성과 과제
[상자 기사] 우리은행, 금감원 검사 결과와 정면 충돌…내부통제 실효성 의문
금융 개혁 기조 역행하는 인사 관행, 관료 출신 중심 지배구조의 경로 의존성과 과제
[상자 기사] 우리은행, 금감원 검사 결과와 정면 충돌…내부통제 실효성 의문
이미지 확대보기본지는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의 국내 영업 문제점에 대한 기획 연재를 준비하면서 3월 17일 금융감독원(금감원) 은행감사국 우리은행 담당 팀장과 두 차례 전화 통화를 가졌다. 3월 23일자 1회 연재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해당 팀장은 금감원이 2022년 700억 원대 횡령 사고 이후 우리은행에 통보한 개선사항의 이행 여부를 2024년 1월 수시검사에서 점검한 결과 미이행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에 따른 개선사항 통보는 2025년 10월에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우리은행의 시정명령 미이행에 대해 21개월간 공식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감독 기관의 조치가 이처럼 지연될 경우, 금융기관 내부에 규율 이완의 여지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주목할 것은 우리은행의 감시 밀도가 4대 은행 중 가장 낮다는 사실이다. 준법감시인 1명당 담당 직원 수가 KB국민은행 78명, 신한은행 82명인 반면 우리은행은 100.8명인 것으로 파악된 것이다. 수익성 역시 3월 26일자 2회 연재 보도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우리은행은 NIM(순이자마진)과 예대금리차는 모두 4대 은행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비이자이익 부문에서 경쟁사들이 전년 대비 70~140% 성장할 때 우리금융은 7.8% 성장에 머물렀다.
문제는 우리은행이 이처럼 낮은 감시 밀도와 수익성 부진을 보이고 있는 배경에 관료 출신 중심의 지배구조라는 구조적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우리금융지주의 전신인 한빛은행 등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총 12조 7,663억 원이다. 2024년 3월 잔여 지분 소각으로 26년에 걸친 민영화는 형식적 마침표를 찍었으나, 그 내면에는 인사와 경영 전반에 걸친 구조적 관성이 잔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26년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 단행된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의 최고경영진 인사는 한국 금융 거버넌스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국가 자본으로 연명한 26년, 예금보험공사가 남긴 관리 체제의 유산
위기 때마다 반복된 관료 출신 등판, 인사 패턴의 경로 의존성
역대 우리금융지주 회장 중 박병원(3대), 임종룡(7대·8대) 등 경제 부처 고위 관료 출신은 조직의 안정적 관리가 필요한 시점마다 등판했다. 특히 금융위원장 출신의 임종룡 회장은 2023년 취임 당시부터 관료 중심 인사의 핵심 사례로 꼽혔다. 전임 회장이 라임 펀드 사태로 사퇴한 자리를 규제 당국의 수장이 차지했다는 점은 당시에도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의 한 경제학자는 "금융 관료들이 퇴임 후 민간 대형 금융기관 수장으로 직행하는 구조는 당국의 감독 의지를 약화시키고 내부통제의 독립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정책 설계자가 경영자로 복귀, 이해상충 및 거버넌스 논란
현 체제의 본질적 쟁점은 인사 배경에 있다. 임종룡 회장은 금융위원장 재임 기간(2015.3~2017.7) 중 우리금융 관련 구체적 정책 결정인 과점주주 매각 승인 및 민영화 로드맵 의결을 직접 주도했던 인물이다. 임종룡 회장은 금융위원장으로서 우리금융의 민영화를 관장하고, 금감원을 지휘·감독하는 위치에 있었다. 이 민영화가 완료된 뒤 2023년 우리금융지주 수장으로 취임한 것은, 정책의 설계자가 그 정책의 결과를 평가받는 위치가 아니라 스스로 평가하는 위치에 놓인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책 설계자가 완전 민영화 이후 해당 금융기관의 수장으로 취임한 것은 거버넌스 측면에서 이해상충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이다.
민영화 취지 무색게 하는 시장 신호의 불확실성
전문가들은 이같은 인사가 시장에 전달하는 메시지에 주목한다. 민영화는 정부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시장 원리에 따른 투명 경영을 하겠다는 대국민 선언이다. 그러나 고위 관료 출신 인사가 우리금융지주 회장직에 연임되는 흐름은 정부의 비공식적 영향력이 완전히 배제되지 않았다는 인식을 시장에 줄 수 있다. 경제 부처 관료 출신의 한 경제학자는 "이 같은 인사 구조는 투자자들에게 비시장적 리스크로 인식될 수 있으며, 이는 금융 산업의 효율적인 자본 배분을 왜곡하는 잠재적 위협이 된다"고 진단했다.
