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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그섬 점령 시나리오, 한국 에너지 동맥을 겨눈다 [미·이란 전쟁]

호르무즈 봉쇄 3개월 시 제조업 생산비 11.8% 폭등 경고… 미 해병대 상륙작전 현실화하나
미국이 페르시아만 한복판의 작은 섬을 군사적으로 장악하려는 구상을 구체화하면서, 이란 석유 수출의 90%를 틀어쥔 카르그섬(Kharg Island) 문제가 전 세계 에너지 지형을 뒤흔드는 뇌관으로 부상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이 페르시아만 한복판의 작은 섬을 군사적으로 장악하려는 구상을 구체화하면서, 이란 석유 수출의 90%를 틀어쥔 카르그섬(Kharg Island) 문제가 전 세계 에너지 지형을 뒤흔드는 뇌관으로 부상했다. 이미지=제미나이3
원유를 한 방울도 수입하지 못하면 한국 제조업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이 물음은 더 이상 가상 시나리오가 아니다. 미국이 페르시아만 한복판의 작은 섬을 군사적으로 장악하려는 구상을 구체화하면서, 이란 석유 수출의 90%를 틀어쥔 카르그섬(Kharg Island) 문제가 전 세계 에너지 지형을 뒤흔드는 뇌관으로 부상했다.

미군, 이미 카르그섬 90개 군사 목표물 타격 완료


카르그섬은 이란 본토 부셰르주 해안에서 약 25km 떨어진 페르시아만 북서부에 위치한 산호섬으로, 면적은 약 20~22㎢로, 울릉도의 3분의 1도 안 되는 작은 크기지만 수심이 깊어 초대형 유조선(VLCC)이 동시에 10척까지 접안할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란 내륙 유전들과 해저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섬 내에는 약 3000만 배럴의 원유 저장 시설과 하루 최대 700만 배럴을 처리할 수 있는 터미널이 구축되어 있다.

이란 정부 예산의 약 40%가 석유 수출에서 나오는데, 그 대부분이 이 섬을 통과한다. 이곳이 봉쇄되거나 파괴되면 이란 경제는 사실상 마비되며, 수출 물량의 상당수가 중국으로 향한다. 이 시설에 문제가 생길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어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막대하다.

CNN과 악시오스(Axios) 등은 트럼프 행정부가 카르그섬 점령 또는 봉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25(현지시각) 일제히 보도했다. 핵심 목표는 이란이 막아선 호르무즈 해협 통행권 재개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를 열지 않으면 어떤 수단도 쓸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미 지난 313일 카르그섬의 군사 시설을 대대적으로 타격해 해군 기뢰 저장고와 미사일 벙커 등 90여 개 군사 목표를 파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번 공격을 "중동 역사상 가장 강력한 폭격 작전 중 하나"라며 "예의를 갖추어 석유 인프라는 건드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상륙 작전을 위한 '전장 정리'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2개 해병원정대 페르시아만 집결… 입체 상륙 전력 완비


미 육군 제82공수사단의 중동 배치는 현재 공식 확인 및 실행 단계에 있다. 미 국방부는 25(현지시간) 해당 부대 본부와 제1전투여단(1st BCT) 병력을 중동으로 전진 배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부대는 18시간 내 전 세계 어디든 투입이 가능하다.

해상 전력은 두 축으로 나뉜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출발한 제31해병원정대 약 2200명이 수직 이착륙기 V-22 오스프리를 탑재한 강습상륙함 트리폴리함(USS Tripoli)에 승선해 이미 걸프 해역에 진입 중이다. 캘리포니아를 출항한 복서함(USS Boxer) 중심의 상륙준비단은 제11해병원정대를 태우고 합류를 앞두고 있다. F-35 스텔스 전투기와 공중강습용 항공기, 상륙정을 모두 갖춘 이 두 부대는 카르그섬을 단시간에 장악하는 데 충분한 화력을 보유했다는 평가다.
한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악시오스에 "이란을 더 약화시키는 데 한 달쯤 걸릴 것이고, 그 후 섬을 장악해 협상 카드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리처드 닉슨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압박-협상' 투트랙 전술이다.

