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부조리적 담론 창출에 관한 남다른 상상력, 정길만 안무의 '침묵하는 존재의 나약함'

1.정길만 안무의 「침묵하는 존재의 나약함」이미지 확대보기
1.정길만 안무의 「침묵하는 존재의 나약함」
십일월의 창, 음력 양력 끝자리가 같다. 시시해진 음력같이 풀죽은 사람들은 말을 아낀다. 굵은 확성기 소리처럼 목소리 센 사람들이 지구촌으로 몰려왔다. 원주민들은 터전을 잃고 변두리로 계속 물러났다. 깊어 가는 가을 길목에서 점령당한 마을에 입김을 불어 넣으면 시린 가을이 빨간 얼굴을 내밀지 모를 일이다. 느린 가을에는 묵상을 거두어도 좋을 듯하다. 날이 무척 따스했기 때문이다.

10월 31일(목)부터 11월 3일(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네 차례, 세 안무가(정길만, 이재화, 최종인)에 의한 ‘2024 국립무용단 안무가 프로젝트’가 공연되었다. 출연은 국립무용단(예술감독·단장 김종덕) 청년 교육단원이 담당했다. 시대를 떠나 두드러진 주제성과 뚜렷한 작품성 차이로 갈채를 받았던 춤 철학자 정길만(국립무용단 훈련장) 안무의 「침묵하는 존재의 나약함」을 주목한다.

정길만 안무가는 제목이 주제인 침묵하는 존재의 ‘의식의 내면’을 탐구해 간다. 차별과 억압의 끝으로 내몰리는 사람, 전쟁의 상흔을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동시대 한국 작가에게도 불편한 진실이다. 무의식에서 반항하는 분신은 의식에서 침묵하는 자신을 두고 평행선을 그으며 그림자가 되어간다. 안무가가 기억하기 힘들어서 침묵한, 무의식에서 생산된 반항은 현실을 더욱 나약하게 만들었다.
안무가는 사회 부조리에 침묵하는 자들에게 용기를 전한다. 그는 무용이 인간 치유와 회복에 미친 영향에 천착하면서 지구촌 사람들과 소통하는 우리 춤의 움직임, 소재, 주제를 탐구해 왔다. 새 밀레니엄 속의 지구촌은 많은 불편한 진실을 감추고 있다. 무의식의 파편들, 등장인물은 억압·소외·저항·폭력의 주체가 되었다가 관찰자나 동반 여행자가 된다. 묵상자는 오늘도 의식과 무의식을 오간다.

묵상자는 무의식 속에서 히잡을 쓴 지구촌 여자의 억압과 아픔을 공감한다. 여자의 죽음, 끝으로 내몰리는 사람, 폭력과 전쟁의 당사자가 자신이 된다. 가상공간은 현실을 연결하는 통로, 카우치에 누워 있는 자신에까지 이른다. 치유 능력자에 의한 자유연상이다. 무의식에서는 자신의 생존이 미안해서 전장의 현장에 선다. 아픔을 뒤로 한 채 희미한 과거와 뒤 섞여 질 수 있도록 침묵으로 걷는다.

2.정길만 안무의 「침묵하는 존재의 나약함」이미지 확대보기
2.정길만 안무의 「침묵하는 존재의 나약함」
3.정길만 안무의 「침묵하는 존재의 나약함」이미지 확대보기
3.정길만 안무의 「침묵하는 존재의 나약함」
4.정길만 안무의 「침묵하는 존재의 나약함」이미지 확대보기
4.정길만 안무의 「침묵하는 존재의 나약함」

「침묵하는 존재의 나약함」(32분)은 1장. ‘침묵으로 초대’(17분): 결심(5분), 장례(4분), 벼랑(5분), 웜홀(3분), 2장. ‘카우치’(12분) : 카우치(4분), 분열(4분), 전쟁(4분), 3장. ‘평행’(3분)에 걸친 3장으로 구성된다. 안무가는 사회 부조리와 불합리한 현실을 무의식 속 상징 표상으로 삼고 가상과 현실을 오간다. 전통춤과 현대무용의 경계 허물기로 입체적·은유적인 움직임으로 작품을 안무·연출 해낸다.

