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독일 방산업체 라인메탈과 위성 제조사 OHB가 독일군을 위한 ‘스타링크’와 유사한 위성 통신망 구축을 놓고 공동 입찰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정부가 군사 우주 기술 분야에 대규모 예산 투입을 예고한 가운데 유럽 방산·우주 기업 간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라인메탈과 OHB는 독일 연방군을 위한 저궤도 위성 통신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 공동으로 참여하는 방안을 초기 단계에서 협의 중이다. 이 사업은 독일 정부가 군사 우주 기술에 투입하기로 한 350억 유로(약 60조2350억 원) 가운데 일부를 배정받는 것을 목표로 한다.
논의가 구체화될 경우 양사는 수십억 유로 규모의 계약을 따내기 위해 입찰에 나설 전망이다. 계획대로라면 저궤도에 군사용 위성을 다수 배치해 고속·고신뢰 통신을 제공하는 체계로 독일 국방부 관계자들은 이를 ‘독일군용 스타링크’에 비유하고 있다.
이번 논의는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군사 역량을 빠르게 확충하고 미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과 맞물려 있다. 독일 정부는 지난해 군사 우주 기술 투자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따라 방산·우주 기업들이 대형 계약을 놓고 경쟁에 나섰다.
스타링크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가 운영하는 위성기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로 현재 9000기 이상의 위성을 통해 전 세계에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상업 서비스로 출발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장에서 높은 활용성을 보이며 군사적 중요성이 부각됐다. 이후 방위·정보 기관을 겨냥한 군사용 서비스 ‘스타실드’도 출시됐다.
다만 여러 국가들은 특정 개인이나 미국 기업에 대한 의존을 우려하며 자국 주도의 독립적이고 주권적인 위성 통신망 구축을 모색하고 있다. 독일 역시 이런 흐름에 따라 자체 네트워크 확보를 추진 중이다.
독일군 우주 분야 조정관인 아르민 플라이슈만은 최근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독일군 통신망이 “향후 수년간 주로 독일 기업들을 중심으로 구축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부 전선을 중점으로 삼고 리투아니아에 배치 중인 5000명 규모의 상설 여단을 핵심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인메탈은 전차와 포병, 탄약 제조로 잘 알려진 기업이지만 최근 독일 국방비 확대에 힘입어 사업 영역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핀란드 우주 기술 기업 아이스아이와 협력해 독일 내 옛 자동차 공장에서 위성을 생산하는 계약을 따냈다. 이 계약 규모는 최대 20억 유로(약 3조4420억 원)에 달한다. 양사는 구름이나 악천후, 야간에도 감시가 가능한 레이더 정찰 위성 군집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번 논의는 OHB가 처한 경쟁 환경과도 맞물려 있다. OHB는 유럽연합(EU)의 갈릴레오 위성항법 시스템에 위성을 공급해왔지만 에어버스, 탈레스, 레오나르도의 우주 부문 통합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경쟁 압박을 받고 있다. OHB의 마르코 푹스 최고경영자(CEO)는 이 같은 통합이 반경쟁적일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유럽 3위 위성 제조사인 OHB는 독일군 신규 네트워크 구축을 계기로 소형·중형 위성 분야에서 입지를 확대하려 하고 있다. 회사는 최근 군사 우주 지출 증가 기대를 반영해 올해와 내년 실적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라인메탈과 OHB, 독일 국방부와 방위 조달 당국은 이번 논의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독일의 대규모 군사 우주 투자 계획이 유럽 방산·우주 산업 지형을 크게 바꿀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