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방위산업과 첨단 제조업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다국적 투자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미국 해외민간투자공사(DFC)는 뉴욕에 본사를 둔 투자사 오리온 리소스 파트너스와 수십억달러 규모의 광산 투자 펀드를 설립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DFC와 오리온은 각각 최소 6억 달러(약 8190억 원)를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다른 국부펀드와 미국 정부 기관의 참여 가능성도 거론된다.
◇ 국방·첨단산업 겨냥
이 기금은 구리와 희토류 등 전략 광물 채굴 프로젝트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들 자원은 반도체·배터리 같은 첨단 제조업뿐 아니라 방위산업에도 필수적이다. 미국은 현재 관련 공급망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전략적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레이슬린 바스카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핵심광물안보 프로그램 국장은 “이번 논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금융 수단을 광물 확보 전략과 직접 연계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며 “민관협력 구조가 상당한 규모의 자본을 촉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투자 구조와 제약
논의 중인 구체적 방안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6억 달러 가운데 1억 달러(약 1365억 원)를 지분 투자로, 5억 달러(약 6825억 원)를 대출 형태로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DFC는 법적으로 미국 외부 투자만 허용되고 지분 투자 비중에도 제한이 있어 구조 설계가 복잡한 상황이다.
DFC는 세부 내용에 대한 언급을 피했지만 성명을 통해 “행정부 우선 과제에 부합하는 핵심 광물 공급망 다변화 투자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협의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번 거래가 사실상 성사 단계에 들어섰다고 전했다.
◇ 공급망 다변화 가속
앞서 오리온은 아부다비 국부펀드와 12억 달러(약 1조6400억 원) 규모 합작 벤처를 설립해 각각 6억 달러씩 출자한 바 있다. 이는 미국이 추진 중인 이번 펀드 모델의 선례로 꼽힌다.
◇ 중국 의존도 낮추기
트럼프 행정부는 핵심 광물 공급망을 중국 의존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오리온 리소스 파트너스의 오스카 르보놉스키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이번 기금은 민간 자본과 공적 자금을 결합해 미국이 글로벌 광물 공급망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