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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구적 발레의 전통을 이어가는 발레리나 김소혜

[나의 신작 연대기(51)] 김소혜(컨템포러리 발레리나, 안무가) 발레 연대기
김소혜(컨템포러리 발레리나, 안무가)이미지 확대보기
김소혜(컨템포러리 발레리나, 안무가)
그녀의 무원(舞源)은 뉴질랜드의 초장(草場)인 듯했다/ 구릿빛으로 빛나는 명마의 갈퀴 같은 자존 위에 무지개가 피어 올랐다/ 바람으로 흔들릴 때마다/ 내공의 깊이는 더해 갔다/ 소금꽃 위로 착지하는 제비처럼/ 바람의 요동을 조율하며 일상을 즐겼다/ 틀에 벗어나지 않으며/ 내 안에 이는 바람을 다스렸다/ 바람으로 달려 나가는 법을 배우며/ 세월을 익혔다/ 밝고 맑은 날은 불가시(不可視)의 안개가 스치고 난 다음에 온다/ 아직 그녀의 피난처는 발레골이다
김소혜는 지난 2월 13일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 한국발레연구학회의 제38회 KBA 안무가전에서 이지혜 안무의 현대발레 ‘Frame out’에 솔로 무용수로 참여했다. 현대사회를 헤쳐 나가는 주인공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주제성의 의미를 부여한 발레는 시종 진지했다. 지난해에 새롭게 창단한 서울시발레단의 창단공연 '한 여름밤의 꿈'(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더블빌 '한스판마넨 x 차진엽 백조의 잠수'(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의 시즌 무용수로 활동했다. 그녀는 발레 전공이지만, 컨템포러리 발레, 현대무용, 다원예술, 행위예술과 다른 움직임에 관심이 많다.

만춘의 발레리나 김소혜는 예원학교, 서울예고, 한예종을 졸업하고, 뉴욕 페리댄스센터 발레컨템포러리 전액장학수료(2016~2018), 페리댄스컨템포러리댄스컴퍼니(2016~2022), 프리랜서 무용수·아트프로젝트그림(2020~2023). 서울시발레단 창단 시즌무용수(2024)의 과정을 거친다. 이지혜 발레안무가의 2023 ON발레앙상블 정기공연 'Querencia'(2023.03.22., 나루아트센터 대극장), 2023 발레블랑 정기공연 'The Perfectionists'(2023.08.13.,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한국발레연구학회 제38회 KBA 안무가전 ‘Frame out’(2025.02.13.,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 출연했다.

이지혜 안무 ‘Frame out’ ⓒ한필름이미지 확대보기
이지혜 안무 ‘Frame out’ ⓒ한필름
이지혜 안무 'The Perfectionists' ⓒ한필름이미지 확대보기
이지혜 안무 'The Perfectionists' ⓒ한필름
이지혜 안무 'The Perfectionists' ⓒ한필름이미지 확대보기
이지혜 안무 'The Perfectionists' ⓒ한필름
이지혜 안무 'The Perfectionists' ⓒ한필름이미지 확대보기
이지혜 안무 'The Perfectionists' ⓒ한필름
이지혜 안무 '케렌시아' ⓒ옥상훈이미지 확대보기
이지혜 안무 '케렌시아' ⓒ옥상훈

김소혜의 발레는 여덟 살 무렵 동네 발레학원에서 시작된다. 어머니의 직장 동료의 제안에 친구와 시작한 발레가 지금까지 이어진다. 그녀는 발레 교습을 즐겼다. TV에 방영된 발레리나의 동작을 곧잘 따라하곤 했다. 비교적 내성적이던 김소혜는 가족들 앞에서는 학습한 발레를 선보이면서 즐거워했다. 초등학교 내내 방과 후 발레에 집중했고, 5학년 막바지에 신말연 원장이 발레 전공을 권유했다. 꿈에 그리던 예원학교에 진학, 김나영·김향좌·윤정림 같은 여러 선생님으로부터 발레를 배우게 되었다.

김소혜는 차분하고 내성적이었으며 한편 고지식하기도 했다. 김소혜는 정상궤도를 유지하면서 주어진 틀 속에서 자신을 컨트롤했다. 좋은 성적과 기억으로 연결된 서울예고와 한예종에서도 열공했다. 서울예고에서 안윤희·손미경·이고은 선생, 한예종에서 김선희·조주현·김용걸 교수와 마르가리따 쿨릭, 블라디미르 킴 선생께 사사 받았다. 그녀는 자신의 춤이 깨끗하고 예쁘다는 말 대신, 끼가 많고 기교가 뛰어나고 예기치 않은 놀라운 연기라는 말을 듣고 싶어했다. 종종 조금 더, 조금만 더 틀을 깨라는 조언을 듣곤 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진단한 한계점 아닌 한계점이었다.

