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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한·미 '3500억 달러 투자+15% 관세' 절충…무역 갈등 일단 봉합

한·일 경쟁 구도 속 타결된 합의…전략산업 재편 속 대미 산업 진출 본격화
철강·비철금속 제외, 수익 배분 구조 논란 여지 남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 시각) 한국과의 새로운 무역협정 타결을 선언했다. 이번 협정은 한국의 대규모 투자 유치와 미국의 포괄적 관세 부과를 맞바꾸는 '빅딜'의 성격을 띤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 시각) 한국과의 새로운 무역협정 타결을 선언했다. 이번 협정은 한국의 대규모 투자 유치와 미국의 포괄적 관세 부과를 맞바꾸는 '빅딜'의 성격을 띤다. 사진=로이터
전방위적으로 격화되던 한·미 간 무역 갈등이 대규모 투자와 포괄적 관세 부과를 맞교환하는 '빅딜'로 극적인 타결점을 찾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 시각) "대한민국과 완전하고 포괄적인 무역 합의를 이뤘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합의는 한국이 미국 전략산업에 3500억 달러(약 487조 원)를 투자하고 1000억 달러(약 139조 원) 상당의 미국산 에너지를 수입하는 대신, 미국은 한국산 수입품 전반에 15%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로이터와 CNBC 등 주요 외신은 이를 양국의 중대 절충안으로 평가하며 일제히 보도했다.

당초 한국은 8월 1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던 25% 고율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돼 있었으나 일본이 선제적으로 '15% 감축안'에 합의한 뒤 막판 협상력을 집중해 비교적 유사한 수준에서 조율을 마쳤다.

◇ 투자와 관세, 복합 절충 구조…'누가 더 많이 가져가나' 논란 불가피


표면적으로 드러난 협상 결과는 '상호 이익'이라는 이름 아래 균형을 꾀한 듯 보인다.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선정하는 프로젝트에 3500억 달러(약 487조 원)를 투자하고, 그중 1500억 달러(약 208조 원)는 미국 조선산업과의 공동 사업에 사용한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산 자동차에 매기려던 25% 관세를 15%로 낮췄고, 의약품과 반도체에는 '타국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약속했다. 미국산 농산물과 자동차는 무관세로 한국 시장에 진입하게 된다.

하지만 투자 방식의 실체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미국 상무장관 하워드 러트닉이 "3500억 달러 투자로 발생하는 이익의 90%는 미국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밝히면서 실질적인 수익 배분 구조가 '미국 중심'이라는 점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앞서 일본도 유사한 투자 조건을 두고 "수익은 기여도에 따라 나눈다"고 반박한 바 있어 한국 역시 협상 이후 후속 조율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철강·알루미늄 빠진 '선택적 양보'…민간 기업은 발 빠른 대응


이번 합의에서 한국의 관심 품목 중 하나였던 철강·알루미늄·구리 등 비철금속은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다. 기존의 50% 고율 관세가 그대로 유지돼 수출 업계의 부담은 여전히 남는다.

민간 기업은 정부보다 한발 앞서 움직였다. 삼성전자는 테슬라와 165억 달러(약 22조9284억 원) 규모의 반도체 공급계약을, LG에너지솔루션은 43억 달러(약 5조9752억 원)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이는 협상 결과를 미리 반영한 조치로, 향후 양국 간 산업 협력의 방향을 가늠케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합의가 우리 기업의 미국 진출을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산업 협력과 동맹 강화라는 두 축을 함께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주 내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후속 이행 방안과 산업별 구체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미 무역 합의는 단지 관세율 조정에 그치지 않는다. 전략산업을 둘러싼 패권 구도 속에서 어떤 나라가 어느 지점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느냐는 중장기적 이해관계와 직결된다. 이번 합의가 '봉합'에 머무를지, 아니면 '출발점'이 될지는 향후 협상과 이행 속도 그리고 기업의 대응 역량에 달려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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