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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농식품부, 농협손보 재해보험 보험료 262억 미지급…예산부족 ‘허덕’

정부분 보험료 1년 새 ‘두 배’ 가까이 연체
농가 가입 급증으로 일시적인 예산 고갈
이상기후 빈번…매년 조단위 보험금 지급
재해보험 사업자, 보험료 못 받고 보험금 지급만
농식품부가 농작물재해보험 보험료를 수년째 수백억원 이상 미납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강화군이미지 확대보기
농식품부가 농작물재해보험 보험료를 수년째 수백억원 이상 미납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강화군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가 NH농협손해보험에 지급해야 할 ‘농작물재해보험’ 보험료 262억원을 수년째 연체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농식품부 측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보험료 지급을 미루고 있는데 농협손해보험이 자체 예산으로 보험료 미납에 따른 공백을 메우는 상황이다. 이상기후로 인한 보험금 지급 규모만 연간 조 단위에 이르는 가운데 보험료 장기 미납으로 인한 재해보험 사업자의 운영 부담이 커지고 있다.

14일 본지가 입수한 농식품부의 ‘2020~2024년 농작물재해보험 미지급금 내역’을 보면 작년 말 기준 미지급 보험료 규모는 262억6900만원으로 전년(144억8900만원) 대비 81.3%(117억8000만원) 급증해 1년 새 거의 두 배 가까이 연체 규모가 늘었다.

농작물재해보험은 농가가 농사를 짓는 과정에서 태풍·우박 등 자연재해로 인해 발생하는 농작물의 피해를 보상해주는 보험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보험료의 최대 80%를 지원하고 농가 보험료 부담은 많아야 20%에 그친다. 현재 농협손보 홀로 사업자로 지정돼 운영 중이다.
2023년 기준으로 농가의 평균 부담 보험료 수준은 12.5% 정도다. 문제는 가입 농가가 급증하기 시작해 정부 예산만으로는 농작물재해보험 보험료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실적은 초기에는 10%대에 그치는 등 매우 저조했다. 다만 정부와 지자체가 보험료 지원과 대상 품목 등을 확대하는 등 농업재해보험 가입을 적극적으로 독려하면서 매년 가입 농가가 급증하는 추세다.

2019년 38.8%였던 가입 농가 비중은 2020년 45%로 뛰었고 2021년 49.4%, 2022년 49.9%, 2023년 52%, 2024년 54.4%를 기록했다. 가입 농가 수는 지난해 기준 59만2973호로 2019년(33만9582호) 대비 74.6%(25만3391호) 대폭 증가했다.

보험료 대부분을 정부와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가운데 가입 농가가 예상보다 크게 늘면서 보험료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농작물손해보험의 경우 특종보험으로 분류돼 보험사에 수익이 나는 상품은 아니다.
작년 말 기준 보험금 지급에 직접 사용되는 ‘순보험료’ 규모는 1조1501억원인데 무려 1조271억원이 농가에 지급됐다. 손해율은 지난해 말 기준 97.4%를 기록했고, 누적 손해율은 99%에 이른다. 거둬들인 보험료 대부분이 보험금 지급으로 빠져나가는 셈이다. 2018년에는 폭염 피해로 인해 당시 손해율이 무려 156.1%로 치솟아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농협손보에서는 자체 예산을 통해 보험료 공백을 메꾸고 있다. 농가에 보험금은 정상 지급되고 있지만, 보험료 미지급에 따른 회계상 부담을 떠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료 미납이 지속되고 누적되면 회계상 미수금으로 인식해 건전성에 부담이 커질 것”이라면서 “안정적인 재해보험 운영을 위해서라도 제때 보험료가 들어오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정책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보험료 미지급 규모가 과도하게 커져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승준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농작물재해보험이 자연재해에 대비하고 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상품인 만큼 가입자 수가 늘고 있다는 것 자체는 바람직한 현상이고 정책 목적에 부합한다고 평가된다”면서도 “가입자가 늘면서 일시적으로 예산이 부족해진 것으로 보이는데, 향후 재해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충분한 예산 확보가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농림부는 미지급분은 다음 연도 예산에 반영한다는 설명이다. 농림부 측은 “(그 동안) 자연재해 발생으로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농가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예산 부족이 발생하기도 했다”면서 “부족한 예산은 다음 연도 예산에 반영해 보험사에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석경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ong@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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