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전문매체 인사이드EVs는 테슬라가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각) 선보인 신형 모델S와 X의 개선 사항이 “표면적인 변화에 그쳤다”며 경쟁 브랜드들이 속속 800볼트 고속 충전 기술과 고급 내장을 도입하는 상황에서 테슬라의 대응은 “미흡했다”고 24일(이하 현지시각) 지적했다.
◇ 외관은 비슷하지만 가격은 5000달러 인상
테슬라가 이번에 선보인 모델S는 최대 주행거리가 410마일(약 660km)로 이전보다 8마일 늘어났으며 모델X는 335~352마일(약 539~~566km)의 주행거리를 기록했다. 두 모델 모두 서스펜션, 어댑티브 헤드램프, 소음 차단 기능, 전면부 카메라, 다이내믹 앰비언트 조명 등 일부 옵션이 개선됐다.
가격은 모델S가 8만4990달러(약 1175만원), 모델X가 8만9990달러(약 1245만원)로 기존 대비 각각 5000달러(약 690만원) 인상됐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기대 이하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테슬라 차량을 소유하고 있다고 밝힌 한 이용자는 SNS에서 “경쟁사들은 세단은 500마일, SUV는 450마일 이상 주행하는데 테슬라는 혁신을 포기한 것 아니냐”며 “더 큰 배터리도, 더 빠른 충전도 없다”고 비판했다.
◇ 경쟁사 대비 기술 격차 ‘뚜렷’
테슬라 모델 S와 X는 여전히 400볼트 전압 시스템을 사용하지만 루시드와 현대차·기아 등 경쟁사들은 이미 800볼트 기반의 차량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실제로 ‘루시드 에어’는 512마일(약 824km)의 주행거리를 확보하면서도 350킬로와트(kW) 충전기 사용 시 12분 만에 200마일을 충전할 수 있다. ‘기아 EV9’나 ‘현대 아이오닉9’도 800볼트 구조를 바탕으로 24분 내 10~80% 고속 충전이 가능하다.
루시드의 SUV 모델 ‘그래비티’는 최대 450마일(약 724km)의 주행거리, 11분 충전으로 200마일 주행이 가능한 성능을 갖췄으며 현재 가격은 9만4900달러(약 1310만원)로 테슬라보다 오히려 낮거나 비슷하다.
◇ 판매량도 부진…테슬라 내부 우선순위 바뀌나
테슬라가 모델S와 X의 분기별 판매량을 별도로 집계하지 않고 ‘기타 모델’로 분류한 사실도 주목된다. 인사이드EVs는 “모델S와 X는 2024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적으로 8만5133대가 판매됐지만 모델3가 Y는 총 170만대가 넘게 팔렸다”며 “주요 수익 모델로서의 역할이 미미해졌다”고 전했다.
실제로 테슬라 내부에서도 차량 사업보다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분야에 무게를 두고 있는 분위기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로보택시, 옵티머스 로봇, 세미트럭, 메가팩(대형 전력 저장장치)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레딧 이용자는 “S와 X는 뒷전으로 밀렸고 테슬라는 더 이상 자동차 회사가 아니다”고 지적했고 또 다른 이용자는 “기존 고객조차 루시드, 메르세데스, 기아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 “초창기 혁신의 상징, 이제는 뒤처진 모델”
테슬라 모델S는 한때 고급 전기차의 상징이자 ‘고속·실용·세련됨’을 모두 갖춘 혁신의 아이콘으로 평가받았다. 머스크는 지난 2020년 트위터(현 X)를 통해 “400마일(약 644km) 이상 주행거리를 확보했다”고 자축했지만 5년이 지난 현재에도 410마일에 머물고 있다.
인사이드EVs는 “모델 S와 X는 더 이상 놀라움을 주지 못하며 테슬라가 직접 만든 경쟁사들에게조차 뒤처지고 있다”며 “이번 소폭 업데이트는 오히려 기존 팬들을 다른 브랜드로 떠밀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