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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밥캣·캐터필러, 美서 11건 특허 정면충돌… "건설기계 패권 전쟁" [특허 분쟁]

한국 중장비 강자, 글로벌 1위와 텍사스 법정 대결… ITC 수입 금지 카드까지 꺼내
두산밥캣과 세계 최대 건설기계 기업 캐터필러(Caterpillar)가 미국 법정에서 전방위 특허 전쟁을 벌이고 있다. 양측이 맞소송으로 맞붙은 분쟁 건수가 11건(ITC 제소 포함 14건)에 달한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두산밥캣과 세계 최대 건설기계 기업 캐터필러(Caterpillar)가 미국 법정에서 전방위 특허 전쟁을 벌이고 있다. 양측이 맞소송으로 맞붙은 분쟁 건수가 11건(ITC 제소 포함 14건)에 달한다. 이미지=제미나이3
두산밥캣과 세계 최대 건설기계 기업 캐터필러(Caterpillar)가 미국 법정에서 전방위 특허 전쟁을 벌이고 있다. 양측이 맞소송으로 맞붙은 분쟁 건수가 11(ITC 제소 포함 14)에 달하면서, 이번 충돌은 단순한 기술 다툼을 넘어 글로벌 건설기계 시장의 주도권 경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미국 건설장비 전문 매체 이큅먼트 월드(Equipment World)25(현지시각) 캐터필러가 두산밥캣을 상대로 6건의 특허 침해 맞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ITC 조사와 연방법원 소송이 동시에 진행되는 이례적 구도"라며 "어느 쪽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분쟁 특허 현황 (캐터필러 주장).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분쟁 특허 현황 (캐터필러 주장). 도표=글로벌이코노믹


캐터필러 "핵심 두뇌 기술 6건 무단 사용"… 딜러사까지 피소


캐터필러는 지난 24일 텍사스 동부 연방법원에 두산밥캣 북미법인과 딜러사 베리 컴퍼니(Berry Companies Inc.)를 상대로 맞소송을 제기했다. 캐터필러가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특허는 장비 성능의 핵심을 결정하는 제어 기술 계열이다.

캐터필러는 특히 두산밥캣이 운영하던 '밥캣 어드밴티지(Bobcat Advantage)' 웹사이트를 주요 증거로 제시했다. "해당 사이트에는 자사 장비와의 상세 비교 분석이 담겨 있었는데, 소송이 시작된 직후 빈 페이지로 교체됐다"며 증거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캐터필러 측은 "두산밥캣이 수년에 걸쳐 자사 제품과 기술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경쟁 인텔리전스 프로그램'을 운영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분쟁 특허 현황 (두산밥캣 주장).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분쟁 특허 현황 (두산밥캣 주장). 도표=글로벌이코노믹


두산밥캣 선공 "1999년 후발주자가 60년 혁신 기술 가로채"


이번 전쟁의 포문을 먼저 연 것은 두산밥캣이다. 두산밥캣은 지난해 12월 캐터필러를 상대로 5건의 특허 침해 소송을 텍사스 연방법원에 제기하면서 동시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도 제소했다. ITC에는 침해 기술이 적용된 캐터필러 제품의 미국 내 수입·판매 금지를 요청한 상태다.
두산밥캣은 소송 과정에서 역사적 맥락까지 끌어들였다. "캐터필러는 1999년에야 소형 로더 시장에 진입한 후발주자"라고 못 박으면서 "밥캣이 60년 넘게 개척한 시장에서 독자 혁신 대신 타사 기술에 무임승차했다"고 공세를 폈다. 1957년 세계 최초의 3륜 콤팩트 로더를 발명한 회사로서 소형 장비 시장의 원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깔려 있는 주장이다.

건설기계 업계 관계자는 "두산밥캣이 ITC라는 '무역 무기'를 동원한 것은 금전 배상이 아니라 캐터필러 제품의 시장 퇴출을 노린 고강도 전략"이라며 "이는 협상력 극대화를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고 분석했다.

100년 전통 vs 60년 혁신… 여론전도 '팽팽'


2025년 창립 100주년을 맞은 캐터필러는 20세기 초 무한궤도 트랙터를 세상에 내놓은 이래 미국 인프라 건설의 상징으로 자리해 왔다. 캐터필러 대변인은 "우리의 혁신은 기계적 시스템을 넘어 전자 제어와 사용자 인터페이스 전 영역에 걸쳐 있다"며 지식재산권 수호 의지를 명확히 했다.

반면 두산밥캣은 글로벌 콤팩트 장비 시장의 창시자라는 정체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소송에 걸린 특허들을 "장비의 기동성과 에너지 효율을 결정하는 근원 기술"로 규정하면서 수성(守城)에 나선 모습이다. 양사 모두 배심원 재판과 금전적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어 조기 합의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법조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ITC 결정이 변수… 美 인프라 시장 직격탄 될 수도


이번 분쟁의 향방은 미국 건설기계 시장 전반에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ITC가 두산밥캣 손을 들어줄 경우 캐터필러의 주력 소형 장비 수입·판매가 막히면서 미국 인프라 프로젝트 공기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캐터필러의 맞소송이 인정되면 두산밥캣의 북미 시장 확장 전략에 직접적인 제동이 걸린다.

특허 분쟁 전문 변호사들은 "이 규모의 소송은 최종 판결까지 통상 3~5년이 소요된다"고 본다. 유럽 통합특허법원(UPC)과 독일 법원에서도 유사한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글로벌 법적 공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기업인 두산밥캣이 미국 본토에서 글로벌 1위 기업과 대등한 기술 특허 분쟁을 벌인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산 건설기계의 기술 경쟁력이 세계 최상위 수준에 도달했음을 증명한다.

그러나 ITC 수입 금지나 대규모 손해배상이라는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북미 사업 전반이 흔들릴 수 있는 만큼, 특허 포트폴리오 방어 전략과 글로벌 소송 대응 역량을 한층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이번 전쟁은 건설기계 산업의 패러다임이 철강과 엔진 중심의 '하드웨어 경쟁'에서 알고리즘과 센서 중심의 '지능형 제어 경쟁'으로 완전히 전환됐음을 선언하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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