이란의 딜레마, 공격하자니 자국 유전 폭파, 물러서자니 경제 동맥 내줘


군사 전략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대목은 카르그섬의 지형적 특성에서 비롯되는 이란의 전략적 딜레마다. 미 특수부대와 해병대가 섬에 발을 들이면 이란의 대형 석유 저장 탱크와 파이프라인 인근에 붙어 방어 거점을 구축한다. 이란군은 두 가지 끔찍한 선택지 앞에 선다. 미군을 향해 포격을 가하면 국가 경제의 핵심 동맥인 석유 시설을 스스로 파괴하는 꼴이 되고, 그렇다고 응전을 포기하면 섬의 통제권을 미군에 통째로 내줘야 한다.

미 중부사령부 정보국장 출신 카렌 깁슨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섬을 점령하는 능력 자체는 미군에 충분하다""해병대의 존재 이유가 바로 이러한 작전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직 나토(NATO) 최고사령관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제독은 "미군이 제공권과 제해권을 유지하면 이 섬들을 무기한 점령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또 미국은 카르그섬 점령과 병행해 호르무즈 해협 내 전략 요충지인 라레크(Larek), 케슘(Qeshm), 호르무즈(Hormuz) 섬 점령도 함께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섬을 모두 장악하면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가 통과하는 해협에 대한 실질적 통행 통제권을 갖게 된다.

"이란 자금줄 완전 차단"53조 원 규모 외화 수입 증발 효과


카르그섬이 미군 수중에 들어가면 이란이 입는 타격은 단순한 군사적 패배를 넘어선다. 영국 왕립합동국방안보연구소(RUSI) 에너지 연구원 페트라스 카티나스는 이란이 2025년 카르그섬을 통해 연간 530억 달러(79조 원) 규모의 석유 수출 수익을 올렸다고 분석했다. 이는 이란 GDP의 약 11%에 해당하는 수치다. 섬을 폭파하지 않고 장악만 해도 이 수입이 한순간에 사라진다.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Lindsey Graham) 상원 의원은 "카르그섬이야말로 전세를 단번에 바꿀 수 있는 단일 목표물"이라고 치켜세우며 강경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현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도 폭스뉴스에 출연해 "카르그섬이 미국의 자산이 될 수도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해 주목을 끌었다.

이란, 방어 강화에 박차… 아군 사상자·전면전 확전 우려 고조


그러나 작전의 위험 지수 역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CNN은 이란이 최근 카르그섬에 병력과 방공 시스템을 대거 증강했으며, 미군의 지상 작전에 대비한 함정과 장애물을 섬 곳곳에 설치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카르그섬으로 향하는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에 여전히 실질적인 통행 거부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트리폴리함이 해협을 통과하는 것 자체가 첫 번째 고비가 될 수 있다.

섬은 이란 본토에서 불과 24km 떨어져 있어 드론, 탄도미사일, 해안포의 사정권에 완전히 노출된다. 미국의 걸프 동맹국들도 내심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CNN이 인용한 걸프 지역 고위 외교 소식통은 "카르그섬에 지상군을 투입하면 미군 사상자가 급증하고, 이는 이란의 걸프 동맹국 인프라 보복 공격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점령보다 이란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무력화를 먼저 달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보안 컨설팅 기업 글로벌 가디언의 세스 크럼리치 부사장은 "이 작전은 단순한 군사 행동이 아닌 경제 전쟁의 연장선"이라며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군 피해가 불어날 경우 정치적 부담이 극심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RUSI의 닉 레이놀즈 연구원도 "점령에 성공하더라도 이후 이란의 전면적 보복을 어떻게 감당할지가 가장 큰 과제"라고 지적했다.

카르그섬 점령 작전 가상 시나리오


공개된 군사 분석을 종합하면, 카르그섬 점령은 3단계 복합 작전으로 설계될 가능성이 높다.

1단계는 호르무즈 통과다. 함대가 해협을 통과한 뒤 이란 해안을 따라 약 380마일을 이동하는 데 20~24시간이 소요되며, 이 구간 내내 이란의 대함 미사일과 드론 사정권에 노출된다. 미 해군 구축함과 아파치 헬기가 방어 우산 역할을 맡는다.

2단계는 AI 드론 선도·F-35 제압이다. 트리폴리함(USS Tripoli)이 모함 역할을 하며 AI 드론, F-35B 스텔스 전투기, 기동 보병을 복합 투입해 중장비 없이 섬을 장악하는 구조다. V-22 오스프리가 해병대를 공중 투하해 석유 인프라 인근에 신속 거점을 구축한다.