김소혜는 대학 졸업 후 근 3년 동안 무용에서 스스로 프레임 아웃되었다. 그녀는 마음의 불편함을 털고 관객에게 움직임으로 감정을 전달하고 싶어 했다. 무용 외 시간 동안 ‘나’를 성찰하고 받아들여 다시 춤출 수 있는 열린 마음과 능동적인 태도의 필요성을 느꼈다. 안전하고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수동적이고 간절하지 못했음을 깨달았다. 열린 마음으로 자신이 원하는 일을 능동적으로 해 나아가 여러 가지 경험을 한다면, 자신이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늘어날 것 이라고 생각했다.

김소혜는 심기일전하여 신촌에 위치한 서울탄츠스테이션에서 클래식발레 외에 마사그라함 테크닉, 현대무용, 재즈, 즉흥춤 수업 등을 들었다. 그곳의 미나유 교수(한예종 교수 역임)의 추천으로 뉴욕 페리댄스컨템포러리 컴퍼니 오디션에 합격하여 도미했다. 2016년 여름, 클래식 발레에 갇혀 있던 김소혜를 위해 무용단장은 무용단 생활과 센터 진행의 발레컨템포러리 수업 병행을 제안, 장학생으로 여러 수업과 작품에 참여했다. 매일 온몸에 멍이 들고 말도 서툴렀다. 한국의 가족은 늘 그녀를 응원했고, 뉴욕에서 만난 컴퍼니 코디네이터 에리카 언니와 룸메이트들이 그녀에게 용기를 주었다.

김소혜는 뉴욕에서 무용단 이갈 페리 단장을 비롯한 여러 안무가의 작품을 경험했다. 주재만 안무가, 앨리스 클락, 요시토 사쿠라바, 드와이트 로덴, 노베르트 드 라 크루즈, 인 유에, 호야 카케라스, 제라드 팔라조, 콜린 하이니에르 등의 안무가들과도 작업했다. 김소혜는 뉴욕이라는 멋진 도시에서 20대 중후반을 보내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춤과 인생에 크나큰 자양분이 되었다. 그녀는 한참 즐거운 뉴욕 생활 도중 갑작스럽게 코로나 19가 유행하여 어쩔 수 없이 귀국하여 앞이 캄캄하고 막막했지만, 차츰 한국에서도 많은 예술활동을 하게 되었다.

김소혜는 전국 각지의 워크숍에서 만난 친구들과 2020년부터 ‘아트프로젝트그림’이라는 다원예술단체를 만들어 지원사업에 뛰어들고 공연을 기획하면서 무용수가 아닌 다른 역할도 경험했다. 2022년에는 Aydo Studio라는 공연 예술가와 공조한 작품을 뉴욕 중심가에 있는 박물관과 크리스티 옥션 초청으로 공연했고, 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 대학에서 강연·공연을 했다. 2023년은 이지혜를 비롯한 많은 안무가와 공연하며 경험을 쌓았다. 그녀와의 첫 작품으로 현대인들의 바쁜 모습을 투우에 비유한 'Querencia'(케렌시아)는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되었다.

이지혜 안무 '케렌시아' ⓒ옥상훈이미지 확대보기
이지혜 안무 '케렌시아' ⓒ옥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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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혜 해외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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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혜 해외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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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혜 해외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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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혜 해외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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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혜 해외활동
이지혜 안무 '케렌시아' ⓒ옥상훈이미지 확대보기
이지혜 안무 '케렌시아' ⓒ옥상훈

김소혜에게 2024년은 특별한 한 해였다. 한국에서 처음 창단된 컨템포러리발레단인 서울시발레단의 첫 시즌 무용수로 선정되었다. 프리랜서로 장점을 살리면서, 든든한 단체에 소속되어 안성수, 주재만, 차진엽 같은 예술가들과 작업할 수 있다는 것이 그녀에게는 너무나 행복했다. 그녀는 자신의 삶에 진솔한 사람이 좋은 춤을 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춤은 그 사람을 고스란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녀는 보기 좋거나 기교적인 춤보다는 그 사람다워서 자연스럽고 보기 편안한 개성있는 춤을 추고 싶어한다. 다시 보고 싶다거나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춤을 선호한다.

김소혜는 'Querencia'에서 처절한 움직임으로 방향성을 찾아가는 현대인의 삶을 움직임으로 표현해 내었으며, 허세에 대한 경계와 은유적 사유로 전투적 삶으로 살아가는 청춘을 연기해 낸 'The Perfectionists', 성장이란 틀 안에서 안전함과 익숙함을 포기하고 두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을 연기한 ‘Frame out’, 절제미를 보여주며 상상력을 자극한 남다른 기량의 '스크루지'에 출연했다. 그녀의 발레는 진화하고 있다. 그녀의 발레 연대기는 자신만의 독특한 빛깔로 연홍의 물살을 타고 ‘와’의 함성을 조율한다. 김소혜는 만개한 봄을 두고 이른 봄은 늘 추위와 함께 왔음을 기억한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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