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 진입했느냐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 문제에 대한 사용자와 근로자의 인식 차이가 크지 않음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사용자의 경우 거의 100%가 경기 침체가 왔다고 보거나 올 것으로 예상했고 근로자의 경우 74% 비슷한 진단을 내놔 사용자의 비관적인 전망이 상대적으로 컸으나 경기침체 국면이 이미 도래했다는 의견은 사용자가 18%, 근로자가 41%로 각각 조사돼 근로자의 우려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자 18% “경기침체 이미 왔다”
21일(현지시간) 폭스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 스티펠파이낸셜은 투자자와 기업주를 포함한 미국 기업체 경영진을 대상으로 최근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46%가 “올해 안에 경기침체가 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이어 33%는 “내년 중으로 경기침체 국면에 빠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고 “이미 경기침체 국면에 들어섰다”고 답한 응답자도 18%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사용자의 경우 경기침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절대 다수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향후 18개월 안에 경기침체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 응답자는 고작 3%에 그쳤다.
또 기업의 향후 수익성에 가장 크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 뭐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사용자들은 경기침체와 더불어 △노동시장 경색에 따른 구인대란 △인플레이션 △글로벌 공급망 경색 등을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의 53%는 물가 급등의 여파로 금리가 오르면서 향후 적게는 2분기, 길게는 1년간 금융 비용이 늘고 보유자산 가치가 감소할 것으로 우려했다.
스티플파이낸셜의 마이클 콜렌더 소비‧소매 담당 본부장은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 경제를 둘러싸고 있는 불확실한 여건을 감안하면 사용자들이 경기침체 문제에 대해 거의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고 밝혔다.
◇근로자 41% “경기침체 국면 이미 진입”
경기침체 여부에 대한 근로자들의 판단도 사용자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비영리 경제조사기관 컨퍼런스보드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4일까지 전문직과 사무직 근로자를 중심으로 1000여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41%가 “이미 경기침체 국면에 들어섰다”고 밝혔고 33%가 “향후 6개월 안에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기침체가 머잖아 닥칠 것으로 보거나 이미 왔다고 보는 의견을 합치면 74%로 사용자에 비해서는 적었지만 미국 경제가 이미 경기침체 국면에 빠졌다고 보는 시각은 사용자보다 훨씬 많은 셈이다.
특히 이미 경기침체가 왔다고 응답한 근로자의 경우 백인이 42%를 차지한 가운데 아시아계 미국인이 34%, 히스패닉계가 35%, 흑인이 27%를 각각 차지해 백인 직장인의 비관론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경기침체에 대비해 회사에서 주로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과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39%가 ‘채용 규모 감축’을 1위를, ‘채용 동결’이 22%로 2위를 각각 차지했다.
그밖에 ‘대규모 조직 개편’이 19%, ‘월급 인상 또는 보너스 동결’이 15%, ‘보너스 감축’이 14%, ‘정리해고’가 13%, ‘강제 무급휴가 실시’ 4%로 그 뒤를 이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