내부 출신 행장과 외부 출신 회장의 공조가 지닌 한계
지주 회장과 달리 우리은행장은 주로 내부 출신들이 맡아 영업 현장을 총괄해 왔다. 정진완 행장 역시 내부 승진자로서 실무를 지휘하고 있으나, 지주 회장의 전략적 가이드라인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다. 전문가들은 지배구조가 특정 배경의 회장 체제에 집중될 경우, 내부 출신 행장의 자율적 리스크 관리 역량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는 조직 내부의 견제와 균형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부동산 PF 리스크 전이와 포트폴리오 쏠림의 경고음
한국 부동산 PF(Project Financing,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의 미래 수익(분양대금, 임대수익)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 기법) 시장의 고질적 문제인 저자본 구조 속에서 우리금융의 노출도는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평가다. 금감원 공시 자료에 따르면 우리금융저축은행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2025년 말 기준 12.31%를 기록하며 업계의 우려를 샀다. 특정 위험 자산에 대한 집중도가 자기자본 대비 과도하게 높은 점은 거시경제 변화 시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금융사가 수익성 확보를 위해 고위험 PF 여신을 확대한 결과가 지금의 건전성 지표 악화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
PF 위기의 연원, 2015년 규제 환경 변화와의 상관관계
현재 금융권이 직면한 PF 부실은 과거의 규제 완화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 2015년 전후로 추진된 사모펀드 및 부동산 금융 관련 규제 완화는 막대한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제도적 통로가 되었다. 앞서의 관료 출신 경제학자는 "당시의 규제 완화는 단기적인 경기 부양 효과를 냈으나, 결과적으로 금융사들이 고위험 PF 시장으로 자원을 집중하게 만든 구조적 배경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현재의 부실 리스크가 정책적 요인과 경영적 판단이 결합된 결과임을 시사한다.
사후 관리 책임자와 과거 정책 설계자의 역할 중첩
금융권 내부에서는 현재의 건전성 위기를 관리해야 할 수장이 과거 리스크 확대의 기반이 된 정책을 주도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정책적 오류 가능성이 제기되는 지점과 현재의 경영 책임이 맞물려 있다는 사실은 리스크 관리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이는 단순히 특정 인물의 자격 문제를 넘어, 과거 정책의 공과를 현재 경영진이 얼마나 엄정하게 평가하고 쇄신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신뢰의 문제로 직결된다.
이미지 확대보기엇갈린 주총 날짜와 금융당국의 전략적 공백
시장의 시선은 2026년 3월 하순 연쇄적으로 열린 주주총회에 쏠려 있다. 3월 20일 우리은행 주주총회에서 김종민 전 금감원 부원장의 상근감사위원 선임이 의결되었고, 3일 뒤인 3월 23일 우리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임종룡 회장의 연임이 확정되었다. 같은 주 안에 금감원 부원장 출신의 감사 선임과 금융위원장 출신의 회장 연임이 잇달아 이루어진 것이다. 이 같은 인사 패턴이 거버넌스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인지, 아니면 기존 구조를 답습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시장의 검증이 필요하다. 앞서의 교수 출신 경제학자는 "정부가 강조하는 금융 개혁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려면 인적 쇄신과 제도적 투명성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451억 원 부당대출 사태, 내부통제 시스템의 실효성 검증
조직 혁신을 약속했던 현 경영진 체제하에서도 대규모 금융사고는 반복되었다. 451억 원의 부당대출이 임종룡 회장 취임 이후 발생했다는 사실은 금감원 검사결과(2025.2.4)에서 공식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된 뒤에도 회장 연임이 의결된 것이다. 이는 관료 출신 리더십이 조직 내부의 관행적 부조리를 차단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는 비판의 근거가 된다. 경영실태평가 하락과 같은 객관적 지표는 이 같은 관리 역량 부재를 뒷받침하는 결과물이다.
거버넌스 투명화와 시장 중심 통제 체제로의 전환
우리금융의 민영화 과정은 관치금융이 어떤 방식으로 변모하며 생존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금융권의 한 고위 인사는 "진정한 의미의 민영화는 인사권의 자율성과 시장의 냉정한 평가가 결합될 때 완성된다"고 말했다. 2026년 3월 23일의 연임 승인이 거버넌스 후퇴의 기록으로 남지 않으려면, 향후 우리금융이 보여줄 자정 능력과 리스크 관리 성과가 관건이 될 것이다. 정부 역시 인사 관여의 유혹에서 벗어나 시장 기반의 감시 체계를 확립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본지 보도에 대한 우리은행의 이의 제기와 검토 결과
한편 우리은행은 본지의 연재와 관련해 3월27일 홍보실 명의의 입장을 직원 이메일을 통해 1회(3월 23일 게재)와 2회(3월 26일 게재) 기사의 일부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담겨있다고 주장하며, 4월 2일까지 이들 두 건의 기사 게재 중단을 요청해 왔다. 이에 본지는 우리은행이 제기한 5개 항목을 정밀 검토했다. 검토 결과, 우리금융지주 주주총회(3월 23일)와 우리은행 주주총회(3월 20일)의 일자를 혼동한 표기 오류 1건에 대해서는 이번 3회 연재에 반영했다.
