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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선, 1500억 달러 투자로 미국 관세장벽 넘었다

미국, 25% 관세 15%로 인하…K-조선, 북미 시장 공략 '청신호'
군함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기대…현지 생태계 구축도 주도
7월 24일 이재명 대통령이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7월 24일 이재명 대통령이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조선업계가 1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며 미국 시장의 높은 관세 장벽을 넘었다고 조선 해양 전문 매체 트레이드윈즈 등 외신들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8월 1일 마감 시한을 앞두고 타결된 한·미 무역 협상 결과, 미국은 한국 조선업계에 큰 부담을 주던 25%의 관세를 15%로 10%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이번 합의는 반도체와 원자력 등을 포함한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포괄적인 투자 계획의 일환으로, 조선 분야의 과감한 투자가 결정적인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한국 조선업계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에도 미국 시장에서 25%에 이르는 관세 때문에 사실상 북미 시장 진출이 막혀 있었다. 그러나 최근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와 미국 내 조선업 현대화 필요성이 맞물리면서 양국 간 협상의 물꼬가 트였다. 한국 정부는 이 기회를 '산업 외교의 승부수'로 판단, 미국 조선 산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하는 대규모 투자 카드를 제시하며 협상을 이끌었다.

협상 타결로 한국 조선업계는 북미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할 중요한 발판을 얻었다.

◇ '한미조선협력펀드' 가동…미 해군 군함 발주도 '기회'


이번에 합의한 1500억 달러의 조선 투자는 신규 조선소 건설, 공급망 재구축, 인력 양성, 유지·보수(MRO)까지 아우르는 '한미조선협력펀드'를 통해 집행한다. 미국 조선업 부흥을 목표로 하는 '마스가(MASGA, Maritime America Seafaring Growth Alliance)' 프로젝트의 핵심으로, 앞으로 200척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미 해군 군함 발주에서 한국 기업들의 수주 기회를 크게 확대할 전망이다.

이번 조선 분야의 대규모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해 반도체, 원자력, 이차전지, 바이오 등 한국의 다른 주력 산업 분야에 20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으며, 이와는 따로 1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구매 계약도 맺었다.

◇ 험난했던 협상 과정…산업계는 기대감으로 화답


협상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대통령실의 한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애초 35억 달러 수준의 투자를 요구했던 미국 측이 협상 중간에 요구액을 5000억 달러까지 올리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한국 협상단이 3500억 달러 규모의 포괄적인 투자안을 역제안하며 최종 타결을 이끌어냈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이번 합의에 강력한 지원 의지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합의는 한국 조선 3사에 직접적인 혜택으로 돌아올 전망이다. 특히 LNG 벙커링선, 친환경 선박, 군함 등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 'K-조선'의 위상은 더욱 굳건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역시 이번 투자를 발판 삼아 자국 조선업의 재도약을 꾀할 수 있게 돼, 양국이 상생하는 길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 평형수 처리장치 전문기업 엔케이(NK)의 주가가 오르는 등 국내 산업계 전반에 좋은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다만, 이번 합의가 성공적으로 이행되려면 넘어야 할 과제도 남았다. 앞으로 투자 집행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도록 한미 양국이 합동 협의체를 꾸려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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