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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금 570t 역대 최대 확보…한 달 새 20t 기습 매입 단행

비축 가치 339.8억 즈워티 돌파…유럽 내 안전 자산 강자로 급부상
국제 금값 5000달러 시대 고착화 속 '탈달러' 금융 안보 전략 강화
폴란드 중앙은행(NBP)이 지난달에만 약 20t(톤)에 달하는 금을 추가로 사들이며 총 비축량을 570t까지 확대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폴란드 중앙은행(NBP)이 지난달에만 약 20t(톤)에 달하는 금을 추가로 사들이며 총 비축량을 570t까지 확대했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폴란드가 국가 자산 포트폴리오의 근간을 '달러'에서 '금'으로 빠르게 재편하며 국제 금융계의 시선을 정조준하고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와 폴란드 중앙은행(NBP)이 지난 20일(현지시각) 발표한 최신 지표를 분석한 결과, 폴란드는 지난달에만 약 20t(톤)의 금을 추가로 확보하며 총 비축량을 570t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단순한 자산 매입을 넘어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비한 '금융 방어막' 구축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보유고 1834만 온스 달성…한 달 만에 자산 가치 260억 즈워티 폭등


폴란드 중앙은행이 공개한 유동성 자산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폴란드의 금 보유량은 1834만 온스에 이른다. 지난 1월 말 1769만 온스(약 550t)였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한 달 사이에 20t가량의 금괴가 폴란드 금고로 쏟아져 들어온 셈이다.

주목할 점은 매입 물량 확대와 국제 금 시세 상승이 맞물리며 발생한 시너지다. 지난달 말 기준 보유금의 전체 가치는 3398억 즈워티(약 138조 2000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무려 260억 즈워티 이상 수직 상승한 수치다. 달러로 환산하면 약 949억 달러(약 142조 9000억 원), 유로화로는 805억 유로(약 140조 1000억 원)를 상회한다.

아담 글라핀스키(Adam Glapiński) 폴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3월 초 특별 성명을 통해 "금 비축량 570t 달성은 국가 금융 안보를 지탱하는 핵심 전략"이라며 "어떠한 외부 충격에도 견딜 수 있는 체력을 비축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금융 방어막' 구축의 삼박자…지정학·통화주권·물가방어

금융권 안팎에서는 폴란드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세 가지 핵심 요인이 유기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먼저 동유럽의 지정학적 긴장감이 금 비중 확대를 이끌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인접국인 폴란드는 국가 비상사태 시에도 가치를 보존할 수 있는 실물 자산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이에 따라 금을 '가장 믿을 수 있는 최후의 보루'로 선택했다는 해석이다.

통화주권 강화와 '탈달러(De-dollarization)' 전략도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미 달러화 패권의 변동성이 커지는 흐름 속에서 외환보유액을 다변화하여 특정 통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했다.

이는 국가 자산의 안전성을 높이는 동시에 대외 경제 정책의 자율성을 확보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아울러 고물가 시대의 인플레이션 방어 수단으로서 금의 가치에 주목했다. 화폐 가치가 하락하는 시기에 실물 자산인 금을 선제적으로 확보함으로써 국가 전체의 실질 구매력을 보존하고 경제적 기초 체력을 다지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폴란드가 과거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정교하고 공격적인 자산 재편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3년째 멈춰 선 한국의 금 시계… 자산 다변화 '딜레마’


폴란드의 공격적인 행보는 금 보유량이 13년째 104.4t에 머물러 있는 한국은행(BOK)에게도 묵직한 과제를 던지고 있다. 국제 금값이 온스당 5000달러를 돌파하며 역사적 고점을 경신하는 사이, 금 매입에 신중을 기해온 한국의 외환보유액 대비 금 비중은 1% 초반대에 머물며 세계 41위권까지 밀려난 상태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폴란드의 사례를 통해 자산 운용의 유연성과 '기회비용' 측면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은 이자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통적인 비판이 무색할 만큼 최근 1년 사이 6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강력한 가치 보존 수단임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유동성 확보라는 한은의 기본 원칙을 존중하면서도, 글로벌 불확실성이 상수가 된 시대에 맞게 금 ETF 등 간접 투자 방식을 포함한 자산 다변화 로드맵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외환보유액 운용의 '뉴 노멀'… 국가 신뢰도의 새로운 척도


폴란드의 행보는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들에게도 적잖은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값이 기록적인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안전 자산 확보 시기를 놓친 국가들 사이에서는 일종의 '소외 공포(FOMO)'까지 감지되는 분위기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폴란드의 사례를 두고 "단순한 자산 배분을 넘어 국가 신용도를 금으로 증명하려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중앙은행의 풍부한 금 보유량을 국가 등급 유지의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폴란드가 공언한 '금 비축 확대' 기조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다. 현재의 매입 속도라면 유럽 내 금 보유 순위 지형도가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상수가 된 시대에 폴란드의 선택은 각국 중앙은행들에게 외환보유액의 질적 구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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