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경제의 뿌리가 휘청이고 있다.
일본 리서치 회사 제국데이터뱅크가 23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8월 일본 전국에서 휴업·폐업, 해산을 한 기업(개인사업자 포함, 이하 ‘휴폐업’)은 4만707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4만3071건)보다 9.3% 증가한 것으로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제국데이터뱅크는 해당 자료 집계를 시작한 2016년 이후 최다였던 지난해를 넘어서 올해 처음으로 휴폐업 숫자가 연간 7만 건대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휴업·폐업 직전 결산에서 당기순손익이 흑자를 기록한 기업들의 비율은 49.6%로 사상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져 마찬가지로 집계 이래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흑자이면서 자산초과 상태인 휴폐업 기업 비율은 전체의 16.2%로 지난해보다 올해까지 손익이 악화되어 문을 닫는 기업들의 숫자가 많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의 휴폐업 건수는 2020년부터 2022년에 걸쳐 지속화 지원금, 고용조정지원금 등 정부 보조로 인해 최소한으로 억제되어 왔다. 그러나 2023년 이후 일본 재정이 악화되자 지원책들이 축소되고 전기료 등 에너지 가격을 비롯한 물가 상승, 대표자의 고령화 및 후계자 문제 등 사회적 과제까지 직면한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으로 은퇴 후 생활 기반 보장 등을 목적으로 하는 이른바 ‘원만한 폐업’이 선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업이나 업계 전체의 장래성을 전망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추가적 실적 악화를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한 중소 영세 기업들이 유동 자금이 여유 있을 때 회사 간판을 내리기로 하는 결정이 잇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지표는 여러 가지에서 나타나고 있다. 제국데이터뱅크는 2025년 일본 휴폐업 경영자 연령 평균 71.65세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전년 대비 0.03세 낮아진 것으로 최겨 연령 총계도 전년 동기 대비 1세 낮아졌다.
일반적으로 경영자의 은퇴로 인해 회사 문을 닫는 것과는 다른 결과다.
연령대별로는 70대(39.6%)가 가장 높았지만 전년 동기(40.7%)를 크게 밑돌며 2024년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반면 50대(11.3%), 60대(19.9%)는 모두 전년 동기보다 증가해 활발히 일을 할 때 휴폐업을 하는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 산업 전문가들은 인력 부족이나 후계자 선정 등 경영상의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에서 미래를 내다본 경영 판단 기조가 만연해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무리하게 사업을 지속해 경영 자산을 깎아내린 결과 폐업 단계조차 밟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기보다는 M&A 등을 활용해 미리 경영 자산을 제3자에게 승계한 뒤 사업을 접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제국데이터뱅크는 “경영자 보증에 관한 가이드라인 개정을 비롯한 각종 폐업 지원에 의한 시장 환경 정비와 동시에, 거래처의 갑작스러운 폐업을 사전에 방지하는 공급망 사업 승계와 같은 개념 도입 등, 높아지는 연쇄 폐업·연쇄 도산 위험을 어떻게 경감할 것인가에 대한 노력도 중소기업 지원책으로 동시 병행하여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