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신계약 비중 1~4%대…플랫폼 연계 보험 전환 더뎌
보험은 ‘상품’, 빅테크는 ‘경험’…고객 접점 주도권 격차 커져
보험은 ‘상품’, 빅테크는 ‘경험’…고객 접점 주도권 격차 커져
이미지 확대보기4일 보험업계와 보험개발원, 하나금융연구소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보험사들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임베디드 보험 시장을 빅테크에 내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임베디드 보험은 소비자가 비보험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보험이 자연스럽게 결합되는 형태를 말한다.
차량 구매 시 보험이 자동으로 포함되거나, 모빌리티·여행·전자상거래·결제 플랫폼 안에서 보험이 실시간으로 적용되는 구조다. 별도의 가입 절차 없이 보장이 제공되는 만큼 소비자 편의성이 높고, 플랫폼 기업은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다.
그러나 보험설계사 영업 의존도가 절대적인 국내 보험사 특성상 임베디드 보험과 같은 비대면 보험을 활성화하기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국내 보험사의 비대면 신계약 비중은 생명보험 4.4%, 장기손해보험 1.3%에 불과하다.
은행권 거래의 95% 이상이 디지털로 이뤄지는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설계사·GA 중심의 대면 채널을 통해 일정 수준의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어, API 개방이나 플랫폼 연동형 판매 체계에 대한 투자 유인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판매·유통 부문에서 디지털 전환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플랫폼 연계형 상품을 설계·운영할 역량이 충분히 축적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I와 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고객 관여를 최소화한 ‘임베디드 보험 3.0’이 확산되는 흐름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장기적으로 고객 접점을 플랫폼 기업에 넘겨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해외에서는 우버, 테슬라, 그랩, GCash 등 빅테크들이 운행·결제·구매 과정에 보험을 자동으로 내장해 가입과 보상을 실시간으로 처리하며 고객 충성도를 높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험은 수익 상품이 아니라 고객 경험을 강화하고 플랫폼 체류 시간을 늘리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반면 보험사는 위험 인수와 상품 제공 역할에 머물며 고객 데이터와 경험의 주도권을 플랫폼에 넘기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설계사 중심 영업 구조가 단기 실적 방어에는 유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보험산업을 ‘상품 판매업’에 묶어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보험이 플랫폼과 결합한 생활 밀착형 서비스로 진화하지 못할 경우, 임베디드 보험 시장의 주도권은 자연스럽게 빅테크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보험개발원은 ‘임베디드 보험시장의 확장’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비대면 기반 소비자 접점(CM 채널)이 부족한 보험산업은 마케팅·판매 부문의 디지털 전환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하지 않을 경우 일상생활 어느 곳에서든 소비자와 보험서비스 제공자를 직접적으로 연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보험사가 임베디드 보험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가입·청구 절차를 간소화하는 한편, 상품 구조가 단순한 경우 설명의무를 완화하는 등 정책적 개선이 병행되지 않으면 임베디드 보험시장은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