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협상팀 비교분석

지난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회에서 발표한 연설은 단순한 정책 보고가 아니었다. 그것은 한미 양국 정부 간의 향후 협상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였다. 트럼프는 “한국이 미국에 부과하는 관세가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보다 4배 높다”고 공개 비판하며,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도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트럼프의 메시지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연설 중 “현대자동차가 미국에 초대형 공장을 짓기로 했다”며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를 치켜세웠고, 1300km에 이르는 알래스카 가스관 공사에 한국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는 점도 강조했다.
냉탕 온탕을 오가는 트럼프의 발언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미국은 한국 기업의 경제적 기여도를 칭찬하는 동시에, 한국 정부가 군사·경제 협상에서 더 많은 양보를 해야 한다는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하지 않으면, 미국은 관세를 올릴 것이고, 무역 장벽을 강화할 것이며, 한국 기업의 미국 내 사업까지 가차 없이 타격을 가할 수 있음을 경고하는 것이다.
과연 우리 정부의 협상팀이 미국의 힘을 앞세운 이 가혹한 압박과 위협을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까? 우리 정부의 협상가들은 과연 미국 정부의 가공할 협상전문가들을 상대로 밀리지 않고 제대로 협상을 할 수 있을까? 모두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조사하고 분석해 보았다. 양국의 주요 협상 대표는 누구이며, 협상력은 어떠한 지 냉정하게 평가해 보았다. 과연 누가 진짜로 협상의 판을 지배하고, 거칠고 냉정한 딜메이킹을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지? 누가 더 강하고, 노련하며, 상대방을 압도할 능력을 가졌는지를 가감 없이 분석해 본다.
주요 한국 협상 대표들의 강점과 약점
한국 정부의 협상팀은 이태우 방위비 분담금(SMA) 협상 수석대표,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무역 및 금융 협상),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전 통상교섭본부장, USTRE 무역협상 담당)이 꼽힌다.
이태우 SMA 협상 수석대표는 북핵외교기획단장, 북미국 심의관, 주미국대사관 참사관 등을 역임한 외교 전문가이다. 그는 한미동맹 및 군사안보 관련 업무 경험이 풍부하다.
그는 방대한 데이터와 정책을 분석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미 관계의 정치적 함의를 깊이 이해하고 있다. 또한 신중하고 점진적인 협상 방식을 통해 한미 간 균형을 맞추려고 한다.
그러나 그는 협상 전술보다 행정 접근을 선호하기 때문에 딜메이커로 보기 어렵다. 강경한 미국 협상팀과 맞서기에는 어려움을 겪으며, 한국 내 정치적 압박에 취약해 협상에서 유연한 대응을 하기 어렵다.
현실적 평가는 강한 외교적 경험이 있지만, 전투형 협상가가 아니다는것이다. 협상을 지연시키고 미국의 강경한 요구를 완화할 수는 있지만, 미국의 강한 압박을 뚫고 결정적인 양보를 얻어내기엔 역부족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랜 공직 생활을 거친 경제 관료이며, 기획재정부 차관과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했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개정 협상을 주도한 경험이 있다. 그는 숫자와 데이터 분석에 강하며, 미국 측 주장을 경제 논리를 통해 반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또한, 국제 경제 협력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으며, IMF와 OECD 등에서 신뢰받는 협상가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그는 협상을 딜이 아닌 절차적 과정으로 접근하는 관료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협상 스타일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원칙적인 접근을 선호하며, 미국처럼 규칙을 어기면서도 딜을 만들어내는 방식에는 익숙하지 않다. 또한, 한국 경제가 미국 시장에 의존하는 구조적 한계를 고려할 때, 미국의 강경한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그에 대한 현실적 평가는 이렇다. 뛰어난 경제 전문가이지만, 협상에서 공격적으로 딜을 따내는 스타일은 아니다. 논리적으로 미국을 설득할 수는 있지만, 미국 측 협상가들의 강경 압박을 버티는 데 한계가 있다.
안덕근 장관은 서울대학교 교수 출신의 무역법 전문가로 세계무역기구(WTO)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에 관여한 경험이 있다. 그는 다자 무역 체제(WTO)와 양자 협상을 오가는 전략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국제 무역 규범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미국의 무역 압박에 법적 근거를 통해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또한, 한국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순수한 협상가라기보다는 법률 전문가의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실제 협상장에서 강한 압박을 받을 경우 취약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선호하는 양자 협상 방식에 익숙하지 않으며, 다자 협상(WTO 등)에서는 강점을 보이지만, 미국과의 직접 대결에서는 밀릴 가능성이 크다. 또한, 한국이 미국보다 협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제한적인 상황이며, 미국은 관세와 제재 등 강력한 수단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한국의 선택지는 상대적으로 적다.
