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령한 4개 주 합병 주장과 전쟁 경고 다시 내놓아
"투표 인정 안 하면 무력 충돌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엄포
"투표 인정 안 하면 무력 충돌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엄포

지난 21일(현지시각) 스카이 뉴스 아라비아와의 인터뷰와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에서 푸틴 대통령이 이처럼 우크라이나 영토 합병에 관한 입장을 다시 공식적으로 밝혔다고 뉴스위크가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은 같은 민족이고, 우크라이나 전체는 러시아 일부"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군인이 발을 디디는 곳은 모두 우리 땅"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러시아 군인이 발을 디디는 곳마다 죽음과 파괴만 남는다"고 반박하며, 평화 협상 가능성이 더 어두워졌다고 우려했다.
◇ 푸틴의 합병 주장과 전쟁 경고
지난 21일 스카이 뉴스 아라비아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2022년 러시아가 실시한 국민투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면 앞으로 무력 충돌이 다시 일어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국민투표는 2022년 9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도네츠크, 루한스크, 헤르손, 자포리자 4개 주에서 치러졌다. 러시아는 이 결과를 근거로 해당 지역 합병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투표가 독립 감독 없이 치러졌으며,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가짜 투표라고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중립을 지키고 동맹에 가입하지 않으며 핵무기를 포기해야 이 지역의 장기적 평화를 누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에 맞서는 도구로 쓰고 있다"고 비판하며, "우크라이나는 외부 세력의 도구보다 더 나은 운명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최근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에서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은 같은 민족이고, 우크라이나 전체는 러시아 일부"라고 한 연설과 맥을 같이한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군인이 발을 디디는 곳은 모두 우리 땅"이라며, 우크라이나 북동부 접경지인 수미 지역까지 추가 점령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수미 지역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동부 도시로, 러시아가 최근 공세를 강화하며 완충지대를 만들겠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
◇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반응 및 전쟁 전망
푸틴 대통령의 발언 직후,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트위터(X)를 통해 "푸틴의 냉소적인 발언은 미국의 평화 노력에 대한 완전한 경멸을 보여준다. 미국과 전 세계가 학살의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동안, 러시아의 최고 전범은 더 많은 우크라이나 영토를 점령하고 더 많은 우크라이나인을 죽이려는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비하 장관은 "푸틴은 이미 100만 명의 러시아 병사를 우크라이나에서 무의미한 유혈 사태에 처하게 했지만 단 하나의 전략적 목표도 이루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D.C.에 있는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이 한 나라이고, 우크라이나 전체가 사실상 러시아인이라고 주장한 것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정복을 정당화하려는 노력의 하나"라고 분석했다. ISW는 "이 내러티브에 대한 푸틴의 집착은 우크라이나 국가를 파괴하고 우크라이나 국민을 복종시키려는 그의 지속적인 의지를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미국 상원에서는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이 러시아 에너지 수출 차단을 골자로 한 추가 제재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은 러시아 원유와 우라늄 등을 사들이는 국가의 미국 수출품에 500% 관세를 매기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상원에서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푸틴 대통령과 통화하며 평화 중재에 나섰으나, 휴전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편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의 최근 발언은 우크라이나와의 평화 협상 가능성을 더욱 멀어지게 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ISW는 "푸틴 대통령이 자신의 군대가 점진적으로 진격하며 큰 손실을 감수하는 소모전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최근 몇 주 동안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규모 드론과 미사일 공격을 퍼부으며, 전쟁 이후 가장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러시아가 합병을 주장하는 4개 주를 위해 싸우고 있으며, 외무장관은 "올해 안에 전쟁을 끝내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화 외교는 효과가 없으며, 압박 외교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와 군사 지원을 늘리고 있으나, 전쟁 종식에 실질적 진전은 아직 없다.
이번 푸틴 대통령의 경고는 모스크바가 우크라이나 영토 합병에 대해 어떤 타협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외교적 경계선을 다시 확인했다는 점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고 국제적 긴장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