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민당 1위 불구하고 극우 AfD 20% 득표로 2위 차지...사민당은 전후 최악 성적

프리드리히 메르츠가 이끄는 보수 성향의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이 28.52%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으나, 극우 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이 20.8%의 득표율로 2위에 올랐다. AfD의 득표율은 2021년 선거 대비 10.4%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올라프 숄츠 현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SPD)은 16.41%의 득표율에 그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이외에도 녹색당은 11.61%, 극좌 성향의 '디 링케(Die Linke)'는 8.77%를 득표했다. 자유민주당(FDP)과 디 링케에서 이탈한 극좌 BSW는 각각 5% 미만의 득표율로 연방하원 진입에 실패했다.
이번 선거 결과로 메르츠 기민당 대표가 차기 총리로 선출될 전망이다. 그러나 과반수 의석 확보에 실패해 최소한 한 개 이상의 정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 "경제 침체와 이민 우려가 극우 성장 견인"
러셀 인베스트먼트 보고서는 독일이 낮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2년 연속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의 국내총생산(GDP)은 2023년 0.3%, 2024년 0.2% 감소했다.
보고서는 "한때 엔지니어링 분야의 세계적인 리더였던 독일은 이제 반도체,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그리고 가장 고통스러운 자동차 엔지니어링과 같은 핵심 기술에서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독일 경제의 핵심이었던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과의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의 에너지 가격 급등도 독일 소비자와 산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러셀 인베스트먼트는 "에너지 안보와 기후 정책은 최근 몇 년 동안 유권자들의 주요 관심사였지만 이제는 이민과 외국인 통합에 밀려나 AfD의 지지율 급증을 설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포르슁스그루페 발렌(Forschungsgruppe Wahlen)의 여론조사 결과는 독일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는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고서는 언급했다.
◇ 금융시장, '대연정' 가능성에 안도 반응
금융시장은 기민당/기사당과 사민당의 연정 가능성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러셀 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선거 결과 발표 후 독일 DAX 지수는 0.7% 상승했고, 유로화는 미 달러 대비 0.5% 상승한 1.05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메르츠(그리고 시장)는 녹색당을 포함하는 3당 연합보다 양당 연합을 선호한다"며 "전자는 협상하기가 더 쉬울 것이고 임기 내내 지속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라고 전했다.
자유민주당(FDP)과 BSW가 5% 의석 진입 장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에, 기민당/기사당과 사민당의 연정은 연방하원에서 근소한 다수당을 차지하게 될 전망이다. 한때 "대연정"으로 불렸던 이 두 정당은 독일 연방공화국 건국 이래 독일을 네 차례 통치한 바 있다.
러셀 인베스트먼트는 "총리로 추정되는 메르츠는 부활절까지 연정 협상을 마무리할 시간을 가졌는데, 이는 독일 기준으로 볼 때 빡빡한 일정"이라고 분석했다.
◇ 부채 브레이크 개혁과 투자 과제 주목
새 정부의 주요 과제 중 하나는 '부채 브레이크 정책'에 대한 입장이다. 이 정책은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를 제한하며 정부의 재정정책 완화 능력을 제약해왔다.
러셀 인베스트먼트는 "시장은 연방정부의 재정적자를 제한하고 정부의 재정정책 완화 능력을 제한해온 '채무 브레이크 정책'에 대한 새 정부의 입장을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보고서는 "독일은 교통 인프라, 에너지 안보, 교육 부문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며 "시장은 새 정부가 부채 브레이크를 개혁하여 그러한 투자를 허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헌법 개정에 필요한 3분의 2 의석을 중도 정당들이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부채 브레이크 개혁을 위해서는 AfD나 Die Linke와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 "전통 정당, 성과 보여야 AfD 부상 저지 가능"
한편,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82.5%로 높았으며, 이는 독일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를 매우 중요하게 인식했음을 보여준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러셀 인베스트먼트는 "금융시장은 AfD의 득표율이 20.8%에 그치고, 기민당/기독교사회당과 사민당의 양당 연정이 여전히 실현 가능하다는 점에 안도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1949년 이래 모든 총리가 배출된 독일의 전통적인 집권당들은 이제 독일의 시급한 도전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며 "만약 그들이 실패한다면, AfD를 권력에서 몰아내는 것은 다음번에는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