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인도네시아·일본 선두...지정학적 리스크 속 다극 통화 체제 전환
금 올해 26% 상승, 비트코인 사상 최고치...아세안 현지통화 거래 확대
금 올해 26% 상승, 비트코인 사상 최고치...아세안 현지통화 거래 확대

외환 거래 플랫폼 외환 컴플렉스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탈달러화의 세 가지 주요 지표는 국가 준비금에서 미국 달러의 점유율 감소, 금 점유율 증가, 양자 무역에서 대체 통화 사용 증가다.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일본이 이 분야에서 가장 큰 진전을 이룬 상위 10개국에 포함됐다.
외환 중개 회사 FXTM의 부사장 크리스 로지는 "아시아 국가들은 특히 제재, 관세 및 지정학적 위험 증가에 대응하여 미국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을 점점 더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가 SWIFT 결제의 거의 절반과 외환 거래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등 글로벌 시장을 계속 지배하고 있지만, 동남아시아, 중동 및 브릭스(BRICS) 회원국들 사이에서 다각화 노력이 견인력을 얻고 있다고 로지는 분석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 위안화로 더 많은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유로와 에미리트 디르함이 일부 양자 협정에서 그 뒤를 잇고 있다.
인시아드의 금융학 부교수 벤 차론웡은 "아시아의 탈달러화는 단순한 통화 대체가 아닌 다극 통화 시스템으로의 점진적인 전환을 의미한다"며 "미국 달러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이 많지 않지만, 재정 리스크와 불리한 무역 정책으로 인해 각국이 아세안과 같은 지역 프레임워크를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3년 아세안 협정은 미국 통화정책 변화와 무역 제한에 대한 취약성을 줄이기 위해 현지 통화 거래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 이후 동남아시아 회원국들은 말레이시아 링깃과 태국 바트 같은 통화를 사용하여 직접 무역을 시작했다.
인도네시아는 중국 및 일본과의 무역의 약 15%를 대체 통화로 진행하며, 중국 거래에는 위안화를, 일본 거래에는 자국 루피아를 사용한다. 인도 역시 자국 통화인 루피화를 사용하여 18개국과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
아시아 지역 각국은 미국 달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별도의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여기에는 금이나 채권 같은 실제 자산의 가치에 고정된 스테이블코인과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CBDC) 추진이 포함된다.
차론웡은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과의 무역 흑자를 줄이기를 원하며, 특히 러시아와 이란에 대한 미국의 최근 제재에 따라 달러의 무기화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긴장으로 인해 미국 달러에 비해 금 및 비트코인 같은 대체 자산의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 금은 올해 들어 지금까지 26% 상승했으며, 미·중 무역 긴장과 금융시장 불안정으로 인해 4월 22일 온스당 345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비트코인은 5월 22일 미국의 규제 지지에 대한 낙관적인 시장 심리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인 11만1000달러를 넘어섰다. 글로벌 암호화폐 플랫폼 제미니의 아시아태평양 책임자 사드 아메드는 "암호화폐는 젊고 기관 투자자들이 선호하며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금의 보완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주 글로벌 암호화폐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암호화폐 보유율이 전년 대비 증가했으며 싱가포르가 28%로 가장 높은 보유율을 기록했다.
아메드는 "반드시 달러에 대한 거부는 아니지만, 위험을 분산시키는 것이 현명하다는 인식"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차론웡은 탈달러화 추세에서 암호화폐의 역할은 여전히 틈새 시장으로 남아 있으며,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는 실제 탈달러화 노력에 있어 탈중앙화 암호화폐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