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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 칼럼] '영업이익 15% 성과급'과 외국 자본 탈출 ‘공포’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성과급 15% 제도화 투쟁
SK하이닉스 성과급 10%가 방아쇠 당겨…전 산업계 도미노 현상
영업이익 성과급 15%, 법인세 42.5% 효과…외국 기업도 도망갈 판
노-노 간 분노와 갈등의 골 깊어질 뿐
사진=구글 제미나이가 생성한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구글 제미나이가 생성한 이미지.
한국 경제와 주식시장에 거대한 재앙이 몰려오고 있다. 외국인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코스피시장에서 ‘10 영업일 연속 외국인 순매도’다. 외국인은 연일 삼성전자 주식을 팔고 개인투자자와 기관이 떠 받치고 있다. 증시는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0원을 가뿐히 넘어섰다.
일각에서는 원화 가치가 떨어져 외국인이 나간다고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한국 주식을 던지고 본국으로 송금하기 위해 달러를 바꾸니 환율이 뛰는 것이다. 외국 자본의 탈출 신호다.

최근 주가 하락에 대한 진단은 다양하다. 미·이란 전쟁에 따른 고유가와 금리 인상 우려, 미 국채 30년물 금리 5% 초과 등을 원인으로 꼽는다. 그간 국내 주가 급등에 따른 조정이란 진단도 있다. 주가 하락의 중요한 배후는 또 있다. 한국 경제를 떠받쳐온 대기업 노조의 '선 넘은 탐욕'과 불확실성이 자본의 대탈출(엑소더스)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방아쇠를 당긴 것은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불사 선언이다. 이들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고정(10년) 지급하라"며 띠를 둘렀다. 심지어 "삼성전자는 우리가 그냥 없애버리는 게 맞다", "이재명 대통령 목표인 코스피 5000 달성하게 해드리겠다"는 섬뜩한 폭언마저 서슴지 않았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연봉과 최고 수준의 성과급을 받는 이들이 벌이는 탐욕의 굿판을, 수천만 원 연봉에 허덕이는 평범한 급여 생활자들이 과연 어떤 눈으로 바라보겠는가.
이미 SK하이닉스가 “매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는다”는 파격적인 기준에 합의했으며, 향후 10년간 적용하기로 약속하면서 봇물이 터져버렸다. 현대자동차,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일류 기업들로 번지고 있다. 이 도미노 현상을 지켜보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선은 냉혹하다.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고정화한다는 것은 단순한 임금 인상이 아니다. 기업 회계상 영업외손익을 제외하면 이는 세전 순이익의 15%가 되는 거액이다. 쉽게 말해 지방세를 포함해 27.5%인 현행 법인세 최고세율에, 사실상 15%의 ‘노조세(稅)’가 추가로 얹어지는 꼴이다. 한국 기업의 실질 법인세율이 '42.5%'라는 낙인을 찍게 된다.

어느 외국 자본이 사실상의 법인세율 42.5%짜리 나라에 미래를 걸겠는가. 여기에 청와대 정책실장의 ‘AI 국민배당론’ 같은 포퓰리즘이 애초 한몫을 했다. 과거 ‘토지 공개념’을 부르짖던 사회주의적 발상과 궤를 같이한다. 내국인과 국내 기업은 절망하면서도 체념할지 모르지만, 외국 자본은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 기대수익률이 칼질당하는 순간, 자본은 가장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보따리를 싼다.

자본은 사회주의적 규제와 불확실성을 가장 혐오한다. 과거 우리가 왜 중국 투자를 접었는가. 롯데마트에 뚜렷한 이유 없이 영업정지를 때리던 중국 당국의 불확실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지금 외국인이 보기에 한국 시장의 '소버린 리스크(국가 위험)'는 중국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노동이사제, 노란봉투법에 이어 '영업이익 배분 요구'까지 겹치니, “일단 팔고 보자”며 안전한 본국으로 자금을 송금하는 것이다. 환율의 폭등으로 이어진다.
선진국 중 이런 식의 성과급제를 대못 박은 나라는 프랑스를 제외하면 없다. 대다수의 선진국은 스톡옵션이나 주식 보상 등 기업과 주주의 가치를 함께 높이는 방식을 쓴다. 지금은 반도체와 자동차가 호황이라지만 경제는 사이클이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 불황의 깊은 골짜기에 진입했을 때 ‘영업이익 15% 성과급 룰’이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 그 파괴력은 한국 경제의 숨통을 끊어놓을 것이다.

외국 자본이 빠져나간 자리는 거대한 공동(空洞)이 된다. 1400만 개인투자자들이 아무리 '동학개미운동'을 벌여도 외국인 없는 증시 부양은 불가능하다. 증시 축소만 있을 뿐이다. 국민이 피땀 흘려 모은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마저 시퍼렇게 멍들 수밖에 없다. 노동계의 지나친 탐욕은 결국 절대 다수 국민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라는 깊은 상흔을 남기고, 사회를 회복 불가능하게 갈라놓을 것이다.

정치권과 정부는 미래의 재앙을 감지조차 못하는가, 노조의 눈치만 보는가 싶어 답답하다. 섣부른 낙관론은 금물이다. “언젠간 돌아오겠지”라는 안일함이 영원한 자본 탈출로 이어진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 그것이 정부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책무다. 위기는 이미 시작되었다.


황상석 글로벌이코노믹 수석 전문위원 h1234@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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