최종 평가는 지적인 협상가지만, 미국과 1대1 싸움에서는 약하다는 것이다. 법적 근거를 내세우며 미국을 압박할 수 있지만, 미국은 이를 무시하고 힘의 논리로 협상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주요 미국 협상대표들의 강점과 약점
미국 협상대표로는 린다 스펙트 방위비 협상 수석대표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협상 수석대표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꼽힌다.
린다 스펙트 방위비 협상 수석대표는 국무부 정치군사국 안보협상을 담당했으며, 미 전략사령관 외교정책 보좌관과 경제제재 담당 부서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그녀는 군사 협정 및 동맹국 대상 협상 경험이 풍부하다. 그녀는 공격적인 협상 스타일을 가지고 있으며, 최대한의 양보를 얻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한국 내 여론을 신경 쓰지 않고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며, 시간 압박을 활용하여 협상을 지연시키면서 한국이 불리한 상황에서 타협하도록 유도한다.
그러나 너무 강경한 협상 태도는 한미 동맹의 장기적 신뢰를 해칠 위험이 있으며, 지나친 압박은 한국 내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최종 평가는 그는 냉철한 전략가로 한국이 강하게 저항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관철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협상 수석대표는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수석보좌관을 지냈으며 미·중 무역전쟁 협상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관세 및 경제 제재 전문가이다. 그는 매우 공격적인 협상 스타일을 가진 인물로, 관세, 제재, 무역 규제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상대를 압박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또한, 한국, 중국, 일본을 활용한 분열 전략을 구사할 수 있으며, 한국을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 끌어들일 가능성이 있다.
그의 협상 방식은 지나치게 일방적이어서, 장기적으로 미국의 동맹국들 사이에서 신뢰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그는 한국에 가장 위협적인 협상가라는 게 최종 평가다.그는 상대방이 정면 대결을 피하면 끝까지 밀어붙인다.
결론: 협상의 냉혹한 현실—힘이 곧 협상의 승패를 가른다,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협상장의 승패는 단순한 논리와 전략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냉정한 현실은 ‘힘’이 협상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증명해왔다. 한국 협상팀은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접근을 바탕으로 협상을 준비하지만, 상대가 미국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미국 협상팀은 단순한 전략적 교섭을 넘어선다. 그들은 거칠고도 직설적인 강압적 협상 전술을 구사하며, 압도적인 경제력과 글로벌 영향력을 무기로 상대를 제압한다.
순수한 협상 전투에서 미국은 절대적 강자다. 그들의 목표는 ‘공정한 합의’가 아니라 ‘최대 이득’이며, 이를 위해 상대가 숨 쉴 틈조차 주지 않는 공세적 협상을 펼친다. 한국 협상팀이 아무리 정교한 논리와 협상 기술을 구사하더라도, 미국이 쥐고 있는 압도적 경제력과 힘의 논리를 무력화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한국 협상팀은 방어적인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으며, 최선의 결과는 ‘최악을 피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한국은 단순한 ‘작은 플레이어’가 아니다. 지정학적으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라는 강대국들 사이에서 외교적 균형을 유지하며, 삼성, 현대, SK, LG 등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존재하는 국가다. 이는 단순한 ‘약소국의 협상’이 아니라, 경제·기술·안보적 이해관계가 얽힌 복잡한 힘의 게임이다.
이제 한국 협상팀이 나아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단순한 논리적 대응을 넘어, 지정학적 요인과 글로벌 기업의 영향력, 그리고 미국이 간과할 수 없는 전략적 자산들을 총동원한 치밀한 협상 시나리오를 구축해야 한다. 강압적 전술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협상 프레임 자체를 주도하는 ‘설계자’로 변모해야 한다.
순수한 힘에서 미국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진정한 협상 지능과 전략적 사고로 무장한 협상팀은 강자를 압도할 수도 있다. 이제 한국 협상팀이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야 할 때다.
박상기 BNE협상컨설팅 대표 겸 한국협상학회 부회장(세종대학교 경영대학원 협상학 겸임교수)
박희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cklond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