사실관계 확인에 따른 본지의 입장과 향후 계획
본지는 나머지 4개 항목인 금감원 시정명령 미이행 여부, 현 경영진 임기 내 부당대출 규모, 금감원 출신 상근감사위원 3연임 사실, 수익성 지표의 5대 은행 최하위 여부 등에 대해서는 금감원 공시 자료, 은행연합회 공시, 금감원 검사결과(2025.2.4.), 우리은행 홈피의 경영진 소개 페이지 등 공식 출처에 근거한 보도임을 확인했다. 해당 사안들에 대한 보도에서 사실관계 오류는 없는 것이 다시금 확인된 것이다. 우리은행이 홍보실 명의 이메일을 통해 보내온 요구들에 대한 본지의 구체적인 입장은 아래 첨부한 상자 기사에 담았다.
[상자 기사]
우리은행, 금감원 검사 결과와 정면 충돌…내부통제 실효성 의문
본지, 우리은행 이의 제기 5건 정밀 검증…4건은 공식 기록과 일치
경영진 취임 후 부당대출 비중 61.6%, 은행 측 '9.3%' 주장과 큰 격차
우리은행은 홍보실 명의로 지난 3월 27일, 본지의 '우리은행 내부통제 연속 보도(1·2회)'와 관련해 서면 이의를 제기했다. 우리은행 측은 5개 항목에 대한 사실관계 정정을 요구하며 기사 게재 중단 및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에 본지는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공식 자료 확인을 거쳐 우리은행의 주장을 항목별로 재검증했다.
검증 결과, 우리은행이 지적한 5개 항목 중 1건(주주총회 날짜)은 본지의 단순 기재 오류로 확인되어 이를 바로잡는다. 그러나 시정명령 이행 여부와 부당대출 규모 등 핵심 쟁점 4건은 금감원의 공식 발표 및 확인된 사실과 부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시정 미이행 확인" vs 우리은행 "완료"…엇갈린 주장
가장 첨예한 쟁점은 내부통제 관련 '시정명령 미이행' 여부다. 우리은행은 2022년 8월 통장·직인 분리 관리를, 2023년 4월 장기근무자 순환배치를 완료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금감원 은행감사국 담당 팀장은 "2024년 1월 수시 감사 당시 우리은행의 시정명령 미이행 상태를 공식 확인했다"며 "이후 2025년 10월에야 시스템 개선 조치를 은행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은행 측의 '완료' 주장과 감독당국의 '미이행 확인' 기록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이다. 감독당국의 공신력 있는 확인 결과가 존재하는 한 본지의 보도는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것으로 판단된다.
부당대출 규모에 대한 시각차도 극명하다. 우리은행은 현 회장 취임 후 발생한 부당대출 비중이 전체의 9.3%(210억 5000만 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25년 2월 4일 금감원이 발표한 '2024년 금융지주·은행 주요 검사결과'에 따르면, 현 경영진 취임 후 발생한 부당대출은 총 1438억 원으로 전체(2334억 원)의 61.6%에 달한다. 우리은행은 금감원 공식 수치와 1200억 원 이상 차이 나는 산출 근거를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감사 시스템 실효성 논란…사후 적발 위주 한계 노출
우리은행은 특정 감사 재임 기간에 사고가 집중되었다는 보도에 대해 "자체 검사와 금감원 수시검사를 통해 사고를 밝혀내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는 감사 시스템이 '사전 예방'이라는 본연의 통제 기능을 상실하고 '사후 적발'에 치중하고 있다는 본지의 지적을 뒷받침하는 결과다. 특히 금감원 고위직 출신이 3대째 상근감사를 맡고 있음에도 대형 사고가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는 실효성 있는 반론을 내놓지 않았다.
한편, 본지는 2회 기사에서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의 주주총회 개최 일자가 3월 23일 같은 날인 것으로 기재한 점을 바로잡는다. 확인 결과 우리은행 주주총회는 3월 20일에, 우리금융지주 주주총회는 3월 23일에 각각 개최됐다. 본지는 향후 보도에서 수치와 일정의 정확성을 기하는 동시에, 금융권의 내부통제 부실 문제를 객관적인 데이터에 근거해 지속적으로 추적할 예정이다.
[우리금융그룹의 국내 영업 문제점 관련 기획 연재 1부 순서]
1회. "임종룡의 혁신은 630일간 죽어있었다" 금융감독원, 우리은행 보안 결함 알고도 '침묵'한 기록/3.23
2회. 금융 실력은 최하위, 수익 모델은 실종… 우리금융 전관 예우와 내부통제의 그늘/3.26
3회. 민영화 설계자가 수장으로 취임해 연임까지 한 우리금융… 26년 관치의 그림자와 PF 부실의 연결고리/3.30
4회. 730억 부당대출의 진실, 전임 탓이라던 임종룡 회장 재임 중 발생한 451억 원의 업보/4.2
5회. 국민 혈세로 살아난 은행의 배신, 과태료 500억 원과 개인정보 유출의 민낯/4.6
메인 기사= 이교관 기자, 상자 기사= 노정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