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판매 6% 감소 타개책 마련에 부심

유럽연합(EU)이 침체된 역내 자동차 산업을 되살리기 위한 대규모 행동 계획을 발표했다. 유럽위원회는 지난 5일(현지시각) 전기차 보조금 확대와 규제 완화를 핵심으로 하는 자동차 산업 지원책을 내놓았다고 닛케이가 6일 보도했다.
EU 자동차 산업은 역내 국내총생산(GDP)의 1조 유로(약 1561조8600억 원)를 차지하고, 연구 개발 투자의 3분의 1을 담당하는 핵심 산업이다. 2023년까지 전기차 판매량이 2019년 대비 6배로 급증했으나,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6% 감소하며 성장세가 꺾였다.
상황 악화로 아우디는 벨기에 브뤼셀 전기차 공장 문을 지난달 말 폐쇄했으며, 독일 폭스바겐(VW)도 독일 내 2개 공장의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 주요 시장에서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축소 또는 폐지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유럽위원회는 이런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1월 30일부터 자동차 업계 최고경영자들과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구제 방안을 논의해왔다.
전기차 시장 활성화를 위해 신차 판매의 60%를 차지하는 리스, 렌터카, 법인차량 등 기업 대상 판매에 보조금을 확대하기로 했다. 프랑스에서 시행 중인 저소득층 대상 전기차 리스 제도를 EU 회원국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한, 각국이 개별적으로 지급하던 전기차 보조금을 EU 차원에서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유럽위원회는 "경제적으로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보조금 모델을 확립한 뒤 EU 차원의 보조금 제도 도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기차 가격의 30~40%를 차지하는 배터리 산업 육성에도 나선다. EU 혁신 기금에서 18억 유로(약 2조8113억 원)를 배터리 생산 보조금으로 투입한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중국 기업이 60%를 장악하고 있으며, 스웨덴의 배터리 기업 노스볼트도 경영난에 처한 상황이다.
유럽위원회는 "유럽 기업이 해외 기업과 기술과 전문지식을 공유하며 EU에 충분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면 해외 기업과의 제휴에도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며 정책 방향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특화된 금융 지원도 검토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의 규제 부담도 완화한다. 각국별로 인증받던 자동 운전 기술을 EU 통합 인증 시스템으로 전환하고, 2025년부터 주차 자동 주행 시스템 인증 제한을 없앤다. 2026년부터는 특정 구간에서 자동 화물 운송도 허용할 예정이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실증 실험 활성화를 위해 2026년 초까지 EU 차원의 통합 인증 절차를 마련하고, 커넥티드 카와 자율 주행차 개발을 위한 업계 공동 프레임워크 구축도 지원한다.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방식도 완화한다. 2025년부터 매년 배출량을 산출하던 방식에서 2025~2027년 3년간 평균 배출량을 산출하는 방식으로 변경하고, 기준 미달성 시 부과되는 벌금 유예 기간을 2년 연장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지난 5일 기자회견에서 "환경 기술의 세계 시장에는 가능성이 있으며, 유럽 자동차 산업이 주도권을 잡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2035년 엔진 차량 판매 금지 정책은 현재로서는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 정책을 유지한다는 입장이지만, 유럽의회 내 유럽국민당(EPP)을 중심으로 정책 수정 요구가 이어지고 있어 향후 변화 가능성이 있다.
EU에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EU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 가능성도 큰 우려 사항이다. EU 자동차 관련 수출액 중 미국 부문은 2023년 기준 560억 유로(약 87조4642억 원)으로 20%를 차지하고 있다. 구제 방안이 추가로 필요할 수 있지만, 역내 자동차 산업 우대를 강화할수록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심화될 위험도 커진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