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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중국 전쟁 책임론 재점화..."우크라이나 전쟁은 중국의 대미 대리전"

WSJ "2026년 전환점"...베이징, 전쟁 장기화로 미국 견제 의구심 확산 전망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사진=로이터
러시아가 최근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영공에 드론 21대를 침입시킨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사실상 중국의 대미(對美) 대리전 성격을 띠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6(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가 주로 베이징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2026년이 이 전쟁을 서방에 맞선 중국의 대리전으로 이해하기 시작하는 해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NATO 역사상 최대 영공 침범...21대 중 4대 격추


지난 99일 밤 1130(현지시간)경 러시아 드론 21대가 폴란드 영공을 침범했다. 마르친 프지다치 폴란드 대통령 국제문제 고문이 확인한 이 사건은 러시아의 2022년 우크라이나 전면침공 이후 NATO 영토 침범 사례 중 가장 심각한 것으로 기록됐다. 폴란드와 네덜란드 등 NATO 동맹군이 드론 4대를 격추했고, 폴란드 내무부는 전국에서 드론 잔해 16개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바르샤바 국제공항을 비롯해 모들린공항, 제슈프-야시온카공항, 루블린공항의 항공편이 일시 중단됐다.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이번 상황으로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공개 충돌에 가장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폴란드는 즉시 NATO 조약 제4조를 발동해 긴급협의를 요청했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부총리는 "이는 폴란드뿐 아니라 NATO와 유럽연합(EU) 영토에 맞선 전례 없는 공격"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번 사태를 러시아의 의도적 도발로 봤다.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푸틴이 계속 전쟁을 확대하며 서방을 시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럽 외교관들은 BBC를 통해 "침입 규모로 볼 때 거의 확실히 러시아의 의도적 행위"라고 분석했다.

이번 드론 침입은 서방의 딜레마를 드러냈다. 1만 달러(1378만 원)짜리 플라스틱과 합판으로 만든 무장하지 않은 드론을 백만 달러(137800만 원)짜리 미사일로 요격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무장 드론으로 동맹국 영공을 침범하거나 실제 목표물을 공격할 경우, NATO는 순항미사일을 발사해 러시아의 드론 공장을 파괴하는 등 파괴적 대응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러시아 전쟁 지원으로 사실상 '숨은 파트너'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는 배경에 중국의 전략 계산이 있다고 분석한다. 아틀랜틱 카운실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 7월 유럽연합(EU) 대외관계 담당 부위원장 카야 칼라스와의 회담에서 "미국이 유럽 분쟁이 끝나면 중국에 더 집중할 것을 우려해 베이징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패배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실제로 중국의 대러 지원 규모는 상당하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러시아에서 연간 1300억 달러(1791500억 원) 규모를 수입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에서의 수입은 40억 달러(55000억 원)에 그친다. 독일 외무부는 지난 5월 보고서에서 "중국이 러시아의 군수산업 기반을 지원하고 있다""매월 3억 달러(4130억 원) 상당의 이중용도 물품을 러시아에 수출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지난 7월 러시아가 키이우를 공격한 드론에서 중국 기업 5곳이 제조한 핵심 부품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50명 이상의 중국인이 러시아편에서 싸우고 있다""중국이 러시아에 화약과 포탄을 공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러시아가 서방 국가들을 조종하기 위해 무장하지 않은 드론을 파견하는 한에서만 이익을 얻는다. 베이징은 러시아를 서방을 약화시킬 만큼 강하게, 그러나 중국의 전략 궤도에 묶여있을 만큼 약하게 유지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2026년 러시아 내부 균열 예상


WSJ2026년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성격을 재평가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러시아 내 엘리트층이 전쟁이 중국의 이익을 위해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작전 천재였던 에리히 폰 만슈타인을 예로 들었다. 히틀러는 만슈타인의 "두뇌"를 칭찬하면서도 그가 "너무 독립적"이라고 불평했다. 만슈타인은 전쟁 상황을 목격한 모든 사람을 끌어당기는 자석과 같았다. 톰 크루즈가 극화한 암살 음모의 주모자 클라우스 폰 슈타우펜베르크는 만슈타인과 비밀리에 면담했고, 귄터 폰 클루게 원수와 에르빈 롬멜 원수는 저녁 식사 자리에서 만슈타인 밑에서 복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맹세했다.

현재 러시아에서도 세르게이 수로비킨 같이 2023년 우크라이나 반격을 막아낸 것으로 평가받는 장군이 최근 알제리 러시아 대사관 행사에 재등장하는 등 내부 동향이 주목받고 있다. 푸틴은 "지나치게 독립적인" 장군들의 문제를 전장에서 누구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게 해 해결하려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따라서 전쟁은 결론 없이, 그리고 무능하게만 진행된다"고 분석했다.

WSJ"서방은 바이든-트럼프 행정부 연장선상에서 이 모든 것을 두고 나름의 도박을 해왔다""그 도박은 우크라이나가 영토와 영공을 방어하도록 돕는 동시에, 푸틴에게 과도한 압력을 가하는 것을 경계하는 방식이었다"고 설명했다. 푸틴이 이미 감당하고 있는 비용이 체면을 살리는 휴전을 모색하도록 만들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라는 것이다.

랜드연구소 전문가들은 "동아시아 국가들의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이 증가하면서 인도태평양 국가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자국 이익을 위해 경쟁하는 새로운 선례를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경제로, 북한이 병력과 무기로 러시아를 지원하는 반면, 일본과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비살상 지원을 제공하며 지정학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에 추가 제재와 중국·인도에 최대 100% 관세 부과를 위협하며 평화협상을 촉구했다. 그러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역할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근본 해결이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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