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데이터센터 전력난, 원전 없이 해결 못해"… 프리츠커 주지사, 탈원전 폐기 서명
美 여론 60% "원전 찬성" 대전환… 차세대 SMR(소형모듈원전) 도입 가속도
美 여론 60% "원전 찬성" 대전환… 차세대 SMR(소형모듈원전) 도입 가속도
이미지 확대보기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며, 민주당 핵심 잠룡인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의 정책 전환이 미국 에너지 시장에 던지는 함의를 집중 보도했다.
'탈원전 성지'의 변심… 현실이 이념을 이겼다
미국 내 최다 원전 보유 주(州)이면서도 1987년부터 신규 건설을 법으로 막아왔던 일리노이주가 에너지 정책의 대전환점을 맞았다. 프리츠커 주지사는 지난주 신규 원전 건설 모라토리엄(일시 중단)을 공식적으로 폐지하는 에너지 패키지 법안에 서명했다.
WP에 따르면 일리노이주는 주 전체 전력의 절반 이상을 원전에 의존하면서도, 의회와 환경 단체의 반대로 신규 원전 건설을 39년간 원천 봉쇄해 왔다. WP는 이를 두고 "심각한 인지부조화"를 겪어왔다고 꼬집었다.
이번 결정은 프리츠커 주지사의 정치적 결단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28년 미국 대선 잠룡으로 꼽히는 그는 지난 2023년만 해도 안전성 미비와 비용 문제를 들어 원전 금지 해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불과 3년 만에 태도를 바꿨다.
에너지 업계 전문가들은 "탄소 중립 목표 달성과 데이터 센터 확충 등으로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에 재생에너지만으로 한계가 뚜렷하다"며 "세계 최대 청정 에너지원인 원자력을 배제하고는 국가 전력수급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민주당 주류가 인정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美 국민 60% "원전 찬성"… SMR이 게임 체인저
프리츠커 주지사의 정책 선회 배경에는 미국 내 여론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퓨리서치센터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 성인 원전 지지율은 2016년 43%에서 지난해 약 60%까지 치솟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민주당 지지층의 태도 변화다. 과거 원전에 부정적이던 민주당원 과반수가 찬성으로 돌아섰다. 이는 소형모듈원전(SMR) 등 차세대 원전 기술이 안전성과 폐기물 처리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뉴욕주 캐시 호철 주지사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도 최근 원전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기류 변화가 뚜렷하다.
WP는 "프리츠커 주지사는 대형 원전 대신 안전성이 강화된 SMR 도입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도 "SMR은 유망 기술이지만 아직 미국 내 상용화 실적이 없다는 점은 과제"라고 지적했다.
노조·규제 리스크는 여전… "경제성 확보가 관건"
법적 규제는 풀렸지만, 실제 원전 건설로 이어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높다. 일리노이주의 경직된 규제 환경과 강력한 노조 영향력이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장애물로 꼽힌다.
이번에 통과된 에너지 법안은 배터리 저장 시설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긍정적인 내용도 담고 있다. 하지만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개발 시 노조원 고용을 의무화하는 조항이 포함돼, 사업 비용 상승과 녹색 기술 보급 지연을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WP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원전 개발 속도를 높이려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일리노이는 과도한 규제와 노조 중심 경제 구조 탓에 혁신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지역"이라며 "신규 원전 허용이 곧바로 실제 착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에너지 시장 분석가들은 "민주당 우세 지역에서조차 경제적 활력을 위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라는 사실을 인정한 것은 고무적"이라면서도 "주 정부가 유틸리티 기업 경영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마이크로매니지먼트' 관행을 버리지 않는다면 에너지 혁신은 요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2025년 말 기준 미국 원자력 발전 최신 현황을 보면, 원전은 미국 전체 전력 생산량의 약 18.6%를 차지한다. 이는 단일 청정 에너지원으로는 최대 규모다. 현재 미국 전역 28개 주에서 94기의 상업용 원자로가 가동 중이다. 특히, 최근 조지아주 보글(Vogtle) 3·4호기가 상업 운전을 시작하며 30여 년 만에 신규 대형 원전이 가동되고 있다.
게다가, 기존 40년 운영 허가를 넘어 60년, 최대 80년까지 가동 연장을 승인받은 원전이 늘고 있다. 신규 계획으로는 뉴스케일 파워(NuScale Power), 테라파워(TerraPower) 등이 주도하는 SMR(소형모듈원전) 실증 사업이 와이오밍주와 아이다호주 등에서 추진 중이며, 빅테크 기업(MS, 구글 등)이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을 위해 원전 직접 구매 계약(PPA)을 체결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