3단계는 이스라엘 후방 교란 병행이다. 이스라엘은 카르그섬 폭격을 선호한 반면 미국은 점령을 주장하는 구도였으나, 분석가들은 미 해병대가 상륙하는 시점에 이스라엘이 이란 본토의 에너지 시설과 방공망을 동시 타격해 이란군의 분산을 유도하는 협공 전술을 구사할 것으로 본다. 이란 해군 기지인 반다르아바스와 차바하르가 이미 심각하게 파괴된 상황이 이 시나리오를 뒷받침한다.

최대 변수는 이란의 군비 증강이다. 이란은 이미 해안선에 대인·대전차 지뢰를 부설하고 MANPADs(휴대용 지대공 미사일)를 증강 배치했다. 점령 직전 이란이 석유 시설을 자폭하면 작전의 전략적 전제가 무너진다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로 꼽힌다.

한국 경제안보에 던지는 세 가지 경고


카르그섬 점령 시나리오는 단순히 중동의 지역 분쟁이 아니다. 한국의 에너지 안보와 경제 구조에 직접적인 충격파를 던지는 현재진행형 위기다.

먼저 유가 충격은 한국 제조업의 '브레이크 포인트'를 건드린다.

산업연구원이 지난 319일 발표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3개월 이상 장기화될 경우 국제 유가는 배럴당 150~180달러까지 치솟고, 국내 제조업 평균 생산 비용은 11.8%까지 급등한다. 석탄·석유제품 생산 비용은 최대 83%, 전력·가스·증기 부문은 77% 이상 올라 산업 전반의 원가 구조를 뒤흔든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며, 그중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한다. 에너지 집약적 수출 제조업 국가인 한국에게 이 해협은 단순한 항로가 아니라 국가 경제의 산소 공급로다. 카르그섬에서 미·이란 간 교전이 격화되면, 유가 급등의 충격은 한국 정유·석유화학·철강 산업을 순차적으로 강타하고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려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으로 내몰 수 있다.

두 번째, 비축유 208일의 방어선이 이미 균열이 감지된다는 점이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비축유 200일 이상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실은 이보다 복잡하다. 최근 울산 석유 비축기지에 보관 중이던 국제공동비축 원유 90만 배럴이 정부가 우선구매권을 행사하기도 전에 해외로 팔려나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비상시 최후 보루로 설계된 비축 시스템에 심각한 제도적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물론 총 200만 배럴 중 협상 끝에 110만 배럴은 국내에 남기게 됐고, 90만 배럴은 해외로 반출됐다. 비축유를 방출하는 순간 대응 수단이 소진된다는 점에서, '208일치 비축' 수치가 주는 안도감은 착각일 수 있다. 카르그섬 사태가 장기전으로 흐른다면 비축유 체계의 실질적 작동 여부를 점검하고 국제공동비축 제도 전반의 허점을 법적·제도적으로 보완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는 사실인가?

세 번째, 중국의 대이란 원유 의존도 11.6%는 한·중 공급망 갈등의 불씨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란이 수출하는 원유의 절대적 비중은 중국으로 향한다. 올해 중국의 해상 원유 수입에서 이란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11.6%에 달한다. 미국이 카르그섬을 장악해 이란의 대중국 석유 공급을 끊을 경우, 중국은 대체 수입처를 향한 확보 경쟁에 나서면서 글로벌 원유 수급 지형이 급변한다.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수입국들이 북미산, 호주산 LNG 등 대체 에너지원 확보에 나서면 운임은 50~80% 이상, 전쟁위험 보험료는 최대 7배까지 할증된다. 아시아 에너지 시장이 미·중 지정학 갈등의 또 다른 전선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 에너지 외교의 다변화를 단순한 중장기 과제가 아닌 즉각적인 안보 현안으로 재위치시켜야 한다. 이는 사실인가?

카르그섬 점령 시나리오는 이란 정권의 숨통을 조이겠다는 고강도 압박 전략이다. 동시에 세계 에너지 동맥 위에 미군의 부츠를 올려놓겠다는 전례 없는 도박이기도 하다. 이 도박이 성공하면 이란은 협상 테이블로 끌려 나오고 호르무즈 해협은 열린다. 그러나 실패하거나 교착 상태에 빠지면, 그 비용을 치르는 것은 미국만이 아니다. 중동발 에너지 공급망에 경제 생존을 기댄 한국도 그 청구서를 함께 받아들게 된다.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 비축 시스템 정비, 중동 의존 산업 구조 개혁이라는 숙제는 더 미룰 수 없는 국가 과제로 우리 앞에 와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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