거대한 돌을 지켜보는 사람들, 거대한 돌은 권력, 문명, 억압, 정치, 죽음, 질서 등 인간이 창조하고 변하기 두려워하는 거대한 부조리의 상징이다. 여자들이 도망친다. 장애물을 넘고, 비좁은 통로를 뚫고 달리는 발에 피가 흐른다. 히잡을 벗어 던진 저항하는 여인은 거대한 돌을 지켜보는 이들에게 호소한다. 분신을 통해 본 자엘이 에멜(분신)과 쓰러진다.

위로하듯 다가와 목을 조르는 자엘의 자유연상 속의 분신들, 이러는 과정에서 거대한 돌을 쓰러트리다 쓰러져 죽어가는 저항하는 여인의 모습이 함께 겹친다. 자엘의 경건한 장례가 이어지며, 자엘의 분신 에멜은 저항하다 쓰러진 여인으로 다가가 살풀이를 춘다. 바람, 파도 소리가 환청이 된다. 파도 소리에 벼랑 끝은 흰 구름이 된다. 바람, 자전거 페달 소리가 환청이 된다.

벽을 돌리면 벽에 매달린 에멜, 저항하는 여인이 절벽 끝으로 내몰리는 것의 상징이다. 저항하는 여인에게 던지는 돌은 벽에 매달린 에멜과 절벽을 붉은 피로 물들인다. 들리지 않는 비명, 새의 울음소리에 맞춰 벽이 돌아가며 전환되고 이색적인 공간, 웜홀의 가상공간이 펼쳐진다. 조명의 원형 프레임 안팎의 공간은 넓어지거나 좁아지면서 가상공간을 지나 카우치, 현실로 이동한다.

음악은 ‘죽은 시인의 그림자’로 사우디어와 독어가 반복적으로 살포된다. 사람들의 눈에는 무엇이 보이는지를 지속해서 묻는다. ‘눈을 감아도 보인다는 건, 만날 수 있는 것’; 느낄 수 있는 건, 신과 대화할 수 있다는 것. ‘영혼, 죽은 시인의 그림자’; 현대인의 모습에서 볼 수 없는 신들림. 그건 그림자만 할 수 있는 굿, 그 굿으로 살기를 돋운다. ‘상상할 수 있다는 건,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것’; 체감할 수 있다는 건 오직 신들림. 굿으로 살기를 돋운다. ‘영혼이 부재 하는 사회’; 친구·형제·국가는 나를 죽이고 나는 그림자 되어간다. 내 그림자의 살기를 돋운다. ‘거역하는 연명의 사회’; 시인은 죽고 그림자만 남는다. 내 그림자에 살기를 돋운다.

무용수(배우)들은 세트를 이동시켜 서재의 방을 만든다. 그곳 카우치에 누워 있는 자엘은 지금까지 자신이 자유연상 하였음을 알게 된다. 무용수(코러스)가 일상적인 소리, 자동차 소리, 길거리 소음, 자전거 페달 소리와 함께 자엘을 지켜보면서 장면이 전환된다. 등장하는 나우(치유자), 자엘이 자유연상에서 자신의 분신과 분열하고 있음을 나우(치유자)의 독백 춤이 입증한다.

깨어난 자엘은 자신의 분신 에멜을 등장시키고, 나우(치유자)와 격한 듀엣을 춘다. 벽이 움직이고(군무) 이동한다. 자엘은 무의식과 의식을 오가며 혼돈 속에서 죽음의 잔상, 전쟁의 상흔이 펼쳐진다. 떠나는 자들의 가방, 신발, 모자, 책, 죽음의 소리와 함께 하늘로 흩어 뿌려지는 종이의 휘날림은 무대 전체를 마비시키고 홀로코스트를 연상케 한다.

