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총리 서한 논란 속 EU, 대미 보복 관세·반강압 수단 적용 공식 검토
이미지 확대보기이번 사안은 외교적 발언 논란을 넘어, EU가 미국을 상대로 보복 관세와 ‘반강압 수단(Anti-Coercion Instrument)’ 적용을 공식 검토하는 단계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노르웨이 총리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더 이상 순수한 평화만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표현을 사용하며,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이해를 공개적으로 정당화했다. 이 메시지는 노벨평화상 선정 과정과 맞물려 외교 채널을 통해 유럽 각국에 전달되며 논란을 키웠다.
노벨평화상 불발 이후 달라진 메시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수위 변화는 노벨평화상 수상 불발 이후 더욱 분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전까지는 안보·경제적 필요를 우회적으로 언급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이번에는 영토와 영향권 문제를 직접 거론하는 방식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유럽 외교가에서는 이를 단순한 감정적 반응이 아니라, 미국의 국익 중심 외교 노선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그린란드가 북극 항로, 자원, 미사일 방어 체계와 직결된 전략 요충지라는 점에서, 이번 발언은 상징적 수사가 아니라 실제 정책 방향을 반영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덴마크·독일·프랑스의 즉각적 반발
덴마크 정부는 그린란드가 자치권을 가진 영토임을 재차 강조하며 미국의 압박을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독일과 프랑스 역시 영토 문제를 외교적 압박 수단으로 거론한 데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 과정에서 EU 내부에서는 미국의 행보를 단순한 외교적 마찰이 아니라, 통상과 안보를 동시에 압박하는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는 흐름이 확산됐다. 특히 관세 압박과 영토 발언이 동시에 제기됐다는 점에서, 미국의 접근 방식이 ‘포괄적 압박 전략’으로 해석되고 있다.
EU, 대미 대응 국면 진입
이 같은 인식 변화 속에서 EU 집행위원회는 미국을 상대로 한 보복 관세 부과 가능성과 함께 반강압 수단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강압 수단은 특정 국가가 경제적·정치적 압박을 통해 EU 회원국의 정책 결정을 왜곡하려 할 경우, 관세·투자 제한·공공조달 배제 등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된 장치다.
EU 내부에서는 미국을 해당 제도의 적용 대상으로 명시적으로 거론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이번 사안을 단순한 발언 논란이 아니라, 대미 관계의 구조적 전환 신호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통상 문제로 확장되는 안보 갈등
이번 갈등은 그린란드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미 EU는 미국의 관세 정책과 관련해 약 930억 유로 규모의 대응 조치를 검토해 왔으며, 이번 사안을 계기로 통상과 안보 의제가 결합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유럽 외교 관계자들은 미국이 동맹국을 상대로도 관세와 안보 압박을 병행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규범과 협의를 중시해 온 기존의 대서양 동맹 운영 방식과는 다른 접근으로, EU가 대응 전략을 재정비해야 하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대서양 동맹의 시험대
이번 사태는 대서양 동맹의 결속을 시험하는 계기로도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명확히 전면에 내세우고 있으며, EU는 이에 대해 방어적 대응을 넘어 제도적 대응 수단을 검토하는 단계로 이동했다.
이는 단기간에 봉합될 사안이 아니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통상과 안보, 영토 문제를 동시에 아우르는 갈등 구조가 형성된 만큼, 향후 미·EU 관계는 사안별 협력과 충돌이 병존하는 불안정한 국면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질서 변화의 분기점
노벨평화상 불발 이후 촉발된 이번 논란은 단순한 외교적 해프닝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이 서로를 어떻게 인식하고 대응하는지 보여주는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국익 중심 접근을 더욱 분명히 하고 있고, EU는 이에 맞서 대미 대응 옵션을 제도적으로 준비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그린란드를 둘러싼 발언에서 시작된 파장은 이제 통상과 안보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안은 향후 미·EU 관계가 협력 중심에서 관리형 경쟁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ijion@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