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자국 외교부 장관을 러시아로 급파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미국의 공습 이후 더 강력한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23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바스 아락치 이란 외교부 장관은 이날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에게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친서를 전달하고 러시아가 좀 더 적극적으로 이란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는 미국이 지난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작전을 단행한 뒤 이뤄진 조치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란 외교 소식통은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이란은 러시아의 현재까지의 대응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푸틴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압박에 맞서 더 적극적으로 이란을 지지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이같은 요구가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의 지원을 뜻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아락치 장관이 푸틴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의제는 공개하지 않았다. 아락치는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을 통해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 상황에 대해 러시아와 입장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주 이란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러시아가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갈등 완화를 촉구했다. 그는 이란의 민간 핵에너지 이용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스라엘은 하메네이 제거 가능성과 체제 교체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중동 정세가 급속히 불안정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이란 부셰르 원자력발전소의 추가 원자로 건설에 참여하고 있는 러시아 기술자들의 안전에 대해 이스라엘로부터 보장을 받았다고 밝혔지만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에 대해서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 이란 핵협상에 지속적으로 관여해왔고 2015년 체결된 핵합의(JCPOA)에도 서명한 주요 당사국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 4년차를 맞아 국력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정면 충돌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로이터는 “푸틴이 이란 문제에 적극 개입해 미국과 맞서기보다는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