굴뚝 있는 방의 카우치는 자유연상의 비밀 공간, 한겨울에 고드름, 장작 때는 소리가 있다, 몇 사람은 불 쬐러 가고 카우치에 반쯤 몸을 눕힌다. 코러스는 에멜에게 흰 가루를 묻힌다. 격해지면서 나우의 분신인 로우가 자엘를 짓누른다. 주변에 연무가 끼면서 3인무가 격해진다. 벽이 움직이고(군무) 이동한다. 카우치 대비의 폭격기 프로펠러 소리가 커진다. 벽의 틀은 무너지고 앙상하게 드러난다.

5.정길만 안무의 「침묵하는 존재의 나약함」이미지 확대보기
5.정길만 안무의 「침묵하는 존재의 나약함」
6.정길만 안무의 「침묵하는 존재의 나약함」이미지 확대보기
6.정길만 안무의 「침묵하는 존재의 나약함」
7.정길만 안무의 「침묵하는 존재의 나약함」이미지 확대보기
7.정길만 안무의 「침묵하는 존재의 나약함」

현대의 무대 공학은 확장된 사유 속에서 문학과 에피소드, 전통과 현재, 추상과 실재, 끊임없는 사유 저편을 탐험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안무자의 사회 치유와 상생의 해법은 오늘의 문제를 과거에 묻고 재해석하는 것이다. 정길만의 작품 스타일은 한국무용 바탕의 무대에 모든 가능한 움직임과 연출을 열어놓는다. 영상, 연기, 대사, 마임, 소리, 연주 등과의 협업, 결합, 해체 작업을 지향한다.

정길만의 무용은 한국무용, 현대무용을 오가며 다양한 인접 예술 분야와의 연계 및 확장을 통해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심도 있는 작품 주제와 내용, 시사하는 바와 예술적 성과가 크다고 보더라도 관객이 이해하고 감응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는 견해를 견지한다. 안무가는 사건과 시공간을 넘나드는 약속을 지켜내며, 선명한 시각 효과를 보여주면서 작품의 혼선을 지양하고 신중하게 줄기를 잡는다.

정길만은 무용수들을 효과적으로 지도하면서 동작 개발을 한다. 현대감을 살리면서 전통 호흡으로 귀결되는 움직임, 한국적 춤 지형도에 적합하면서도 국제 감각을 선도하는 작업이다. 현대적 질감으로 화학 작용하는 유연성, 감각적 무아지경은 접신의 경지에서 즉흥성을 불러온다. 현대춤과 한국춤이 서로 보다 듬는 순간이다. 안무가는 현대적인 움직임을 전적으로 구사하거나 개발한다.

국립무용단이 낳은 춤으로 사색하는 안무가 정길만은 미적 꾸밈에 치중한 수사학적 움직임 개발보다는 일상의 느림과 빠름을 생각하는 친화적 몸짓을 생각한다. 그는 동작구마다 주어진 시간 안에 무용수 스스로 자율성과 즉흥성을 키우게끔 유도한다. 군무는 택견, 탈춤, 문둥이춤, 덧배기춤의 배김새를 곳곳에 장착하여 무대를 장악하며 한국 춤의 현대화 작업에 주안점을 두었다.

무용수(코러스)들은 스스로 세트를 움직이고 이동시킨다. 관객은 노출된 이들의 움직임과 감각에 낯설지 않고 약속된 작품의 일부분으로 보게 되며 파괴된 인간의 얼굴에 자엘의 모습을 대비시키는 광경을 목도한다. 문 두드리는 소리가 효과적으로 들리고, 다시금 무대 전체를 환기하면 파도 소리와 함께 처음 시작했던 자엘의 분신 에멜이 강한 빛을 등지고 하얀 우산을 쓰고 등장한다.

세트는 방에서 거대한 벽이 돌로 변하고 그 사이로 등장하는 무용수(배우)들은 어둠과 빛 사이에 있으면서 자엘을 지켜보다가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자엘, 카우치(현실)에 있는 나우(치유자)와 강한 빛을 받는 분신 에멜의 사이에 있으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이 보인다. 중간에 나 있는 벽과 벽 사이 어둠으로 들어가 기대어 막이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춤은 종료된다.

