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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컴퓨팅, 실용화에 10년~30년 걸릴 것”

FT 보도…MS·아마존 양자칩, 선두주자보다 수년 뒤처져
대형 IT기업들 경쟁 본격화에도 '큐비트 기술' 합의 부재
2021년 2월 18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양자 컴퓨터 스타트업 QuEra Computing과 이 기계를 만든 과학자 팀 중 한 명인 플로리안 휴버의 256큐비트 기계가 촬영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1년 2월 18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양자 컴퓨터 스타트업 QuEra Computing과 이 기계를 만든 과학자 팀 중 한 명인 플로리안 휴버의 256큐비트 기계가 촬영되고 있다. 사진=로이터

양자 컴퓨팅 기술이 상용화 단계로 접어들기까지 최소 10년에서 최대 30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지난 달 28일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술적 진전에도 불구하고 양자컴퓨터의 실용화는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1947년 최초의 트랜지스터가 게르마늄으로 제작된 후 실리콘 기반 기술이 대세가 되기까지 10년 이상 걸렸듯이, 양자 컴퓨팅도 유사한 발전 과정을 거치고 있다. 현재 업계에서는 양자 컴퓨터의 기본 구성요소인 큐비트 개발 방법론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아마존은 최근 '고양이 큐비트(cat qubits)' 기술을 도입했다. 이 기술은 10년 전 예일대학 연구에 기원을 두고 있으며, 슈뢰딩거의 고양이 사고실험에서 이름을 따왔다. 프랑스 스타트업 앨리스 앤 밥(Alice & Bob)이 지난달 1억 유로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이 기술의 상업적 가능성을 시사했다.

아마존 양자 하드웨어 책임자인 오스카 페인터는 "9개의 큐비트로 구성된 오셀롯(Ocelot) 칩이 다른 유형의 양자 칩이 50~100개의 큐비트로 달성하는 성능과 동등한 수준"이라고 FT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고양이 큐비트는 일반적인 유형의 오류를 억제하도록 설계되어, 시스템 규모가 커질수록 발생하는 '노이즈'에 덜 취약하다는 특징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마조라나 1(Majorana 1)' 프로토타입 칩을 공개했다. 이는 새로운 물질 상태의 활용을 기반으로 20년간 연구해 온 급진적 유형의 큐비트 기술이다. 그러나 이 두 회사의 프로토타입은 구글의 '윌로우(Willow)'와 IBM의 '헤론(Heron)' 등 선두주자들보다 여전히 몇 년 뒤처진 것으로 알려졌다.

"양자 컴퓨팅 개발은 단거리 경주 아닌 마라톤"


양자 컴퓨터 실용화 시기에 대해서는 업계 내 의견이 엇갈린다. 구글의 오류 수정 기술 진전으로 10년 내 실용화가 가능하다는 낙관론이 있는 반면,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은 올해 초 "15~30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예측해 파장을 일으켰다. 아마존의 페인터는 "실용적인 기계가 작동하려면 10~20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FT에 언급했다.
양자 컴퓨팅은 현재의 컴퓨터로는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를 처리할 잠재력을 갖고 있어 대형 기술 기업들의 집중 투자 대상이 되고 있다. 페인터는 "양자에 대한 아마존의 목표는 AI와 동일하다"며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시장에 나와 있는 모든 유형의 칩을 고객에게 제공할 계획이지만, 자체 개발 칩이 닻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양자 컴퓨팅 경쟁은 AI 칩 개발을 위한 대형 기술 회사들 간의 현재 경쟁과 명백한 유사점을 보인다. 업계에서는 양자 컴퓨팅 개발이 단거리 경주가 아닌 마라톤으로 판명됨에 따라, 장기적 투자 여력이 성공의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자 컴퓨팅 시스템은 각 개별 구성 요소의 불안정성을 보완하기 위해 여러 큐비트에 정보를 인코딩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큐비트에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을수록 필요한 큐비트 수가 줄어들게 된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양자 컴퓨팅의 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느릴 경우, 현재의 연구 노력 중 상당수가 지속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자금이 가장 넉넉한 스타트업이라도 10년을 기다리는 것은 혹독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다양한 양자 아키텍처가 확장됨에 따라 더 적은 기본 기술을 중심으로 일부 통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양자 컴퓨팅 기술의 기본적인 요소에 대한 합의 부족을 이 기술이 실용화되기까지 얼마나 멀었는지 보여주는 주요 지표로 평가하고 있다. 다양한 접근법 간의 경쟁은 앞으로 승자와 패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있으며, 양자 기술은 AI 칩과 마찬가지로 대형 기술 기업들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잡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양자 컴퓨팅은 트랜지스터 개발 초기와 유사한 발전 단계에 있으며, 실리콘 혁명과 같은 결정적 순간까지는 아직 상당한 시간과 기술적 도전이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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