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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원전 37기 동시 건설…세계 원자력 판도 바뀐다

세계 원전 건설, 신흥국이 선진국 앞질러
IEA "2030년 중국, 원전 용량 미국 추월"
서해 건너 중국 원전 확장…한국 안보·수출 '주목'
중국이 전 세계 원전 건설 물량의 절반 가까이를 홀로 독식하며 2030년대 글로벌 원전 1위 국가 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이 전 세계 원전 건설 물량의 절반 가까이를 홀로 독식하며 2030년대 글로벌 원전 1위 국가 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계 원자력 발전 시장의 주도권이 미국·프랑스 등 전통 강국에서 중국을 앞세운 신흥국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중국이 전 세계 원전 건설 물량의 절반 가까이를 홀로 독식하며 2030년대 글로벌 원전 1위 국가 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비주얼 캐피털리스트가 지난 2일(현지시각) 세계원자력협회 2025년 9월 기준 국가별 원전 건설 현황을 분석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37기·4290만㎾ 규모의 원자로를 동시에 건설 중으로 2위 인도·러시아(각 6기)와 6배 이상 격차를 벌이고 있으며, 건설비 급등과 규제 장벽에 부딪힌 미국·프랑스·캐나다는 신규 착공 원전이 없는 상태다.

중국 독주, 37기·4290만㎾…나머지 세계 전체와 맞먹어


중국의 원전 건설 가속화는 하루아침의 일이 아니다. 2020년 9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2030년 탄소배출량 정점, 2060년 탄소중립 실현"을 선언하면서 원자력은 재생에너지와 함께 탈탄소 전략의 양대 축으로 격상됐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국가에너지국은 '재생에너지 발전 5개년 계획(2021~2025)'을 통해 2025년까지 원전 설비용량을 7000만㎾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고, 2022년부터는 매년 6~10기 규모의 신규 원자로 건설을 쉼 없이 승인하는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세계원자력협회 집계를 보면 중국이 현재 건설 중인 37기의 총 설비용량은 4290만㎾에 이른다.

2위 자리를 나란히 차지한 인도와 러시아는 각각 6기씩을 올리고 있는데, 인도의 건설 용량은 520만㎾, 러시아는 420만㎾다. 두 나라를 합쳐도 940만㎾로, 중국의 4분의 1에 미치지 못한다. 이집트와 튀르키예가 각 4기(각 480만㎾)로 뒤를 잇고, 한국은 3기 (420만㎾)로 6위에 이름을 올렸다.

방글라데시·일본·우크라이나·영국은 각 2기씩, 아르헨티나·브라질·헝가리·이란·파키스탄·슬로바키아는 각 1기씩 건설 중이다. 아르헨티나가 짓는 1기는 설비용량이 3만㎾에 그쳐 여타 국가와 규모 차이가 크다. 이 목록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빠진 이름들이다.

미국·프랑스·캐나다는 현재 건설 중인 원자로가 없다. 기술 도입 역사가 짧은 이집트·튀르키예·방글라데시가 적극적으로 새 원전을 올리는 동안, 원전 기술의 선도국들이 신규 착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중국 최대 원전 기업인 중국광핵그룹(CGN)은 2035년까지 총 200GW의 원전을 건설하겠다는 장기 목표를 공개적으로 밝힌 상태다. 이는 베이징 크기의 대도시 12곳 이상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세계원자력협회의 프랑수아 모린 중국 담당 이사는 "중국 원전 건설 비용의 약 70%가 국영은행 대출로 충당돼 다른 나라보다 훨씬 낮은 이자율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국가원자력공사(CNNC)와 중국광핵그룹이 독자 개발한 3세대 원자로 '화룽 1호(Hualong One)'는 거의 전적으로 중국산 부품으로 조립되며, 닛케이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평균 원전 건설 기간은 5.7년으로 미국(8.6년),러시아(6.9년), 프랑스(6.6년)보다 현저히 짧다.

미국·프랑스는 왜 주춤하나…비용 급등과 규제 장벽

미국에서 신규 원전 건설이 크게 위축된 배경에는 건설비 급등이 자리한다. 조지아주 보글(Vogtle) 원전 3·4호기는 당초 140억 달러(약 20조 원)로 예산이 잡혔으나 완공 시점에 350억 달러(약 51조 원)를 웃돌았다.

시공사인 웨스팅하우스가 파산했고 모회사 도시바는 수조 원 규모의 손실을 떠안았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신규 원전 허가 절차는 통상 10년 이상 소요된다. 중국이 국무원 집행회의 의결 한 번으로 10기를 일괄 승인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프랑스 사정도 녹록지 않다. 플라망빌(Flamanville) 원전 3호기는 2007년 착공 이후 17년 만에야 가동에 들어갔다. 당초 예산 33억 유로의 4배를 웃도는 133억 유로(약 22조 원)가 투입됐다. 노후 원전 정기 점검과 운영 비용 증가로 전력 수급 부담이 이어지면서 신규건설보다 기존 원전 수명 연장에 집중하는 흐름이다.

닛케이아시아는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전 세계 신규 원전 건설의 90%를 차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 나라는 금융 지원과 기술 수출을 결합한 이른바 '패키지 외교' 방식으로 신흥국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러시아 국영 원전 기업 로사톰(Rosatom)이 이집트·튀르키예·방글라데시 원전 건설을 주도하는 것이 그 사례다.

서해 너머 37개 현장…한국 안보·수출 양면 압박


중국의 원전 굴기가 한국에 던지는 파장은 두 갈래다.

첫째는 안전 문제다. 에너지경제신문이 한전경영연구원 자료를 토대로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중국이 건설 중인 신규 원전 대부분이 동해안(한국 기준 서해)에 집중돼 있다. 전력 수요지 인근에 공급원을 배치하는 전략에서다.

2021년 6월 홍콩 인근 광둥성 원전에서 핵분열 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중국 정부는 상세한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현재 해역 감시정점 40곳에서 방사능 농도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둘째는 수출 경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원전 건설단가는 킬로와트당 3571달러로 중국(4174달러)보다 낮다. 표면적으로는 한국이 가격 경쟁력을 앞선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사업 입찰에서 한국보다 30% 이상 낮은 가격을 제안한 사례가 있으며 낮은 금리의 국영은행 대출을 무기로 사실상의 원가 이하 입찰을 구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국제에너지기구는 보고서에서 "2030년 중국의 원자력 발전 용량이 현재 71GW에서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나 미국과 유럽연합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이 14차 5개년 계획에서 밝힌 2035년까지 신규 원전 150기 건설 목표가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세계 원전 지형도는 지금과 전혀 달라진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국내에서 쌓는 연속 건설 경험이 해외 수주 경쟁력으로 직결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37기를 동시에 짓는 나라와 3기를 짓는 나라 사이의 기술·비용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질 수 있다.

원전 산업에는 '한 번 주춤하면 따라잡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미국과 프랑스가 겪는 현실이 그 방증이다. 한국이 체코·폴란드 등 유럽 원전 수주에서 속도를 내는 사이, 같은 판에 중국이 점점 더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37개 건설 현장에서 하루하루 쌓이는 중국의 경험이, 머지않아 글로벌 원전 수출 시장에서 어떤 무게를 갖게 될지 주목된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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