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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코리아'의 승부수, 35조 캐나다 잠수함 대전 '운명의 6월'로

3월 2일 최종 제안서 마감…한화오션·독일 TKMS '국가적 명운' 건 진검승부
캐나다 정부, '경제적 파급효과' 50% 비중 평가…자동차 공장 대신 '수소·탄약' 카드로 선회
밴쿠버에서 열린 '함대 주간' 행사 중 공개된 캐나다 해군의 노후 잠수함 빅토리아급 코너 브룩(HMCS Corner Brook)호의 모습. 현재 캐나다 잠수함 전력은 단 1척만이 가동 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위기 상황이며, 이를 대체할 차세대 잠수함 도입이 절실한 시점이다. 사진=THE CANADIAN PRESS이미지 확대보기
밴쿠버에서 열린 '함대 주간' 행사 중 공개된 캐나다 해군의 노후 잠수함 빅토리아급 코너 브룩(HMCS Corner Brook)호의 모습. 현재 캐나다 잠수함 전력은 단 1척만이 가동 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위기 상황이며, 이를 대체할 차세대 잠수함 도입이 절실한 시점이다. 사진=THE CANADIAN PRESS

캐나다 해군의 차기 잠수함 도입 사업(CPSP)이 3월 2일 최종 입찰 제안서 마감을 기점으로 결승선을 향한 마지막 스퍼트에 돌입했다. 총사업비 약 35조 원(240억 달러) 이상이 투입되는 이번 사업은 단순한 무기 구매를 넘어 캐나다의 향후 50년 안보 지형과 산업 생태계를 재편할 '국가적 대사'다.

4일(현지 시각) 캐나다 CTV 뉴스 및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마크 카니(Mark Carney) 캐나다 정부는 이르면 오는 6월 의회 여름 휴회 전 최종 승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포스트 90년대' 안보 위기…캐나다가 원하는 네 가지 성적표


90년대 이후 최악의 안보 위기를 맞고 있는 캐나다 정부는 이번 사업자 선정에서 단순한 기술력을 넘어, 자국 경제에 얼마나 실질적인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날카롭게 검증하고 있다. 국방투자국(DIA)의 더그 구즈만 CEO가 주도하는 이번 평가는 크게 네 가지 부문으로 구성되는데, 작전 성능과 기술력을 평가하는 '잠수함 플랫폼'이 20%, 도입 가격과 예산 효율성을 따지는 '재무적 요소'가 15%, 그리고 현지 투자와 기술 이전을 다루는 '전략적·경제적 파트너십'이 15%를 차지한다.
무엇보다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무려 50%의 배점이 할당된 '후속 군수 지원(Sustainment)' 항목으로, 이는 잠수함의 자체 성능 못지않게 캐나다 현지 조선소가 잠수함을 독자적으로 유지·보수 및 정비(MRO)할 수 있는 역량을 얼마나 확실하게 이전받느냐가 이번 수주전의 최대 승부처가 될 것임을 시사한다.

당초 입찰 과정에서 캐나다 산업부가 강력히 압박했던 '현지 자동차 조립 공장 건설' 카드는 실현 가능성 등을 고려해 양측 제안서에서 모두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CTV 뉴스가 전했다. 대신 양국은 더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국방·에너지 파트너십을 통해 캐나다의 마음을 공략하고 있다.

먼저 한화오션은 한국 특유의 신속한 건조 역량을 앞세워 2032년 첫 호기 인도를 시작으로 2035년까지 4척, 2044년까지 12척 전량을 인도하겠다는 파격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에 더해 캐나다 전역에 수소 연료 인프라 허브를 구축하고, 매니토바와 노바스코샤 등지에 국산 어뢰 생산 공장을 건설하여 2030년대 초반까지 연간 최대 4만 개의 일자리를 보장하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진해 해군기지에 캐나다 승조원 200명을 위한 전용 교육 시설과 시뮬레이터를 제공하는 등 소프트웨어 측면의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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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글로벌이코노믹

이에 맞서는 독일의 TKMS는 나토(NATO) 회원국이라는 '혈맹'의 이점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나토 잠수함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는 독보적인 실적과 노르웨이와의 공동 개발 모델인 '212CD'형의 신뢰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독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자국이나 노르웨이로 향할 물량보다 캐나다 인도를 우선시하는 '패스트트랙' 가능성을 시사하며 납기 우려를 불식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시스팬(Seaspan) 조선소 및 건설사 엘리스던(EllisDon) 등 현지 유력 기업들과 팀을 꾸려 MRO 시설 구축 역량을 과시하는 한편, 이미 검증된 노르웨이·독일 간의 보안 및 조달 계약 모델을 템플릿으로 제안해 행정적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이번 대결은 단순히 잠수함 기종 간의 싸움을 넘어선 '국가 대 국가'의 전략적 선택이다.

한국의 KSS-III(도산안창호급)는 이미 바다 위에서 검증된 '실전형' 기체라는 점과, 한국 정부가 최근 캐나다와 '방산 비밀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며 나토 비회원국이라는 한계를 적극적으로 메우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특히 한화오션이 알고마 스틸(Algoma Steel)에 자금을 대출해 제강 공장을 짓게 하는 등 '돈이 되는 사업'을 제안한 점은 실리 중심의 마크 카니 정부에 매력적인 요소다.

반면 독일의 212CD는 노르웨이와의 공동 운영을 통한 유지보수 비용 절감과 나토 표준의 운용 편의성을 내세우고 있다.
오는 6월의 발표는 캐나다가 '가장 빠르고 강력한 잠수함'을 택할 것인지, 아니면 '가장 익숙하고 검증된 동맹'을 택할 것인지에 대한 답이 될 것이다. 한국 방산의 명운을 건 35조 원의 주사위는 이제 캐나다 내각의 테이블 위로 올라갔다.


김정훈 기자 kjh777@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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