군무 사이의 자엘이 서면 그림자가 생성되고 그 끝에 무의식의 인물1이 선다. 서로 다른 방향을 양팔을 펴고 방향을 맞춘다. 같은 방향으로 걷다가 인물1은 조명 안에 남고 자엘은 사라진다. 자엘이 다시 걷고 서게 되면 그 끝에 인물2가 서로 다른 방향을 양팔을 펴고 같은 방향을 맞춘다. 같은 방향으로 걷다가 인물2는 조명 안에 남고 자엘은 사라진다. 사람들은 일상을 유지한다.

사람들은 일렬종대로 서 있고 에멜은 자엘과 평행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일렬종대로 서 있는 사람들 옆으로 자엘이 걸으며 무대 위로 올라가면 사람들은 질문한다. 자엘은 묵묵부답이고 에멜은 자엘과 평행을 유지하며 힘겨운 움직임을 하며 위로 올라간다. 자엘과 함께 위로 올라간다. 내용의 함의에 독창성과 특질을 확보한다. 의식과 무의식이 분리되어 혼란과 이해 등 캐릭터의 입장이 관찰된다.

현실의 자신과 부조화, 괴리를 통해 부조리가 말해지고, 사건들이 사실적 시공간의 개념에서 벗어나 복합구조의 함의가 최상이 될 수 있도록 한다. 정길만은 동작에 연연하지 않고 보이스, 마임에 이르며, 통일과 해체, 영상의 함축적 의미, 의식과 무의식의 공간 디자인을 다용도로 활용한다. 그의 작품에서 독창적 무의식적 시공간은 복합적이고 나열된 사건이 이질적이지만 작품을 관통하는 힘이 있다.

「침묵하는 존재의 나약함」에는 자엘(남): 내담자(침묵하는 자), 에멜(여): 자엘의 분신, 나우(남): 의사(치유하는 자)를 주축으로 남자(조수빈, 서상원, 이민규), 여자(최종은, 최승은, 박기윤, 강채연, 최예근, 김나은)에 이르는 아홉 명의 무용수가 열연하였다. 이 작품은 풍부한 상상력으로 한국 극무용의 현재를 밝히는 소중한 기록이며, 구성이 촘촘하고, 기교가 뛰어난 한국창작무용이었다.

8.정길만 안무의 「침묵하는 존재의 나약함」이미지 확대보기
8.정길만 안무의 「침묵하는 존재의 나약함」
9.정길만 안무의 「침묵하는 존재의 나약함」이미지 확대보기
9.정길만 안무의 「침묵하는 존재의 나약함」
10.정길만 안무의 「침묵하는 존재의 나약함」이미지 확대보기
10.정길만 안무의 「침묵하는 존재의 나약함」



장석용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사진=국립극장
사진없는 기자

장석용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사진=국립극장

왕초보의 솔직 리뷰, 처음부터 픽업트럭이 똭!! 여심 저격에도 똭!! 쉐보레 콜로라도 신형
와~ 미쳤다!! 궁금했던 차 한 번에 다 타봤다. 현대모터스튜디오 하남의 역대급 전시 살펴보기
매력적인 신입생 폴스타4, 인기의 테슬라 모델Y에 도전장...여심에는 먹힐까?
"기아 K8의 매력에 홀딱 반하다"...한달 리뷰어의 솔직 고백
"뽑아가고 싶을 만큼 마음에 든다" 섬세함으로 여심 잡은 볼보 XC90
이뿌다~~ 크기 무관,  '좋고 안 좋고는' 역시 '타'봐야 안다!!!
장점만 모아 놨다는 입문용 전기차 기아 EV3 타봤다희!
업그레이드 카라이프 '폭스바겐 투아렉'..."럭셔리도 성능도 잡았다"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